[김현주의 특별한 여행] 르완다의 희망
[김현주의 특별한 여행] 르완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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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예로부터 치수(治水)는 국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겨졌다. 사람들이 모여살면서 마을을 형성하고 농사를 짓고 살면서 치수는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다수의 저개발 국가는 우기와 건기가 있거나 스콜(squall) 형태의 비가 자주 내리고 우기에는 정말 많은 비가 내린다. 이러한 곳을 여행할 때에 보면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로 배수 처리가 매우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떠다닌다. 비가 그치면 떠다니던 물질들이 썩기 시작해 악취가 난다. 이러한 환경이 반복되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다. 배수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 기억이 남는 것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배수 시설이 잘돼있다는 것이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옆에 배수로가 있다. 길을 설계할 때 처음부터 물길을 내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수도에서 두세 시간 걸리는 외곽지역을 가보았는데 비포장 길임에도 배수로가 옆에 있다. 오랜 시간을 달려서 화산지역이 있는 마을로 찾아갔다. 화산지역이라 돌과 흙이 섞여 길이 조성됐는데 여기도 배수로가 있다. 일주일 머무르면서 다녀본 길은 모두 배수로가 있다. 그래서 동네가 깨끗해 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 놀란 것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청소를 하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아침은 전국 청소의 날이다. 대통령도 빗자루를 들고 쓸기도 한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에 필자 일행을 태운 미니 버스가 숙소를 나서는데 도로가 한적하다.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토요일 아침에 허가받지 않은 차량은 아예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필자가 탄 버스도 10여 분 즈음 가던 중 경찰이 차를 세웠다. 청소를 하지 않고 어디에 가느냐고 묻기에 차량 운행 허가증을 보이고 나니 차를 보내줬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경찰이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세워 운전자에게 청소를 시킨다.

르완다는 1994년 인종 대학살로 국가 내에 많은 아픔이 있다. 내전 이후 르완다는 많은 수의 고아, 과부와 질병 등이 생겼고 국가적인 아픔과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아프리카에서도 빈국에 속한다. 2011년 폴 카가메 대통령이 한국을 다녀간 이후 르완다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도입하려 한 것이다. 르완다 시내는 다른 아프리카의 도시와 비교하면 청결도가 매우 높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청결한 도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르완다의 희망을 보게 된 또 하나는 교육제도와 저소득 계층 지원 정책에 있다. 국가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교육시키려고 애쓴다. 유네스코 등에서 지원을 받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글로벌 NGO를 통해 교육 지원을 받는다. 초등학교까지는 국가에서 경비를 지원하려고 노력한다. 법적으로는 의무교육이지만 국가의 재정상 완전한 의무교육은 어렵다. 그렇지만 노력을 하고 있다. 전기가 들어가는 동네에서 저소득층에는 무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해 저소득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빈국인 르완다는 2000년대부터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1년에 2달러 정도의 낮은 보험료를 낸다. 현재 가입률이 90%가 넘었다고 한다. 필요한 재정은 국가와 해외 기부자들이 충당하는데, 50% 이상이 해외 기부자들로 충당된다. 국민소득이 낮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국민들은 최소한의 혜택이라도 받는 것이다.

우기를 대비해 배수로를 만들고, 마을을 청소하도록 하고, 국민의 교육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려 하고, 저소득층을 우선 배려하는 정책들이 다른 아프리카의 국가들과 비교된다. 국가가 저소득층이 어떤 아픔이 있는지를 아는 것 같다. 가난하지만 국민이 최소한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 기본 시설에 투자하는 모습에서 르완다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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