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이종서 대전대 총장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지속가능한 대학발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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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개선대학 선정으로 교육 경쟁력 입증, 정부재정지원사업 4개 부문 석권

한의바이오‧보건의료, 국가안전방재 특성화 주력
대학‧주민‧기업이 함께하는 ‘리빙랩’…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기대
HRC‧독서인증제 등 차별화된 교육 실시… 재학생이 가장 먼저 만족하는 대학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전 동구 용운동에 위치한 대전대는 1980년 개교 이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교육‧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취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중부권 명문사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교육의 수월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대학(LINC⁺),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 대학혁신지원시범운영사업(PILOT) 등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대형 지원사업에 잇달아 선정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8월 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자율개선대학’에 최종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는 리버럴아츠교육 ‧ 독서인증제 ‧ RC프로그램 ‧ 리빙랩운영 등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입체적 교육, 공동체 생활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인성‧기초교양 교육, 대학-기업-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긴밀한 산학협력체계 구축 등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대전대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작년 3월 제8대 총장으로 취임해 대전대를 이끌고 있는 이종서 총장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 취임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 소회는.

“작년 3월에 취임해 1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각종 평가를 준비하는 데만 1년 이상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 오자마자 LINC⁺사업 심사준비를 비롯, 7월 구조개혁 1주기 이행결과평가를, 10월 대교협 인증평가를, 이듬해 1월에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를 준비했는데 보고서 분량만 놓고 보면 3만8000여 페이지에 달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대학혁신지원시범운영사업(PILOT) 평가를 받았고 이제는 내년도 일반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 발전계획을 다시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로 매일 시간을 보낸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사 및 재정구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다.” 

-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견해는.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과 같이 대학을 규제하는 것은 대학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A학점을 몇 %만 줘라’라고 하는 것은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대학이 자유롭게 하다보니까 대부분 A학점을 주어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못했다. 대학 학점이라는 것이 기업에서 직원을 뽑을 때 무용지물이 돼버렸고, 학생들도 공부를 굳이 열심히 하지 않는 등 대학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대학 수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지방대 총장들의 비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구조조정정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냥 시장논리에 맡기면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살아남고 지역 소재 대학은 대책 없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지역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역할은 생산·소비·문화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나다. 시장에 맡겨 학생이 오지 않으면 문 닫으면 된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방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정부가 개입을 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봐줄 것을 주문한다. 첫째는 지역균형이다. 수도권과 지역 대학이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다. 둘째, 정원 감축이나 학교 폐쇄가 가져올 문제들, 교직원·학생·재산 등 종합대책이 같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 대전대만의 특성화 전략을 꼽는다면.

“대전대는 한의바이오‧보건의료, 국가안전방재 등 크게 2개의 축을 중심으로 특성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학교 설립자이자 한의사였던 고(故) 지산 임달규 선생의 뜻에 따라 중부권에서 ‘한의과대학’을 최초로 설립했다. 대전대의 대표학과인 한의예과는 미래 먹거리 분야로 각광받는 의료·바이오·보건 분야와 융합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국가안전방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군사학과, 경찰학과, 소방방재학과, 건설안전방재공학과의 학문 영역을 융합한 특성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군사학과 분야 특성화대학을 추진한 것은 인근의 계룡대 등 군 시설 인프라와 군사학과를 연계한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 중점을 두고 있는 대학교육의 방향은.

“지금 시대에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미래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창의성 교육, 기초교양교육 강화다. 얼마 전 삼성에서 근무하던 CEO가 나와 책을 쓴 구절 중 인상 깊은 내용을 접했다. '도대체 공대를 졸업했다는 학생들이 전공 분야는 모르고 잡학 수준의 지식만 알고 있어 학생들을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더라.' 한쪽에서는 적응력과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 기초교양교육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대로 된 전공교육을 시켜달라고 얘기한다. 이 두 가지를 보면 대학에 양립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전대는 리버럴아츠칼리지를 만들어 기초교양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얹어 ‘코업(Co-op)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이 1~2학년 때 교양교육과 전공기초를 하고,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가 현장을 들여다본 후 학교에 돌아와 캡스톤디자인을 하며 문제해결력을 키운다. 4학년 때는 인턴을 하면서 현장의 문제를 보고 마지막 캡스톤디자인을 하며 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대학은 리버럴아츠칼리지, 코업 프로그램, 새로운 RC프로그램, 나노디그리(기업과 함께 6개월간 단기간 실무중심 교육 진행) 등을 통해 교양기초교육을 폭넓고 심도 있게 시키고, 현장중심의 실무교육을 강화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 교내 다양한 편의 시설 중 ‘HRC’가 가장 눈에 띈다.

“HRC는 ‘혜화 레지덴셜 칼리지(HyeHwa Residential College)’의 약자로 기숙형 대학 교육 시스템이다. 세계적 건축가인 승효상, 조민석 선생께서 설계해 건축미가 뛰어나며 1200여 명의 학생들이 세미나실, 커뮤니티라운지, 피트니스센터, 요가댄스실, 컴퓨터실, 음악실, 드로잉실, 시네마센터, 북카페 등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HRC는 단순한 생활관 기능을 넘어 생활·학습 공동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프로그램별 특성을 고려한 교육공간들을 사생실과 밀접하게 배치했다. HRC 공동체 교육은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으로 구분되며 소속 하우스별 RM(Residential Master)교수단 지도하에 생활중심·체험중심·실천중심의 교육이 진행된다. 교과 프로그램은 교양필수 교과로 구성해 생활·학습 공동체에서 요구되는 집단 운영의 원리와 소통 방법을 체득하고, 비교과 프로그램은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외국어·독서 및 토론·교양 및 취미·특별활동으로 구성해 학생 주도적이며 자발적 참여로 운영한다.”

- 독서인증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독서인증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과 비판적 사고, 논리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독서역량강화 프로그램이다. 독서 후 인증시험을 통해 독서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독서인증 문제은행을 구축해 독서 결과의 측정 도구로 활용된다. 독서인증 우수자 대상으로 소정의 장학금이 지원되며, 이와는 별도로 1인1권 지성인증제도를 통해 출판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저술 멘토링 관련 교육 등을 거쳐 책을 출판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외국 유학생 유치 상황은 어떤가.  

“이 부분에 대해선 소홀한 면이 있었다.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6.4 대 1, 7.3 대 1 정도로 학생모집이 어려운 편이 아니었고, 국내학생의 교육여건을 고려해 외국인 학생 모집에 대한 노력을 덜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학생이 줄어드는 만큼 외국인 학생을 채우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상까지 많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판단된다. 외국 유학생이 많아지면 다원화, 국제화, 재원조달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지방대들이 무분별하게 외국인 학생들을 모집해 이들의 학사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할 것이다.”    

- 대전대가 위치한 대전은 광역시이자 다수의 대학이 존재하는 도시다. 지역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비중은 상당히 크다. 우리 대학은 이런 점을 감안해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대학-지역 상생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실험실을 대학 내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 자체를 ‘실험실’로 삼아 시민의 다양한 참여를 통해 사회적 난제 해결의 방법론을 찾는다. 대전대 LINC⁺사업단에서 ‘three(대학-지역-기업) way 리빙랩’ 아이디어를 냈고, 대학-지역-기업이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예로 ‘아토피 리빙랩 플랫폼’을 들 수 있다. 한방‧생명과학 분야의 교수진을 주축으로 아토피 환자, 대전시 관계자, 아토피 치료 전문 의료기관 등이 모여 아토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실시, 증상 수집, 테스트, 치료법 개발 등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6개의 리빙랩을 운영하며 올해 2회째 리빙랩 해커톤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 창업자와 대학생을 참가 대상으로 한다. 대전시와 청년 기업인 청춘 나들목과 협의체를 구성해 ICT와 헬스케어 분야의 아이디어를 도출, 구현해 건강한 대전시 만들기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 요즘 심각하게 대두되는 청년실업의 원인과 해결방안이 있다면.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가능성은 검토해봐야겠지만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 트럼프 정책을 보면 해외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건비 경쟁력 때문에 해외에 생산시설을 많이 두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문제가 생긴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고용 없는 성장이다. 제조업도 자꾸 줄어들고 생산을 해도 고용이 없다. 둘째, 고용을 해도 인건비가 비싸니까 해외로 나간다. 인건비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생산시설을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장을 한국에 짓고 인력을 해외에서 데려와, 인건비를 그 나라 수준의 인건비에 우리 물가수준을 고려해 지급하되 부족한 월급을 교육으로 연계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종의 ‘산업체부설학교’를 운영하자는 얘기다. 공장이나 인근학교, 대학을 활용, 산업체부설학교를 세워 기업과 정부에서 조금씩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면을 보완해야 하는 측면이 있겠지만 기업도  좋고 학교도 살고 외국인 근로자도 좋고, 국내생산 증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지 않을까 싶다.”   

- 대전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충청 지역 고등학생이 65% 정도 되고, 나머지는 외지 출신 학생들이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오히려 수도권 출신이 많은 대학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지역 학생들이 많이 와주는 게 좋다고 본다. 재학생이 가장 먼저 만족을 해서 본인의 고등학교 모교에 가서 입소문을 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전산’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회장이 전문학교 출신인데 대기업 입사 후 실망해서 나온 이력을 갖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 스펙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합격한 것을 기뻐하고 즐겁게 일할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이처럼 과거 학교 결과보다 우리 대학에 와서 꿈을 키울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의 강점인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4년 뒤 나갈 때 빈손이 아니라 결실을 보고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총장직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경륜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새로운 세대에 기회를 주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임기를 2년 반 남겨두고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이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갖춰진 틀 위에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비록 지방의 사립대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학사 및 재정구조를 제대로 갖춰 영원히 살아남는 대학의 모델을 만드는 게 꿈이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이종서 대전대 총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이 이종서 대전대 총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 이종서 총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교육학 석사 및 버밍엄대 대학원 교육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교육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교육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2006년 3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제7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냈다. 이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관동대 총장, 가톨릭관동대 초대총장, 성신여대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2017년 3월 제8대 대전대 총장에 취임했다. 2018년부터 대전·세종·충남지역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삼성꿈장학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 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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