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세종이 몸소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
초중고 역사 교과서가 사실 왜곡, 국어 교과서와 달라
한글의 독창성, 과학성 부정하는 결과 빚어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세종대왕이 직접 한글을 만든 사실을 아는 국민이 겨우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는 한글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가 함께 만든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 55%가 집현전 학자들과 공동 창제로 여겨=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글 창제의 주역을 누구로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세종이 몸소 만들었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그쳤다. 응답자 55.1%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가 함께 만들었다고 답했고, 세종은 지시만 하고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아는 사람도 24.4%나 됐다. 3.5%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훈민정음(한글)은 세종이 눈병에 시달려가며 몸소 만든 것이 사실이다.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의 가르침과 지시에 따라 한글 안내서인 《훈민정음》 해례본 집필에 참여했다. 즉,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건 글자 ‘훈민정음’이 아니라, 제목이 《훈민정음》인 책이었다. 이런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문, 1443년 12월 《세종실록》, 《동국정운》 등에 뚜렷하고 소상하게 나온다. 또한 한글 반포를 반대한 최만리 등의 상소문에 특히 잘 나와 있다.

■ 한글 창제 왜곡의 주범은 초중고 역사 교과서= 국민들이 한글 창제자를 잘못 알게 만든 주범은 초중등 역사 교과서라고 한글문화연대는 밝혔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초등 5학년 사회 국정 교과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 대부분이 한글 창제의 주역을 엉뚱하게 적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과서에 바탕을 두고 편찬한 참고서, 참고 사전 등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어 잘못된 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퍼뜨리고 있다.  

지금 쓰는 초등 5학년 사회 국정 교과서에는 “훈민정음(한글)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직접 만들어 반포했으며....”(143쪽)라고 적혀 있다. 국정 교과서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사용하므로 큰 문제다.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예전부터 창제 주체가 대부분 잘못됐거나 불분명했다. 심지어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을 독려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잘못 소개하는 교과서도 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중고교 검인정 교과서를 조사한 결과, 중학교 역사 교과서 9종 가운데에는 금성출판사와 천재교육 2곳만,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7종 가운데에는 금성출판사와 동아출판 2곳만 세종이 몸소 한글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16종의 25%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세종과 집현전 학자의 공동창제라고 소개한 교과서는 10종으로서 전체 16종 가운데 62%를 차지하고 있다.

■ 한글의 독창성, 과학성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져= 다행히 한글의 창제 원리를 소개한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 14종은 모두 한글의 창제자를 세종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학교 현장에서 세 가지로 혼란스럽게 가르치고 있고, 잘못된 역사를 소개한 교과서들도 무리 없이 교육부 검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정비가 시급하다. 더구나 초등 5학년 사회 교과서는 국정 1종뿐이라 떠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한글 창제의 주역을 세종이라고 믿지 않는 순간, 세종의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세종의 애민 정신과 당대의 업적을 모두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지 못한다면 그 책에서 밝힌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조차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한글은 문창살을 보고 만들었느니,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가림토 문자를 베꼈다느니, 파스파 문자와 같은 외국 문자를 모방했다느니 하는 억측까지 일어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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