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특별좌담회] "2048년, 앞으로 30년 후엔 지금의 대학 모델 사라질 것”
[창간기념 특별좌담회] "2048년, 앞으로 30년 후엔 지금의 대학 모델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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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심 키워드는 '탈중앙화'
대학 미래 대비 시스템 미비
지속 실천 가능한 준비 고민할 때

2048년 대학 캠퍼스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까. 대학이 지금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고 30년 후 대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전문가와 창조적 실용인재를 키워나가는 교육 전문가 그리고 국내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이노베이터 등 3인이 전망한 대학의 미래와 교육 환경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이 미래대학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결론은 무엇일까. 이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30년 후 대학은 완전히 다른 상태로 변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편집자 주>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창의융합교육원 원장, 박수용 서강대 지능형블록체인 연구센터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진 좌측부터, 이름 가나다순)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창의융합교육원 원장, 박수용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진 좌측부터, 이름 가나다순)

■ 참석자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창의융합교육원 원장  한국언론학회 미디어교육위원회 연구위원/ 한국언어문화학회 편집 이사 / 국제어문학회 ‘내러티브’ 기획위원

△박수용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 글로벌핀테크연구원 원장 /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전문위원

△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사무처장 /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장

△ 사회 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전문가 입장에서 향후 30년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박수용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요즘 같은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기술하는 한 사람으로서 미래를 바라보고자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를 바라본다면 로봇·인공지능·무인자동차 등 얘기를 많이 하지만 큰 키워드는 ‘탈중앙화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는 국가 개념이 약해지고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경제나 시장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마치 유럽이 단일시장처럼 되고 국가 간 경계가 미약해지는 것처럼 이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이하 최 대표)   사실 30년 후에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한다는 건 쉽지 않다. 지금 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미래를 예측할 때 흔히 얘기하는 기술‧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원에서 다른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창의융합교육원 원장(이하 박 원장)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30년 후엔 그 모든 것이 구체화되고 가시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그것을 준비하고 있느냐다. 레토릭이 아니라 실천가능한, 지속가능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대학이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물어야 한다.

- ‘미래대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박 원장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자율성이다. 21세기 기본 패러다임 자체가 자율성이고, 이러한 자율성이 지금보다 혁명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본다. 둘째는 특성화다. 이제는 대학 단위의 명성이 아니라 학과나 전공 단위별로 특성화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다.   

최 대표   대학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유니버시티’라는 명칭을 쓰는 교육기관 자체는 존재하리라 본다.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또는 근대화‧산업화된 상황에서 그 역할을 정립해왔다. 앞으로 미래에 필요하거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성과 혹은 기대치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온 학생들을 일정한 기간 교육시켜 내보내는 대학의 역할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캠퍼스라는 공간이 필요한지, 전공별로 다른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게 적절한지 등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박 센터장   다시 얘기하지만 미래의 키워드는 탈중앙화다. 중앙에서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대학은 한곳에 모여 수업을 받고 공부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대학들은 경계가 분명하고 대학동문이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학생 간 직접 연결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무크(MOOC)가 그런 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나. 

박 원장   현재의 대학 체제를 유지한다면 분명히 없어진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고 하는 것은 현실 인식에 공감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대학가 상황을 보면 지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각 대학들이 엄청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다만 사회에서 그것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대학 내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무크, 코세라, 미네르바대학 등 굉장히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박 센터장   대학이 울타리를 만들고 정해진 학생들을 받고 배출해내는 역할은 앞으로 미약해질 것이다. 적어도 이공계 대학은 지식은 무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의 소양도 테스트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 가상의 지식을 갖고 실험‧실습해보는 프로젝트 공간이 미래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원 수업은 학생들이 따로 제 강의를 듣지 않고 무크를 통해 듣고 오게 한다. 

최 대표   지속적인 인구 감소가 근본적 문제다. 학령인구가 감소되면 문을 닫는 학교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작금의 대학교육 과정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혁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교육과 일자리의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이것은 과거에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대학이 배출하지 못한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박 원장   기존의 강의실이나 학점 중심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 비쳐진다. 전공 관련해선 지금처럼 입학 전공이 졸업 전공과 일치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전국의 상당수 대학들이 졸업 학점을 줄이고 있다. 이렇게 졸업 학점을 줄이는 이유는 그만큼 자율성을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본다면 전공이나 학과 중심의 체계, 여기에 맞춘 교수 요원도 의미가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별로 교수 채용이 유연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대학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보장되면서 대학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는 게 제 기본적인 입장이다. 

- 대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 센터장   사회는 급변하는데 대학이 변화를 잘 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제 전공이 IT 분야라서 이런 점을 더 느낀다. 기술이나 산업의 변화는 굉장히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교수들은 펀더멘털은 이거라고 얘기하면서 예전의 교과목 체계를 고집한다. 저는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산업이나 기술에 맞춰 가르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더 그렇다. 이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만큼 철학이나 물리학 등 기초 과목과는 현저히 다르다. 

박기수 원장

박 원장   대학 교육에 대해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대학 교육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대학에서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못 키운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뒤집어서 얘기해보자. 기업들이 얘기하는 인재상의 뚜렷한 플랜을 보여줬는지 묻고 싶다. 기업들도 인재를 선발하면서 자체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어학점수, 각종 자격증 등을 요구하고 나중에 인사담당자가 이런 게 필요없다고 한다. CEO들은 인성 좋은 학생들을 뽑겠다고 하고, 인사담당자들은 직무능력 좋은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얘기한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교육에 대한 요구를 하려면 그 사회가 필요한 인재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기업이나 사회가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막연하게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레토릭이나 브랜드가 나오면 4차 산업혁명형 인재, OOO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 교육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 대표   외부자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쉽지 않고 조심스럽다. 그래도 느낀 대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더 큰 변화의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대한 인식이나 대비가 잘 안 돼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미 대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현실화돼 있는데 대학생이 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고 (아직까지는 상위권 대학은 예외겠지만) 대학 가기가 훨씬 쉬워졌다. 대학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회의 변화 속도는 빠른데 대학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점이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듯 보인다. 5~10년 앞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박 센터장   대학이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단초가 될 수 있는 적절한 사례가 있다. 지중해 남쪽에 위치한 사이프러스라는 섬 국가에 니코티아(Nicotia)라는 대학이 있다. 이 대학이 5년 전에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석사과정을 만들었다. 인구도 별로 없는 작은 나라에, 블록체인 관련 산업도 많지 않은데, 여기에 석사과정을 만들어서 어떻게 운영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한 학기에 석사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500명가량 된다. 또 아프리카,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지원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른 특이한 점은 전 세계 강사진이 흩어져 있으며 무크로 교육을 한다. 게다가 등록금을 암호화 화폐로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납도 가능하며 송금 수수료도 없다. 이는 최근의 핫한 기술인 블록체인을 전공으로 만들 정도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게 바로 미래의 대학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나. 

박 원장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학생을 20세기 선생님이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말이 우리 모두의 변화의 당위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뒤집어서 질문을 해야 한다. 과연 우리의 교육 체계는 몇 세기에 머물러 있는가. 제가 보기에는 21세기라고 할 수 없다. 19~20세기 사이에 있다. 사실 현재의 대학 형태는 근대화 과정에서, 20세기 초반에 세팅된 형태다. 분과 학문으로 나뉘고, 산업화시대에 적합한 형태로 나뉘었다.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대학은 바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거부하는 대학 담당자들은 아무도 없다. 

대학 간 생존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경쟁만이 답일까, 아니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최 대표   과격한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대학은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학 전체를 공공적 가치로 봤을 때 (대학이) 모두 있어야 한다고 보고, 누구를 더 지원해주고, 누구를 덜 지원해 주는지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서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에서 하는 것과 같은 경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대학이 필요없기 때문이지 않겠나. 그래서 과연 경쟁을 통해 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 풀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박 원장   당연히 경쟁을 기반으로 하되 상생이 필요하다는 게 모범 답안이다. 그런데 경쟁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당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다. 누구도 기계적으로 똑같이 대우하라고 하지 않는다. 대학들이 경쟁하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이러한 경쟁 시스템 자체는 공정해야 한다. 우리는 시스템의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기계적 경쟁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 있다. 이런 게 잘못됐다는 거다. 

박 센터장   대학이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이 경쟁 체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정원이 다 정해져 있는데 이것을 경쟁 체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학교의 순위를 매기는 게 경쟁이라고 비칠 수 있으나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등록금도 마음대로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는 점에서 경쟁 체계가 아니다.

박 원장   건강한 대학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국 특성화가 답이다. 작은 대학은 작은 대학에 맞는 특성화, 큰 대학은 큰 대학이 수행할 수 있는 특성화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자꾸 정치권에서 입김이 들어온다고 해서 기계적 균등성을 강조하면 문제가 된다. 지금도 당장 교육부에서 프로젝트를 내면 수도권 60%, 지방 40% 이런 식이다. 지방에서 40%에 드는 대학은 정해져 있어서 이들 대학만 지원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수도권 역시 역차별을 당하거나 수도권 대학 중 고사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 기계적으로 나누지 말고 오히려 학과 단위나 프로젝트 성격의 단위에 맞춰 지원을 해주는 게 옳은 방법이다.   

박 센터장   대학 정원의 굴레를 묶어놓는 것도 문제점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학과의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 예전에 만들어진 학과나 지금 일정하게 교육부가 정해준 정원을 바탕으로 나눠 갖고 있는 구조이므로 학과 교수 간에도 경쟁할 필요가 없다. 어떤 학과는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없고 산업 수요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학과 정원을 똑같게 가져가는 것은 분명 문제다.  

대학교육의 대안으로 무크, 나노디그리(Nano degree) 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최성진 대표

최 대표   프랑스의 민간 정보기술(IT) 인재양성 기관인 ‘에콜(Ecole)42’라는 비학위과정이 있다.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이라는 유명한 창업자가 설립했다. 18세부터 30세까지 청년 가운데 학력과 국적을 따지지 않고, 학생을 선발해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킨다. 교육과정 이수 후 학위는 주지 않지만 대략 2년 정도 과정으로 운영한다. 1년에 약 1000명을 배출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특이한 점은 교과서, 교수자, 수업이 없다는 것이다. 멘토링 담당자와 운영 요원이 있긴 하다. 선발과정에서부터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해 팀을 꾸려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업한다. 수업 내용은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미션을 풀고 게임에서 레벨을 올려가듯 학습이 이뤄진다. 대부분 졸업 전 거의 100% 취업이 결정되거나 본인이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채용돼 일하기도 한다. 

박 센터장   대학은 학생들에게 무크를 통해 습득한 지식들을 엮어 실제로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특히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가 좋은 예다. 워털루대는 독특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코업(COOP; Cooperative education program)’을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학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2년 동안 기업에 나가 인턴십을 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모든 학생들을 인턴으로 연결하는 조직 체계도 탄탄하게 돼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신입사원으로 워털루대 졸업생을 가장 선호한다고 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학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식으로만 듣는 게 아니라 현장에 가서 체험하게 하고, 그 체험을 다시 학교로 가져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졸업하게 된다. 적어도 공학교육이나 경영대에 있어 기업이나 산업에 관련돼있는 학과들은 긴밀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 원장   대학교육의 대안으로 무크나 나노디그리 같은 교육을 수용해야 한다. 스마트 교육은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수업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가르치는 것은 온라인을 활용해야 한다. 무크 같은 경우, 더 훌륭한 강의가 있어 이를 활용하고 싶다면 온라인 강의에 링크를 걸어 학생들이 들을 수 있게 하고, 그것을 자신의 강의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은 시수에 들어가지 않지만 이를 듣고 강의에 들어와야만 수업이 진행될 수 있게 한다. 한 명의 교수가 여러 좋은 강의를 모아 학생들에게 듣게 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신이 강의를 찍어서 넣는 것이 스마트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러한 변화을 많이 시도하고 한양대는 스마트 강의를 25%까지 올리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취업‧일자리와 같은 문제를 국가와 기업이 적극 책임지기보다는 대학에 떠넘긴 형국이다. 이를 어떻게 보나.

박 센터장   일자리는 대학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업과 국가가 먼저 나서서 해야겠지만 이런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지금의 산업체에서 필요한 일자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 내느냐에는 의문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공대 교수는 여전히 연구논문을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하고 이걸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논문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논문은 학문적 이론에 근거한 글이다. 산업체를 쫓아가면 논문을 쓸 수 없다. 학교는 교수들에게 이론에 기반한 논문을 쓰라고 요구하고, 여기에 맞추다보면 기술 변화의 흐름이 빠른 산업체를 쫓아갈 수 없다. 이는 이중적 잣대이자 딜레마다. 

박 원장   대학에서 기업에 특화된 교육을 한다면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또 대학이 그 밸런스를 지키겠다고 하면 대학의 취업률이 낮은데 대학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을 하게 된다. 이것을 오롯이 대학의 책임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교육은 생태계 단위로 파악해야만 한다. 대학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생태계의 한 축일 뿐이다. 기업체와 소통이 돼야 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대학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대학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니 교육과 현실의 미스매칭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마치 공공의 적처럼 여기는데, 이것은 르네 지라르가 이야기하는 희생양의 제의 같다. 누군가 하나를 희생시켜 나머지가 면죄를 받는 이런 식의 몰아가기는 대학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온당한 접근이 아니다. 교육의 소명으로 대학에 계신 분들이 많은데 현재 사기가 바닥이다.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비난의 반만이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최 대표   스타트업 영역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현 정부 들어와서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청년창업을 대학생 취업 대책으로 보는 측면이 강했다. 창업을 하면 고용한 것이라고 봤다. 스타트업은 일자리 정책이 아닌데 말이다.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 중 90% 이상은 실패한다. 소수의 혁신을 일으킨 스타트업이 유니콘(unicorn), 기업가치가 10조 이상인 데카콘(decacorn)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300개 기업들이 유니콘 스타트업이 돼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일자리가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진다. 결국 창업을 취업에 포함시켜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대학생 창업 정책은 미래지향적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박 원장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가 요구한 기준대로 맞춰야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요구대로 대학이 바뀌고 있다. 대학은 옛날 같지 않다. 지금의 대학은 강의평가의 결과를 교수가 책임져야 하고 출결도 전자출결로 이뤄져 교수의 자율적인 휴강도 불가능하다. 교수도 연구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도래하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이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박 원장   대학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해서 오늘과 내일의 교육이 다르다면 그 교육을 누가 신뢰하고 받으려 하겠나. 사람이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없듯이 교육 역시 혁신의 대상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키우며 혁명적인 새로움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파시즘의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교육이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느리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그 변화의 적시성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변화에 느린 만큼 책임질 부분이 생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한다.

최 대표   우리가 산업화 시대에는 정부가 효율성을 고려해 경제개발 계획을 세워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이 가능했다. 당시 대학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이러한 계획들을 선도하는 인재들을 산업 영역에 공급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발전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부는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지, 먼저 깃발 들고 나가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 안 된다.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달리 얘기하면 대학은 혁신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혁신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학문 영역과 기술 및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핵심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는 혁신적 교육과정까지 만들어주면 더 좋다. 

박수용 센터장

박 센터장   적어도 지금과 같은 학제 간 융합의 시대에서 학과 간 담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칸막이식 교육으로는 변화하는 산업과 기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공이나 분야를 학생들이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학생들이 크로스하게 지식을 얻어야 하는 시대가 오면서, 적어도 20~30% 학생들은 학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을 보장해주는 한편 이를 학교 차원에서 커리어 트랙 같은 형태로 관리해주는 융합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공과대학이라면 적어도 20%의 과목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규 기술을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각 학과 입학 정원의 20%는 학과를 넘나드는 창의적 융합 전공에 배정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박 원장   대학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교육은 주체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교육이 일방적으로 사회를 따라갈 수 없고, 사회와 교육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이 사회만 따라간다면 대학은 직업학교가 될 게 뻔하다.

대학의 신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최 대표   한 가지 정답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렇지만 대학별로 보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시도해 본다든지, 기업이나 산업군 혹은 지역사회와 강력하게 결합하는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미국은 창업을 많이 하는 동네들을 보면 산업특화 MBA나 주변에 테크 중심의 좋은 대학들이 몰려 있다. 이럴 경우 주변에 창업한 선배들이 많아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쉽다. 

박 원장   특성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전국에 있는 수백 개의 대학이 같은 브랜드를 가지고 같은 색깔을 내면 다 같이 망할 것이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일찍 눈을 떠 2000년대 초반부터 학·연·산 클러스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되면 산학협력 모델로 항상 이곳을 방문한다. 또 학과별 특성화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큰 부지에 모든 대학이 모여있는 종합대학의 형태는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단과대별로 혹은 학과별로 분리해 최적화된 장소에 작은 단위로 위치할 수도 있고, 필요한 공통교과나 교양 등만 모여서 들음으로써 동문으로서의 소속감이나 경영 효율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 센터장   대학이 20대 청년들만 가르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성인학습자의 대학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대학 차원에서 사회변화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한 국가의 중‧후반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지식이 전달되고 토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다보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축하 말씀 부탁드린다. 

박 원장   대학 교육 생태계에서 끝까지 깨어있는 질문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늘 대학의 긴장을 유발하는 감시자, 그러면서 따뜻한 지원과 격려를 해주는 후원자가 돼주시길 바란다. 독자 입장에서는 대학 관련 뉴스를 쉽고 풍성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대학관계자가 먼저 찾아보는 전문지로서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박 센터장   30년 동안 오롯이 대학 이슈와 대학 현장의 모습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담아내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미래 30년에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선도적으로 얘기해 주셨으면 한다. 아울러 대학정책과 대학교육의 미래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는 매체로서의 기능도 당부하고 싶다.   

최 대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출범 2주년을 맞았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내 스타트업 혁신 성장에 적극 앞장서왔다. 한국대학신문도 대학의 혁신 성장을 위해 대학과 함께 뛰는 미디어로서 분발해주길 바란다. 대학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와 산업 영역에 기여한 바가 큰데, 이러한 대학의 노력을 조명하고 대학의 가치를 밝히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해주신 데 감사드린다. 특히 대학이 내적‧외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언론의 사명을 다해주길 바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대학생창업연합동아리에 속한 300여 명의 대학생들과도 교류하고 있는데 모두 미래의 예비창업자들이다. 대학생 독자들이 보는 한국대학신문에서도 대학생 예비창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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