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정권고 내린 공정거래위, 2015년 심사지침 개정
의무식 ‘전부 문제 아냐’…경쟁 제한성 따라 ‘끼워팔기’ 여부 판단
과도한 의무식 책정 개선 필요…적정선은 인정해야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기숙사 학생들에게 식권 구입을 강제하는 ‘의무식’을 두고 대학의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의무식 판단 기준이 2015년 말을 기점으로 다소 달라진 점,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는 의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면밀한 분석 없이 ‘흑백논리’만 적용하는 것은 ‘철 지난 지적’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공립대 기숙사 운영현황’에 따르면, 기숙사 내 식당을 운영하는 34개 대학 중 25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식비 납입을 강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기숙사 거주 학생들에게 식비결제를 의무화 하는 것을 통상 ‘의무식’이라고 부른다. 조사 대상이 된 34개 국공립대 중 의무식을 운영하지 않는 9개 대학은 강원대 경북대 대구교대 인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창원대 충북대다. 나머지 대학은 모두 의무식을 학생들에게 강제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를 두고 “대학의 여전한 갑질”이라며 “기숙사 거주와 구내식당 이용은 별도 계약 건이다. 학교가 식비 납입을 강제하는 행위는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등록금에 더불어 기숙사비 식비까지 강제 부담해야 해 학생들의 재정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공립대학은 국가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부 노력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의무식은 분명 단점이 많은 제도다. 학생들마다 생활 양식이 다른 상황에서 강제적인 식비 배정은 불만을 사기 쉽다.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하는 기숙사 내 식당들은 의무식 제도를 선호하지만, 이는 식사 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쉽다. 서울권 A대학 생활관장은 “기숙사에 입점해 있는 식당들 입장에서는 의무식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나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의무식 제도 시행 시에는 질 저하가 나타나기 쉽다고 본다. 의무식이 없다면 식사 질을 높여 ‘고객’을 유지해야겠지만, 의무식 제도가 있으면 굳이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BTL 방식 기숙사인 경우 의무식이 문제로 지적되는 빈도는 늘어난다. 가뜩이나 높은 기숙사비에 식비까지 더해지며 학생들의 부담을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의무식’ 문제를 단순히 대학의 ‘갑질’로만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의무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다소 ‘철 지난’ 지적에 가깝다. 시대가 바뀌면서 의무식에 대한 문제 의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의무식은 비단 국공립대에만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사립대도 의무식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2년 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대학 기숙사 식권 구매 현황’에 따르면 전국 66개 대학의 69개 기숙사에서 의무식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사 대상은 162개 대학으로 의무식을 실시하는 대학은 40.7%에 달했다.

그보다 앞선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식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개선을 권고했다.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정거래위는 2015년 말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대학 학생 대부분이 의무식을 채택해 주변 음식점 사업자가 경쟁력을 잃고 퇴출될 우려가 있는지 등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의무식을 ‘금지된 끼워팔기’라고 본다. 

심사지침 개정 이전에도 공정거래위는 의무식이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았다.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통하거나 학생 대표기관 협의를 통해 의무식을 선택한 경우에는 강제행위가 아니라고 봤으며, 의무식을 없앨 시 식당이 폐쇄되거나 식대가 올라 학생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대학 현장에서는 의무식이 너무 과도하게 설정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크지 않다고 봤다. 의무식을 없애는 경우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도 토로했다. A대학 생활관장은 “의무식을 무조건 나쁜 제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일정 규모의 인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식당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숙사 내 식당을 없앴을 때 생기는 불편은 결국 학생들의 몫”이라며 “기숙사 규모도 봐야 한다. 규모가 큰 기숙사는 의무식이 없어도 식당 운영에 큰 무리가 없는 반면, 규모가 적은 곳은 의무식이 있어야만 운영 가능한 상황도 있다. 과도하게 많은 양의 의무식을 책정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할 일이지만, 적정선에서 의무식이 책정됐다면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사진=박찬대 의원실 제공)
(사진=박찬대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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