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우리나라가 고속으로 경제성장을 하던 시대에 태어나고 살아왔던 세대는 누구나 연탄에 대한 기억이 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연탄(煉炭)은 무연탄이다. 무연탄에 점결제 등을 포함한 여러 원료를 혼합해 제조했으며 잘 연소될 수 있도록 상하로 통하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었다. 그래서 구공탄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서민들의 연료와 난방에 큰 역할을 했던 연탄은 올림픽이 한창이었던 1988년에는 우리나라 가정의 78% 정도가 연탄을 사용했다고 하니 그 시절의 추억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연탄을 기억할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연탄의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층아파트의 증가, 관리의 문제, 가스와 기름보일러의 보급 등으로 이제는 동네에서 연탄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면 조개탄을 배급 받아서 난로에 넣었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을 입구에서 새끼줄에 연탄을 한 장 매어달고 집으로 왔던 기억이 있다. 연탄 한 개가 4Kg 정도이니 어린 나이에 꽤 무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겨울이면 집에 연탄을 가득 쌓아놓고 겨울 준비를 했던 것 같다.

한겨울에 에너지빈곤층에게는 연탄이 정말 필요하다. 에너지빈곤층이라는 용어는 적정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 되는 가구를 의미한다. 사회의 경제 구조가 양극화돼 갈수록 빈곤층의 사각지대는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는데 2010년 이후에만 해도 에너지 빈곤층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의 주요인은 저소득이다. 저소득 가정 중에서도 힘이 없는 노인들은 극심한 에너지빈곤층에 속한다. 더운 한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 같은 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혹서기를 어렵게 보낸다. 추운 겨울은 난방시설이 없거나 난방에 사용할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혹한기를 추위에 떨며 보내고 때로는 동사하기도 한다. 한겨울을 따스하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아직도 저소득층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겨울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연탄을 대량 구매하기는 어렵다. 비용도 많이 필요하고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쪽방촌이나 고지대는 연탄 배달을 꺼려 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젊은 청년들이 이러한 분들에게 연탄 나눔을 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본다. 하얀 비닐 우의를 입고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연탄 나눔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때로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필자도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젊은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연탄 나눔을 했다. 남자들은 작은 지게를 지고 연탄을 얹어서 골목을 지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산중턱까지 올라간다. 몇 번을 왕복하고 나면 초겨울 날씨에도 몸이 땀으로 젖는다. 집집마다 연탄을 쌓을 곳이 제한적이어서 한번에 50장에서 100장 정도를 드린다. 연탄은 하루에 3장을 소비해야 정상적으로 난방이 되는 것이니 100장을 드려도 한 달 정도면 모두 소비되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세 달을 가야 한다. 한 가정에 300장 정도면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아직도 연탄이 필요하고 연탄을 사기에 버거운 분들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생들이 연탄 나눔을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아직도 추운 겨울에 연탄으로 난방을 해야 하는 가구가 13만 가구 정도 된다. 교육통계에 의하면 2018년 4월 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약 338만 명이다. 연탄 한 장에 700원이니 1인당 커피 두잔 정도 만원이면 14장의 연탄을 살 수 있다. 학생 한 명이 만원의 연탄을 기부하면 모두 4732만 장으로 13만 가구 각각에 364장의 연탄이 기부될 수 있다. 한겨울을 보낼 수 있는 연탄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것도 좋고 각 지역의 대학들이 중심이 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의 에너지빈곤층은 우리가 도와준다는 취지의 연탄 나눔 운동을 대학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올겨울에는 우리 대학생들로 인해 삶의 주변이 더 따뜻해지기를 기도해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