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구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

권양구 회장
권양구 회장

최근 통계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 진보로 대학은 입시, 교육과정, 취업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확한 문제 정의가 필요하지만 해결책은 지역별 대학마다 각각 상황이 다르므로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옛날부터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영웅이 나타나면 대제국으로 통일되고 간웅이 나타나면 더욱더 어려운 난국으로 나라들이 나뉘었다.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있듯이 유목민 칭기즈칸에게 야율초재라는 명재상이 있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봤던 야율초재가 난세에 난제들을 명확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정리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남긴 다음과 같은 명언에서 알수 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與一利不若除一害),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生一事不若滅一事). 또한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애플이 어려워지자 복귀한 후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고 제품 디자인를 단순화(Simplify)해 애플을 회생시켰다고 한다.

동서양, 과거와 현재와 관계없이 위대한 제품(사업)들은 하나같이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대학의 어려운 현 상황에서 많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일(사업)을 줄이고 단순화해 대학의 역량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인증 등의 대학 평가와 특성화사업, LINC+사업(사회맞춤형학과중심형, 산학협력고도화형) 등의 사업을 단순화하고 일원화하여 대학마다 지역 산업, 사회에 맞는 특성화를 통한 고등직업교육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마다 재정이 어려지면서 대학의 핵심역량과 관계가 적지만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되거나 산학협력 실적에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면 조직 구성원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구성원 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문대학의 핵심이며 본질인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철학적인 뼈대에 산학협력관련 살과 근육을 붙이고 키워야 하지만 대학 핵심과 관련성이 적은 단기적인 사업들로 국부적인 살만 붙이고 근육을 키우지 못해서 전체 조직에서 국부 비만으로 대학의 건강과 체력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이 열악해지고 교육부의 인증 평가와 사업 선정관련 지표와 관련돼있고 대학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혁신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야 하지만 조직이 성장할수록 혁신 에너지는 그에 반비례해 줄어들고 구성원들의 기업가정신이 약화돼 새로운 변화를 읽어낸 내부의 선지자가 아무리 혁신을 외친다고 해도 조직내 대부분 구성원들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하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변화 혁신 과정에서 대학 조직 구성원들이 소통하며 뭉쳐서 혁신을 외치며 하나된 목소리와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는 멸사봉공의 정신이 필요하고 구성원들의 참여만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평가를 통한 경쟁보다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과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와 소통을 통해 대학의 산학협력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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