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강사의 고용안정 위해 교육부가 살펴야” vs.대학 “재정 부담에 각종 부작용 예상”
이제는 예산안 통과가 관건

오늘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오늘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장기 표류하던 강사법이 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사 측은 환영의 의사를 밝혔지만, 대학 측은 우려를 표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내년도 시행될 강사법을 앞두고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강사법이 제대로 안착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강사법)이 찬성 183명, 반대 6명, 기권 32명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4번이나 유예된 강사법이 내년 8월 1일에 시행되면서 강사들의 법적 지위와 처우개선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강사법은 강사에 대해 임용기간, 임금 등의 사항을 포함하여 서면계약으로 임용하고, 임용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히 제한했다. 또한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하고, 재임용 거부처분에 불복하고자 하는 강사의 소청심사권을 명시하며,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처우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9월 국회, 대학, 강사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마련한 합의안이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이 대표 발의하고, 법안소위에서 첫 번째 법안으로 상정‧의결됐다. 28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29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교육계의 오랜 현안인 강사법이 통과하자, 강사들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면서도 즉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유예 강사법과 달리 개선된 내용이 담긴 강사법이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면서도 “대학이 강사법을 빌미로 대량해고를 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예산이 확보되면 대학이 강사의 고용안정에 쓸 수 있도록 보완‧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직접 인건비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대학과 강사가 상생하도록 지원하는 조치가 바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학은 강사법 시행 부작용을 염려했다. 앞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께 드리는 건의문’에서 강사법 시행 후 문제점으로 △대학의 준비 미흡과 정부의 재정지원 없을 경우 강사의 대량 실직 가능성 △대학원생 등의 강사기피로 학문후속세대 양성 어려움 예상 △강사수급 경직화 등을 꼽았다. 

한 교무처장은  “강사법에 맞게 대학이 학칙과 정관 등을 바꾸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 여기에 재정적 압박까지 겹친다면 대량실직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강사 수급이 경직화되면 교육과정을 유연히 바꾸는 것이 어렵게 된다. 강사 처우개선과 더불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유연한 환경을 마련하는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겸임교원의 비중이 높은 전문대학 분위기는 어둡다. 강석규 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은 “협의회에서 개정안에 전문대학의 겸임‧초빙교원은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소수 의견으로 처리돼 최종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강 회장은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의 특성상 겸임교원 비율이 22.4%로 일반대(4.7%)보다 높다.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도 ‘교원 확보율’에 겸임‧초빙 교원이 포함됐다”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겸임교원을 강사와 같은 수준의 임용절차 등 법적인 의무를 강화한다면 겸임교원 확보가 되지 않아 본래의 교육 실행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해 의결하는 국회 예결위 소위와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느냐로 모이고 있다. 교육위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위한 예산 450억원 및 강의역량 강화를 위한 100억원을 합의ㆍ의결한 상황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강사법 개정은 대학ㆍ강사ㆍ정부 3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부도 강사법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대학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무엇보다도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행 이후 발생할 세간의 우려와 부작용을 씻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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