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 회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가 '문학사상' 9월호에 중편소설 '광기의 색조'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소설은 제목처럼 우리 현대사 전개과정에서 드러난 '위선'과 '광기'의 세태를 진단했다. 일정시대에 지방 소읍에서 나고 자란 정신과의사 김석우가 학창시절 친구들의 인생행로를 더듬는 방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어린 시절 마을에는 '미친 사람'이 단 두 명뿐이었지만 민주화ㆍ정보화 사회에 이르른 지금 온 사회는 미쳐 있다. 광화문, 여의도, 고속도로 등에서 온갖 이슈를 내건 시위가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함께 독약을 마시기도 한다. 이렇듯 '미쳐 돌아가는' 사회에서 그는 신경정신과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에 일말의 당혹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소설에는 정보기관과 내통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주인사로 대접받으며 정계와 학계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정치적 유혹을 물리치고 평생 학교에 남아 은퇴한 학자도 등장한다. 김 교수는 평생 사회학자로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일들을 대학교수, 언론인 등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털어놓는다. 그 속에는 출세에 몸 달아하는 우리 지식인 사회의 온갖 추문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김 교수의 소설을 추천한 문학평론가 이어령 씨는 "그의 첫 소설 '광기의 색조'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부침 많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들의 실존적 선택과, 그 선택이 그들 삶에 미친 파장을 치밀하고도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10여 년 전 '사회비평 시'라는 독특한 형식의 시로 문학적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시집 '너무 순한 아이' '시니시즘을 위하여'를 펴낸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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