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과 ‘투명’
[사설] ‘공정’과 ‘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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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각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가 교육부를 대상으로 11일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회를 통해 자칫 흐트러진 개혁전선을 가다듬으며 국정 다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북핵문제와 적폐청산에 치중했던 국정운영의 추가 민생문제로 돌아선 느낌이다. 취임 초 고공행진을 보였던 대통령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으니 대통령이 민생행보를 서두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민생문제 중 교육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내린 ‘일등공신’이다. 대통령 국정수행 만족도 조사에서 교육정책은 단골로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현 정부 트레이드 마크가 된 ‘공론화 과정’도 정부 책임 떠넘기기로 비판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교육부를 업무보고 첫 부처로 지목한 것도 연이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성 행보 성격이 짙다. 실제로 대통령은 업무보고 석상에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대통령은 그 원인으로 교육현장의 ‘불공정한 학사관리’와 ‘불투명’한 회계관리를 지적했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온통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모든 교육의 영역에서 국민들이 ‘공정하다,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느끼게 해달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이 정도라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불투명’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판이다.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전달됐는지 교육부 업무보고에는 ‘공정’과 ‘투명’ 의지가 곳곳에 배어 있다. 교육부는 ‘사람중심 미래교육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교육분야 신뢰 회복, 교육부 혁신‧교육비리 무관용 원칙 적용’ 등 6가지 주제를 보고했다.

이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부의 자기혁신 노력이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관료와 사학의 유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교육부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 대상과 심사 기간이 확대된다. 취업 제한 대상은 교원 기준으로 ‘사립대 보직 교원’에서 ‘사립 초‧중‧고‧대학 무보직 교원’까지 확대된다. 또한 교육부 관료들이 부실대학(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과 비리대학(최근 5년간 비리 제재 대학) 총장으로 취임할 때 취업 제한 심사 기간이 3년에서 6년으로 강화된다.

이와 더불어 교육현장의 비리 척결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특히 대학도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고,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학교 교원의 징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며,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할 것을 보고했다.

업무보고에 담겨진 교육부의 자기혁신 노력과 교육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교육부 관료와 사학의 유착고리를 끊겠다는 교육부의 강력한 입장천명과 제도개선은 교육부 자기혁신 노력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교육부 업무보고를 접하는 교육현장의 반응은 밋밋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언젠가 들었던 소리의 재탕 그 이상도 아니란다. 동어반복의 수사(修辭) 속에서 교육현장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와 탄식의 소리다. ‘공정’과 ‘투명’의 구호를 들으면서 5공 때 ‘정의사회 구현’을 떠올리는 것은 웬 일인가?

디테일이 결여되고 현장의 소리가 담기지 않은 어떠한 교육정책도 현장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생각이다. 비리를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고,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누가 반대하랴. 대통령이 제시하고 교육부가 업무보고에 담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는 교육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충분조건은 현장의 소리에 담겨 있다. 지금은 필요조건을 갖추면서 충분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내년에도 필요조건 만드는 데 정책의 모든 주안점이 두어진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그만큼 암담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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