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 지음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총 여섯 개의 단편 소설을 한데 묶은 소설집이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제 됐어〉 〈눈을 감는다〉이 두 작품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었다는 소재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려는 청소년들의 어두운 ‘내면’을 탁월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자살의 결과가 아니라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는 ‘과정’ 자체가 핍진한 내면 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됐어〉에서는 오로지 딸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열을 올리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속박되어 리모컨으로 조정당하는 로봇처럼 공부하다가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 주인공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존재를 외칠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이제 됐어?’라는 문자를 보내고 스스로 세상과 이별한다.

창비 고등 국어 교과서와 해냄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인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자신이 몰래 짝사랑하던 아이에게 직접 손으로 만든 시집을 만들어 고백했다가, 그 시집을 20년 만에 다시 돌려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년이나 지나서야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 나. 그녀의 남편이 죽고 나서야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시집 전달을 부탁했던 내 오래된 친구 녀석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 씁쓸한 진실을 뒤로한 채, 나는 원래 주인이었던 그녀에게 시집을 다시 돌려주고 카페를 나선다.

박상률의 소설은 난생 처음 막다른 길에 서 보았고, 그 위태위태한 삶 속에서, 어쩌면 자신을 인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어른’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그때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니 우주니 하는 거창한 것도 아닌, 뜻 모를 추상적인 것도 아닌, 바로 우리들이 살아온 얘기이자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청소년소설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저마다 ‘고독’한 아이들의 성장 서사를 통해 ‘슬픔’의 사회적 차원을 넘어 아픈 아이들을 위한 ‘보살핌’이 구현되는 사회를 문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박상률은 언제나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고 있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해 10월, 제17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특별한 서재 /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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