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경쟁력 강화보다는 부실대학정리 '발등의 불'

요즈음 대학가의 화두는 구조개혁이다. 그 동안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팽창에 치중한 결과 대학들이 우후준순처럼 무분별하게 설립되었으며 내부 운영도 아주 방만해졌다. 세계 경쟁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생 미충원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부실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구조개혁방안 발표가 이미 때 늦은 감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우리의 교육개혁을 대학개혁으로, 대학개혁을 구조개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추진 과정에서 고려해 할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교육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12월 말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명분을 ‘대학 경쟁력 강화’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세계 경쟁력 향상과 부실대학 정리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기에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현실에서는 세계 경쟁력 강화 보다는 오히려 부실대학 정리가 더 시급한 문제일 수도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에는 의무적으로 사립대에는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나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대학들은 지방소재 신설 사립대학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로 대학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대학구조조정의 성패는 재정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올해 대학구조조정 지원 예산으로 총8백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대학의 구조조정에도 부족한 규모이다. 이 규모의 재정을 가지고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대학들 간의 경진대회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많다. 국민총생산 대비 교육재정을 6% 수중으로 늘리고, 교육재정 중 12%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학재정 비율을 과감히 높여야 한다. 셋째로 대학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 대학교육의 현실은 대학설립준칙주의나 대학정원자율화 정책 등의 교육정책 실패의 결과로서 불과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 담당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겉으로는 항상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워 왔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행재정상의 차등을 통해 학생선발을 포함한 학사운영 전반에 통제와 감시를 지속하고 있다.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모두가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사사건건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넷째로 교육부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지나치게 세분되거나 중복되는 불요불급한 학과나 과정들을 과감히 정리하도록 유도하면서 대학별로 기능을 분담시켜 지원육성하는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립대의 경우 각 권역별로 1개의 거점대학으로 통합, 캠퍼스별로 기능을 분담시키고 인력과 장비를 재배치해 기초학문과 이론학문 분야도 지원하면서 지역 산업발전에 필요한 응용분야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대학 재정을 대폭 확충하여 장기적으로 집중지원하면 세계 경쟁력도 키우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발전에 맞는 특성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대학이 긴밀히 협력하며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다. 다섯째로 대학구조 개혁은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가지고 모든 대학들을 대상으로 경진대회 식으로 추진한다면 예산낭비 이벤트에 거칠 것이다. 더욱이 정부나 장관이나 총장들이 임기 내에 실적위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 선례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여섯째로 일반적인 경쟁촉진 정책과 병행하여 지방대학, 사립대학, 전문대학들이 경쟁을 거부하지 않고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을 병행하여 실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지방대학, 특히 지방사립대학들이 구조개혁의 희생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 다음으로 대학들의 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학생 미충원으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있어면서도 “X기관의 Y년도 평가에서 Z분야 국내 최우수 또는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었다는 현수막이 한 두개 붙지 않은 대학이 없는 현재의 평가제도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줄 뿐이다. 교육부는 새롭게 태어나 “최대의 지원과 최소의 간섭”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소홀해서는 안된다. 통합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 단순한 물리적 통합에 거치지 않고 화학적 통합으로 이르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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