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칼럼] 전문대의 변신과 학제혁신을 지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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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한영수 총장
한영수 총장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겨울 방학 중인 대학가는 정중동이다. 겉으로는 평온하나 2019년 ‘대학 농사’를 준비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에는 여유가 없다. 특히 전문대학이 처한 환경은 혹한의 겨울과 같다. 피할 수 없는 3중 장벽을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할 세가지 외생 변수

첫째로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제 현실로 닥쳤고 많은 대학들이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이를 체감하고 있다. 교육부(국가교육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는 학생 수 부족이 무려 9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잠재 대학 신입생인 초등학교 재학생 수가 1965년 494만 명에서 2017년에는 267만 명으로 반감된 것을 보면 앞으로 대학은 길고 험난한 터널을 지나가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일반대 선호 경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전문대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미 산업과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일본은 이제 ‘잃어버린 20년’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산업을 ’Social 4.0’의 이름으로 재무장하고 있다. 그 선봉에 기술력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과 대학이 있다. 우리나라가 20년 전의 산업구조에 머문다면 새로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처진 학과구조와 학사시스템을 고수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급물살은 대학에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될 것이다.

셋째로 우리나라에서 실용교육의 문제는 뿌리 깊고 심각하며 그 치유가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또 하나의 ‘위기’다. 지난 20년 사이 고교 총학생 수 중 실업계고의 비중은 39.8%에서 16.4%로 반감됐으며 대학 총 학생수중 전문대의 비중도 35.2%에서 24.5%로 크게 줄었다. 고교와 대학에서의 이러한 ‘인문화 현상’은 ‘학력인플레’와 더불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인력 구조와 인력 공급 간의 미스 매치와 청년 실업 심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대의 자성과 변신 시급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전문대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래전부터 예견된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전문대학이 자율적인 구조 개혁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정원 내 입학생만으로는 대학의 유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 수요 개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로 앞으로는 특성화 4유형대학 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대학들이 평생교육을 주 기능의 하나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한 생애교육의 보편화를 전제로 다양한 학위/비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융합전공제, 학습경험인정제 도입, 온라인교육의 확대 등 정부의 ‘성인친화적 정책’을 반영해 평생교육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로 전문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양성에 더 주력해야할 것이다. 특히 지역 산업 수요에 적합한 전문교육과 인성교육에 더 특화해 일반대학과 차별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강소기업들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있는 일자리를 공급하고 비전을 제시해 주도록 산.학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로 학령인구의 위기를 맞아 전문대 간의 경쟁을 지양하고 학생‧학부모‧교사의 일반대 편중 인식을 바꾸도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공동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넷째로 전문대학도 유학생 유치에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각 전문대의 노력과 함께 학제적 한계와 비자취득 등 불리한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대교협 주관으로 법‧제도 개선과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학생과 산업인력을 연계시킨 정부의 유연한 정책과 외국인의 ‘일‧학습 병행’을 위한 야간 과정 허용도 절실하다.

끝으로 전문대학은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지역 거점이 돼야 한다. 창의‧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융합 전공제, 유연 학기제 등 학사 제도의 유연화,과감한 학과 개편 등을 통해 학사시스템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실용교육을 위한 학제 혁신 필요

전문대학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산업 인력을 양성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 대부분의 산업대가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일반대로 전환됐기에 우리나라에서 전문대학은 사실상 고등직업교육기관을 대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대 못지않은 역량을 가진 많은 전문대학들이 아직도 수업연한에 묶여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에 힘들어 한다.

인문계 중심 사고의 만연으로 실용교육이 제값을 못 받는 현실은‘교육 시장의 실패’로 보아야 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과 법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대학지원 예산 중 전문대 비중도 25% 이상으로 높여야 하고 교육부 조직에서도 전문대 전담 조직을 실단위,아니면 최소한 국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遠因)은 산업인력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키는 학제에 있다. 따라서 산업 인력 수요 구조와 학제가 부합되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학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취업률이 일반대보다 7%p정도 높은 전문대의 위상을 바로 세우면 청년실업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강국일수록 고등직업교육트랙의 사회적 평판은 높다. 우리도 석‧박사까지 연결되는 ‘고등직업교육트랙’을 확립해 학문중심트랙과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융‧복합 지식을 요하는 오늘날의 실용교육은 다양한 수업연한을 필요로 한다. 일정요건을 갖춘 전문대가 수업연한에 제한이 없는 산업대(사실상 공백 상태인)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다. 국가교육회의에서 기 논의된 ‘응용과학대(University of Applied Science)’로 개편하는 방안도 있다. 일본은 최근 ‘전문직대학’을 신설해 일반대학과 양대 축으로 학제를 개편했다. 변화에 매우 신중한 일본에서 그 변화는 ‘혁신’이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과감한 학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우선 전문대교협이 앞장서서 타당성있는 논리와 대안을 개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기 바란다. 국가교육회의는 미래지향적으로 학제혁신을 검토해 올바른 ‘교육백년대계’를 세워주기 바란다. 일반대학들에게도 간곡히 바란다. 고등직업교육의 정착으로 일반대학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학문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하면서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공생 공영의 길이요, 교육백년대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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