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들의 경쟁력 제고

언론보도와 OECD 및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들에 의하면 지난 한해 우리나라는 외국 유학으로 인해 약 2조5천 억원, 미화로 약 25억 달러의 유학역조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무역흑자 155억 달러의 약 15%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미국과 호주가 각각 연간 1백 30억 달러, 52억 달러의 유학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날로 심해져가는 국제경쟁에서 교육은 분명히 하나의 걸림돌이 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무역개방 파고를 타고 머지않아 외국의 많은 교육기관들이 아예 한국 안에서까지 장사판을 벌일 태세이고 보면 이제 교육도 치열한 산업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우리의 걱정을 더하게 하는 것은 날로 약화되어 가는 우리 교육의 경쟁력이다. 과거 대학의 교수 및 연구인력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했던 시기에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유학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만큼 나라의 규모가 커진 이 시점까지 아직도 학문적 종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일 수 없다. 더욱이 오랫동안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음에도 진전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태는 악화되어 고등교육단계의 유학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중, 고등학생의 유학 붐까지 일어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사태가 지속된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의 교육 자체를 외국에 맡겨야 한다는 세간의 우려가 결코 기우 수준을 넘어설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러한 유학역조는 막아야만 한다. 혹 간에는 머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어디에서나 우리 국민이 좋은 교육을 받는데 검은고양이 흰고양이 가릴 것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만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선 그래도 교육이라는 점이다. 교육은 그 정의상 사람을 키우는 일이며, 어떤 사람이 사람인가 하는 것은 어떤 자식이 내 자식인가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이 키우는 것이지 미국이나 호주 사람이 키우는 것은 아니다. 잠시 바빠서 누구에게 맡길 수는 있지만 궁극적 책임은 나와 우리에게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맡을 만한 때가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형국은 귀찮고 당장 보이는 달콤함에 눈이 멀어 아예 아이를 남에게 빼앗기는 꼴이다. 예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일은 이제 교육도 산업이라는 점이다. 호주는 최근 아시아지역에서 공격적으로 교육산업수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자국의 무역흑자를 내는 세 번째 산업으로 교육을 꼽고 있다. OECD도 매년 회원국간의 교육서비스 무역수지 균형지표를 만들어가면서 21세기 지식경제의 핵심경쟁산업의 하나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교육은 만성적자 산업인 셈이며, 다른 곳에서 열심히 벌어들인 돈을 교육으로 까먹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하는 것보다는 외국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 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 오히려 이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첫 번째의 이유와 함께 생각해보면 그것은 억지주장일 뿐이다. 이처럼 유학역조와 관련하여서는 결론은 하나다. 즉 유학역조는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방법보다는 인식이 보다 더 중요하다. 방법은 수도 없이 지적되어 왔다. 그 많은 방법들 중에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한가지씩이라도 꾸준하게 실행한다면 머지않아 실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방법 들 중에서 두 가지만 상기시켜보자. 우선 우리의 수많은 교육기관들이 개별적인 산업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교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추상적 목적을 내세우기보다는 투자효율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최근 지방대학들이 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그 시장을 국내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가깝게는 동남아로 넓게는 세계로 확대하면 희망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개별기관 간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수출입 통계를 정확히 하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어떠한 목적으로 유학을 나가는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면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기란 불가능하다. 정확신속한 통계에 근거한 발 빠른 대처만이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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