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 학생들의 현장실습처 확보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장실습생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뿐 아니라 산업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현장실습처를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대학에서 현장실습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대학에서는 정작 실습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문대학 교수 A씨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사정을 해 가며 실습처를 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B 교수는 “산업체에서는 실습생을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 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며 “실습처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실습비를 받지 않고 현장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2018년 9월 고용노동부가 산업현장에서 실습하는 대학생 16만 명에게 산재보험 보호범위를 확대하는 ‘현장실습생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범위’ 고시 개정안을 공고하자 일부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이로 인해 실습처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를 내놨다. 경남의 C전문대학 관계자는 “산재보험적용으로 현장실습기관에서는 현장실습생을 현장에 투입하기를 꺼려할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현장실습생을 위한 산재보험 가입 시 발생하는 기업의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산재 발생 시 보험을 적용할 경우 일어나는 행정적 부담을 꺼려 실습생을 받으려는 의지가 감소한다는 이유다.

고용부 산재보상정책과 관계자는 “현장실습생들이 실습 중에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실태를 파악하고, 산재보험의 대상을 반드시 근로자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 의견이었다”며 “직업계고 학생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현장실습을 하는데, 고등학생은 산재보험 대상이 되고 대학생은 보상이 되지 않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아 대학생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고시 의의를 강조했다.

산재보험 확대는 실습생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 만큼 고용부의 고시 내용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산재보험 확대로 실습처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현장의 의견이 제기된 만큼 산업체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조속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해서는 관련 대책이 마련돼 있다. 2018년 2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방안’에는 주요 과제로 ‘정부 주도 프로그램 등 양질의 현장실습처‧취업처 지속 확대 및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가 담겼다.

2017년 8월 관계부처 합동 발표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에서 소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운영 프로세스'
2017년 8월 관계부처 합동 발표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에서 소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운영 프로세스'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으로는 △예산 지원 △입찰가점 부여, 인력양성사업 우대 등 우수기업 지원 △세액공제 △정부재정지원사업 가점 △은행의 기업 신용도 평가 시 평가지표 반영 등이 제시됐다.

올 1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에도 “현장실습 기업 참여 기준‧절차를 합리화하고, 학교 교육과정(현장실습)과 취업과의 연계강화 및 산업계 참여 활성화 추진” 내용과 함께 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해 2019년도 상반기 내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실렸다.

전문대학 관계자은 기업의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 마련 등의 조치가 전문대학 현장실습생을 위해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장실습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부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하 직촉법) 제3조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상‧재정상의 지원시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항이 규정돼 있다. 이 중에는 ‘산업체가 실시하는 현장실습’ 항목이 있다.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연구해온 김차근 한국영상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현장실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산업체에서 실습생을 받아줘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현장실습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기업은 인센티브를 원한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에 혜택을 줘서 그들이 (현장실습 참여가) 손해보다 이득이 많다고 판단하면 실습생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직촉법에 의해 현장실습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차근 단장은 현장실습 개선을 위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외에도 △정부 주도의 ‘현장실습기관 플랫폼’ 구축 △현장실습 선도교육기관(가칭)을 통한 학습중심의 ‘교육형 현장실습’ 유형 개발 △정성평가 방식으로 현장실습 평가제도 개선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부에서도 전문대학 현장실습 개선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장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엄중흠 교육부 교육일자리총괄과 사무관은 “지난 1년 내내 전문대학 관계자들 및 전문가들과 현장실습 개선 안을 다듬었다. 학생 중심 현장실습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업이 현장실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양질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간접적인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선안이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있어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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