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통합 마중물?”…과기부 “통합, 고려 대상 아니다”선 그어
‘공동사무국’ 설치 두고도 4곳 ‘입장차’

KAIST 2019학년도 입학식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KAIST 2019학년도 입학식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기원)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DGIST),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GIST)가 긴밀한 업무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 사무국’을 개소했다.

4대 과기원 통합 운영 논란을 빗은 후 이뤄진 사무국 설치 소식에 일각에서는 “통합을 위한 마중물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하나의 대학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며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간 과기원 간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는 계속 거론돼 왔다. 과기정통부 출자로 운영되는 과학기술 연구 중심 대학인 네 곳이 중복 연구나 연구시설 장비 등의 중복 투자로 인한 비효율성이 이유다.

‘공동사무국’ 설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활성화 방안으로 이뤄졌다. 지역적으로 흩어져 있는 과기원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힘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뜻이다.

협약 체결에 따라 4대 과기원 공동사무국은 △과학기술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발굴 및 제안 △과학기술원 공통의 현안사항에 대한 검토 및 조율 △과학기술원 연구시설 장비 등 자원의 공동 활용 방안 추진 △과학기술원별 연구 중복분야 검토 및 중점 추진분야 발굴 등을 협력하게 된다.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 관계자는 “현재 각 과학기술원은 다른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등 개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을 연계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발전하기 위한 과기원 공동사무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동사무국’을 두고 빚어진 통합 논란에 대해서는 “4개 과기원은 기존부터 거점 협력이 있어왔고 공동사무국 신설 추진은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에 선심성 과기원 신설 시도 = 공동사무국 움직임을 두고 섣불리 ‘통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데는 배경이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대학 무한경쟁시대에 4대 과기원을 통합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변의원은 “선거철마다 정치적 목적으로 선심성 과기원 신설이 시도됐다”며 “추가신설에 대해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저하와 지역갈등을 유발해 국민세금 부담이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의원에 따르면 실제 법제정을 통해 과기원을 설립하려는 시도는 18대에서 5건, 19대에서 5건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1건이 발의됐다.

과학기술원 추가신설 법안 발의 현황 (자료 = 의안정보시스템)
과학기술원 추가신설 법안 발의 현황 (자료 = 의안정보시스템)

■ 카이스트 예산, 역사 늦은 NTU·HKUST와 8배 차이 = 국가 연구중심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규모 경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정부 R&D 예산의 효율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실제 카이스트의 경우 세계 글로벌 대학과 비교했을 때 인력과 예산 규모가 부족한 실정이다. 학부·대학원 수 총 1만1100여 명 정도로 카이스트와 거의 같은 MIT와 비교했을 때 MIT 교수가 1036명인 반면 카이스트는 627명에 그쳤다. 총 예산에서는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카이스트 총 예산은 7950억 원이다. MIT는 3조7695억 원이다.

카이스트보다 역사가 20년 늦은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NTU)나 홍콩의 홍콩과학기술대학(HKUST)과 비교 시 교수와 총예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NTU와 HKUST는 각각 △학생 수 3만2403명, 교수 1712명, 총예산 6조4392억 원 △학생 수 1만4807명, 교수 641명, 5조1896억 원이다. 카이스트보다 총 예산이 각각 8배, 6배 정도 많다.

글로벌 대학과 KAIST 비교 (자료 = 변재일 의원)
글로벌 대학과 KAIST 비교 (자료 = 변재일 의원)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인 QS의 세계 대학 랭킹에서 △MIT 1위 △NTU 11위 △HKUST 30위 △카이스트 41위다.

국내 4개 과기원은 학교별로 이사회가 다르고 정부 예산도 별도로 받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 좋지만 ‘통합 시 카이스트 분교로?’ 우려도 = 공동사무국 설치 협약으로 ‘협력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지만 ‘공동사무국’을 두고 네 기관에서도 이견은 존재한다.

공동사무국이 마중물이 돼 추후 통합으로 이어질 경우 나머지 과기원은 자칫 카이스트의 분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각 과기원이 비슷한 것 같지만 저마다 특색이 있다”며 “혹시 통합이 추진될 경우 지역별 이해관계도 다르고 예산배분이나 연구 분야 결정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23개 캠퍼스가 있는 인도공과대학(IIT)이나 미국 ‘UC체제’를 예로 보더라도 4개 대학 통합운영 시 일부 대학은 한 대학의 분교가 되지 않겠느냐”며 “공동사무국이 마련되는 카이스트는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나머지 대학은 다른 대학으로의 흡수를 우려하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기원 간 통합 문제보다는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지방거점 국립대와 과기원이 통합해 과기원 간 중복 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해당 국립대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과기원과 국립대는 운영 주체가 각각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통합 운영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