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업은 평생 관종이다
[기고] 취업은 평생 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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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김용훈 대표.

영국의 Quacquarelli Symonds라는 대학평가기관에서 최근 78개 국가의 대학 5개 분야 48개 학과를 분석해 2019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를 발표했다. 약1200개의 대학을 평가했는데 상위 10위에 우리나라 대학은 없었다. 상위 20개로 폭을 넓혀 보면 7개가 잡히는데 이것은 작년의 반타작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공학 분야 학과들이 상위권에 있다가 모두 밀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과대학의 충성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공부는 어렵고 취업은 쉽지 않고 정년까지의 보장도 불확실하니 아예 전공기피현상마저 일어난다. 게다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으니 학교 역시 투자에 인색하다.

언제부턴가 대학이 취업의 준비기관이 됐다. 대학 나오고 대학원을 나와도 변변한 일자리 하나 가지기 힘든 세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순수 학문의 연구가 아닌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의 징검다리가 되니 학생도 학교도 공부의 열정이 식어버렸다. 세계 대학 순위를 봐도 학과 순위를 봐도, 우리나라의 성적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 학문에 투자돼야 할 자금이 다른 곳으로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과에 대한 열정이 아닌 취업고시에 빠지니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진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밤새워 공부하고 연구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선생님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학생을 만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대학의 다음 과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이 목적이고 대학이 다만 간판 따기라며 사회의 풍조를 꼬집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좀 나중에 체감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본의 아니게 학문의 편중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쳇말로 돈 되는 학문이 인기학과가 되고 이러한 학과에 더 많은 정성과 투자가 진행됐다. 실제로 의사, 판사,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인기학과에 밀려 공학과 철학, 문학 등의 학문은 찬밥이었다. 대학의 공부로 면허를 따고 전문성을 가진 일을 할 수 있거나 아예 공무원 시험으로 공무원 세계로 입성하는 것이다. 기타의 과목은 사회의 진입이 쉽지 않고 급기야 전공과 관계없는 일터를 전전긍긍하는 표류족에, 시간제 일자리에 용돈벌이로 만족하는 알바족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전공분야를 만나고 심화할 수 있는 가장 기반이 되는 지식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의 한 회사의 학과평가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를 만나기 전부터 변해가고 있는 본질에 있다. 대학으로서의 가장 기본이 변하고 있고 학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부를 한 사람들의 무궁한 발전 역량이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대학의 학문들이 별로 필요치 않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그리 많은 공부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대학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만의 생각이다. 대학은 고등학교까지의 공부와는 다른 것들을 만난다. 현실에서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배우는 이유는 바로 그 학문의 기반,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초가 반듯하면 그 학문의 분야는 물론 다른 영역에서도 반드시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근래에 부각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통섭(consilience)'이다. 16세기 이후로 우리는 학문을 점점 쪼개고 세분화해 연구했다. 그런데 이 통섭이라는 말은 이와 반대다. 전체 학문들의 지식을 총괄해 이용하는 것을 연구한다. 자연과학이나 인문학, 예술분야까지 영역에 상관없이 모든 지식을 총괄해 세상을 알아간다. 서로 다른 학문의 구분이 없이 모든 지식정보를 아울러 세상을 탐구하게 한다. 언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나라를 알고 문화를 알고 역사를 알아야 총체적 이해와 사용이 자연스럽다. 그런 면으로 볼 때 통섭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지식의 통합이라는 말로 학문의 시초부터 발단, 전개, 결과물까지의 모든 과정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시각이다. 이것은 바로 시작점이 된다.

대학의 학문의 연구는 여러 분야의 소개와 더불어 이들의 기초를 만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 따라서 대학을 취업 준비 장소로 볼 것이 아니다. 또한 직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함께 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일은 곧 삶이다. 그런데 그러한 삶을 꾸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을 만나는 대학에서 다른 공부로 학문의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그만큼 내가 살아야 할 삶의 기반을 깎아먹는 일이 된다. 이제 취업은 잠깐 고민할 것이 아닌 평생의 고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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