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전주대·강원대, “객관적 자료 확보 위해 종합 연구 기틀 마련”
경상대·충북대·인천대, “지역사회 협력 통해 공동 해결방안 모색”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적 차원의 재난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미세먼지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그래픽=오지희]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국가적 차원의 재난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미세먼지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그래픽=오지희]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은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재난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장질환 사망률은 최고 80%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영ㆍ유아, 노약자,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취약계층은 노출 위험이 훨씬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때마침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어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대책 법안 8건을 통과시켰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나갈지 주목된다. 대학가에서도 미세먼지 대응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곳들이 여럿 있다. 

■ 미세먼지 연구 통해 정책적·과학적 근거 제공 = 기본적으로 대학들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직접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정책이나 대책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은 지난 2014년 초미세먼지 진단센터를 설립하고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2017년까지 미세먼지와 관련된 종합적인 진단 연구를 진행해왔다. 여기에서는 실시간 초미세먼지를 진단하고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신소재 마스크를 개발했다. 또한 맞춤형·성능 유지형 실내공기정화 장치 등을 개발해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역점을 뒀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초미세먼지 상세 특성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데 연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자료 축적을 토대로 중국으로부터 외부 유입기여도에 대한 정확도가 향상되면 과학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기홍 초미세먼지 진단센터 센터장(지구환경공학부 교수)은 “중장기적으로는 초미세먼지의 노화(aging)에 따른 특성과 독성 변화를 연구하고자 한다. 미세먼지도 차별적 독성이 존재한다. 미세먼지의 종류와 노화 정도에 따라 독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며 “같은 농도의 미세먼지라고 하더라도 어제의 미세먼지 위해성과 오늘의 미세먼지 위해성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산 미세먼지와 한국산 미세먼지의 독성 또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최근의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젤 자동차 배출 입자가 상대적으로 가장 독성이 높았고 가솔린 자동차 배출입자, 농작물 연소 입자, 석탄 연소 입자, 도로변 비산 먼지 순으로 나타났다. 보통 특정 유기성분이나 중금속을 많이 포함하면 독성이 높아지고, 대기에서의 노화 정도에 따라 미세먼지 독성도 달라진다.      

■ 농축산계 암모니아 분석, 대기오염 관측 통해 미세먼지 원인 규명 = 전주대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학내에 연구센터를 두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에는 농업미세먼지 연구센터가 있다. 대기 중 일정 환경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암모늄염 미세먼지 전구체(황산암모늄염(NH4)2SO4, 질산암모늄염(NH4NO3), 염화암모늄(NH4Cl))의 암모니아 가스의 영향과 지역 면단위 토양 침적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NH3)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염기 가스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요 핵심 대기오염물질로 분류된다. 이런 점 때문에 온실가스(GHGs)들과 암모니아 모니터링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암모니아 관련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

전주대 농업미세먼지 연구센터를 총괄하는 이상룡 연구소장(농생명융합학과 교수)은 “우리 대학은 전라북도, 특히 농촌진흥청이 위치한 혁신도시와 전라북도청이 자리한 전주 신시가지 사이 가운데에 있다”며 “도시와 농업을 이어주는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지속가능한 농업을 약속하기 위한 농업 유래 미세먼지 저감 특성화 사업을 구체화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대에는 대기질예측연구실이 있다. 이곳은 대기과학과 환경과학 분야의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대기 관측과 모델링을 수행하는 연구실이다. 도시대기질을 비롯해 대기경계층, 재해기상, 동아시아 대기환경 등을 연구 분야로 다루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기여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 확보에 우선점을 두고 있다. 연구실을 맡고 있는 곽경환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를 분석하는 연구보다는 우리 생활권에 해당하는 주거 지역, 도심 지역, 학교 등 관심 지역마다 서로 다른 주변 환경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미세먼지 연구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직까지 국가 배출량 자료에 누락된 항목이 많이 존재하며, 국외 배출량 자료는 원하는 자료를 시의적절하게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미세먼지 예보를 담당하는 대기질 예보 시스템의 발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강원대 대기질예측연구실은 향후 미세먼지 연구에 있어 질소산화물, 오존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 지자체·유관기관과 함께 선제적 대응책 마련 = 미세먼지 문제를 지나치게 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나 삶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도 있다. 경상대 원예생산공학연구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곳은 지역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연계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학 원예생산공학연구실은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공동으로 농식품 소비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가 식품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10명 중 9명은 노지에서 생산되는 채소가 미세먼지에 노출돼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와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하에서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위해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시사점도 얻을 수 있었다.

노경덕 경상대 원예생산공학연구실 연구원은 “농산물에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고,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비한 안전한 재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로 인한 식품안전 등 2차적 피해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충북대는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 중 하나다. 이에 따라 2006년 12월 설립된 위기관리 분야의 국내 최초 대학연구소인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정부·시민사회·학계와 힘을 합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대만·포르투갈·태국·네팔 등 해외 재난관리, 안전, 위기관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객원연구원으로 참여해 공동 학술발표와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행정학과 교수)은 “신종 재난의 하나인 미세먼지 재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의 환경단체와 함께 쓰레기 소각장 문제 등에 대한 인식 공유와 토론회 개최를 통해 문제를 확인하는 한편, 재단법인 환경재단과의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공동 연구·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미세먼지 재난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거버넌스 기구인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안전충북위원회), 녹색청주협의회(행정안전위원회)와 공동 논의구조를 형성했으며, 청주시 조례에 의해 설치된 안전도시위원회를 공동 운영함으로써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대 역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조하고 있는 대학이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 여기에선 지역 환경 현안 등에 대해 지역 특성에 맞춰 능동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센터 사무국 △전문위원 △악취지원단 △미세먼지지원단과 함께 대기, 수질, 폐기물 등 환경 분야별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어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센터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매년 이와 관련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미세먼지 발생 저감을 위해 영세중소사업장 방지시설 설치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입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몽골 사막에 총 9회에 걸쳐 조림지 조성사업(77ha, 11만4000그루)을 수행한 바 있다.

김진한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건설환경공학부 환경공학전공 교수)은 “외부와의 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대학의 아시아환경에너지연구원(A.NERGY; Asian iNstitute for Environmental Research and enerGY)은 아시아 18개국과 협력해 매년 10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기후변화, 환경오염 및 관리, 지속가능발전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학술적 연구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센터장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별 저감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국가정책과 지방행정에 기초자료로 제공하고, 민·관·산·학 거버넌스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미세먼지 현안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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