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대학관점에서 본 강사법의 쟁점 고찰
[대학通] 대학관점에서 본 강사법의 쟁점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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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한양대 교무팀장
전국대학 교무관리자협의회 회장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강사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교육부에서는 TF를 구성해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시행령이 입법예고 상태이지만 앞으로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강사의 지위와 임용기준 및 절차, 면직, 처우와 관련한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새로 시행되는 강사관련 법령들이 강사 측의 요구를 중심으로 반영됨으로써 대학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2006년도부터 대법원 판례 등에서 강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됨에 따라 대학들은 강사 운영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잘 가르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중심 전임교원으로 전환을 시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강사들이 신분이 안정된 교육전담 전임교원으로 신분이 보장됐다. 그런데 이번 법령개정에서는 모든 강사의 신분안정화와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의 입장에서는 개정된 강사관련법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번 법령에서는 강사의 임무를 전임교원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가져감으로써 법적 시비가 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이에 따라 강사들은 점진적으로 전임교원으로서의 지위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대학 운영에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그동안 대학들은 학기 중에만 강의시간 단위로 계약해 임금을 지급했으나 강의가 없는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토록 함으로써 그 부담을 고스란히 대학이 떠맡게 됐다. 물론 강사들에게 방학기간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강사들의 실질적인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10년째 등록금 동결돼 왔고 그만큼 대학재정은 피폐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먼저 선행돼야 할 사항이다.

셋째, 최장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해야 하고, 이후에도 신규임용과 재임용 등의 절차를 진행해 고용 안정을 고려한 부분이다. 대학에 고용의 유연성이 없을 경우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대학 교육과정이 학생 수요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될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 새로운 학문 트렌드를 반영한 신진 인력이나 신규 과목, 융합 교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없게 된다. 결국 대학이 모든 고용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면 교육과정 개편이나 교과목의 개폐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무리하게 과거 교육과정까지 방만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넷째, 강사의 해고나 징계처분 그밖에 불리한 처분에 대해 소청심사 청구권을 보장함에 따라 전임교원과 비교해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다른 만큼 근무조건과 처우와 각종 복지에 차등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소송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결국 대학 행정업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단기간 휴직이나 병가를 대체하는 1년 미만 임용 강사에게까지도 재임용 절차보장과 소청심사 청구권이 부여됨으로써 대학이 분쟁의 장소로 변질될 수도 있다.

다섯째, 대학의 특성상 강사의 임용기간을 6개월 내외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도 1년 미만 임용사유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원의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안식년의 경우 단기간 동안 강의를 맡겨야 하는데 3년간의 재임용절차를 보장하는 강사를 임용할 대학은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강의 대체자리 마저도 강사에게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강좌가 대학 전체 강좌의 15% 이상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량해고로 대학이 의도적으로 강사고용을 축소하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그동안 강사가 대학 전체강좌의 23%를 맡아왔기 때문에 강사가 담당하던 강좌의 65%를 다른 형태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 된다. 또 계절학기, 팀티칭강의, 현장실습학기, 유연학기 및 집중학기,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현장실습형, 사회맞춤형 교육과정, 개인실기 과목 등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처럼 법률의 내부적인 모순으로 많은 강사들이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대학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동결된 등록금은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적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OECD국가 대학생 1인당 교육비의 60% 수준을 밑돌고 있다. 고등교육이 이처럼 저비용으로 운영되면 그만큼 고등교육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의 현실과 대학 구성원의 입장,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고려해 앞으로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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