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교과·수능최저 없애야 기회의 평등 구현 가능”
“학종 비교과·수능최저 없애야 기회의 평등 구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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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교육평론가, 신경민 의원 주관 정책토론회 발제
학종, 결과만 평등한 전형…대입서열 구조 개선 없인 중장기 개선 '요원'
(사진=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이 기회의 평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비교과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전형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결과만 놓고 보면 평등한 전형이지만, 기회 면에서는 평등하지 못한 전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입제도를 좇아 입시·내신에 더해 비교과까지 전형요소로 삼으면서 부모의 문화자본과 사교육의 개입 가능성을 높인 것이 기회의 평등을 망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교과를 학종에서 제외하고, 내신 압박이 큰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수능최저학력기준도 학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대입서열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논술형 수능 등의 장기적 해결책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25일 국회 1세미나실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에 대해 “‘결과의 평등’은 이뤘지만 ‘기회의 평등’은 이루지 못한 ‘이상한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학종이 ‘결과의 평등’이라 평가받는 것은 ‘균등 선발효과’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이 평론가는 “학종이 수능에 비해 일반고나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불리한 강북·지방 등에서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은 여러 통계들을 통해 입증된다”며 “이는 내신 상대평가가 선발 과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회의 측면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졌다. 학종 전형요소인 ‘비교과’ 때문이다. 이 평론가는 “부모의 학력이나 사교육의 정도에 따라 독서이력이나 수상이력 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외부 여건에 따라 성취가 다른 것은 수능이나 내신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인터넷 강의’ 등 무료이거나 저렴한 대체물이 있는 반면, 수상이력이나 자기소개서 등은 대체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적된 또 다른 학종의 문제점은 ‘복합성’이었다. 내신과 비교과에 더해 최저학력기준으로 반영되는 수능까지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수능 난도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3년 연속 사교육비가 꾸준히 늘어난 데에는 학종의 복합성도 한 몫 한 것이라며, 이러한 복합성을 철인 10종경기에 비유했다.

복합성을 지닌 채 학종이 계속된다면 부담은 가중되고, 그로 인해 컨설팅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이 평론가는 내다봤다. 특히, 문제는 ‘사전 컨설팅’이었다. 이 평론가는 “사후에 자소서 써주는 사후 컨설팅이 아닌 ‘사전 컨설팅’이 퍼지는 게 문제다. 미리 전략을 세워주는 사후 컨설팅은 허위나 대리가 아니어서 적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적대로라면 학종은 문제가 많은 전형이지만, 고교 현장과 대학가 등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평론가는 이를 ‘거버넌스’의 문제로 다뤘다. 고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의 위상이 제고되고 수업·평가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학종 입학생들이 대학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조사되자 학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할 대안으로 먼저 문제 많은 비교과와 수능최저를 학종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비교과의 경우 사교육 개입 가능성인 높아 기회의 평등을 망친다는 점, 수능은 이미 내신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였다. 

비교과를 없애야 입시가 ‘단순’해지며, 단순한 입시여야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것이 이 평론가의 주장이다. 이 평론가는 “전형 종류나 요소를 늘리는 ‘더하기’ 개혁은 혼란과 부담을 증가시킨다. 2010년대 초-중반 사교육비가 주춤해진 것은 대입과 고입에서 ‘빼기’ 개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OECD 국가 대부분은 수능과 같은 입시제도, 학교 교육 기반의 내신의 2개 전형요소로 대입을 치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방식을 좇아 비교과를 반영하면서 입시가 복잡해졌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현실적인 면을 생각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만든 1차 보고서에서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내신·수능·면접·비교과를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형요소를 너무 늘려놓은 것이다. 죽음의 삼각형을 넘은 사각형을 받아들이라는 정책은 시행 불가능하다. 비교과를 유지하기 보다는 교과로 통합시키려 해야 한다.”

단기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적 개선안으로 이 평론가가 꺼내든 카드는 ‘논술형’ 대입제도다. 논술형 대입은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언급한 방안이기도 하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입을 논술형으로 바꾸면 사교육 대란이 벌어진다.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논술은 파급력이 크다. 초중등 이상의 사교육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내신 절대평가와 이를 전제로 하는 고교학점제 역시 중장기 대안이지만, 실현이 어렵다는 게 이 평론가의 생각이다. 이 평론가는 “고교학점제 하려면 내신 절대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절대평가를 하는 순간 강남 집값은 폭등한다. 이러한 정치적 부담은 이겨내기 쉽지 않다. 전 정부에서 절대평가를 끝내 하지 못한 이유”라고 했다.

논술형 대입 등 중장기 대안들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해결책이 선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평론가는 “대학서열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성적순 선발’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가이 있다. 하지만, 대학서열은 선발과 별개다. 이미 학종으로 인해 연세대나 고려대에 떨어지고 서울대에 붙는 사례가 나오지만, 서열은 그대로다. 대학교육의 충실성과 가성비, 대학의 위치, 또래효과, 학벌효과 등이 명문대를 선호하게 만드는 구조들이다. 이는 노동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서열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타협 없이는 개혁들이 수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발제 다음으로 펼쳐진 토론의 좌장은 김두환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조훈희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장, 박병영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장,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유재 경기교육청 장학사가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단기 해결책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지만, 중장기 개선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학서열을 타파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뜻을 같이 했다. 박병영 실장은 “대입 개편이 어려운 것은 방향설정과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안을 구상하기보다는 어떤 거버넌스 안에서 논의할지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구본창 국장은 “우리 교육은 개복수슬이 필요한 4~5기 암환자나 마찬가지”라며 “개복수술이 힘들어 일단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능최저와 수상경력 등은 학종에서 제외해야 한다. 수능은 쉬운 출제 기조를 유지해야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재 장학사는 결과의 평등이 곧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란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유 장학사는 “결과가 평등하다는 것은 기회가 불평등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불평등한 기회를 받지 않았고, 그래서 결과도 평등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컨설팅 의존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왜곡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관으로 열렸다.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조승래 교육위 간사,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에 참석해 대입전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에 함께 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신 의원은 “학종은 수업이 제자리를 찾고, 교사들이 수업방식에 대해 고민해 수업을 바꾸는 등 긍정적 요인이 많은 전형이다. 하지만 부정적 요인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비가 오르고 있고, 경제 여건에 따라 진학 여건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다. 소논문을 없애는 등의 진전이 있긴 했지만, 단기적 개선방안과 중장기적 처방을 생각해야 할 때다. 논의된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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