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손 뗐지만 문제는 여전…공공기관 학종 코디 양성 문제없나?
사설업체 ‘개입’도 지적 대상, 교육-취업 모두 사설업체 몫
‘문제 키우나’…대형 프로그램 '진화' 가능성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여가부의 학종 코디 양성 시도가 논란이다. 민원이 이어지며 여가부는 현재 손을 뗀 상태지만, 공공기관의 학종 코디 양성 시도, 이에 대한 사설업체의 개입 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여성가족부가 ‘학종 코디’를 양성하는 사업에 혈세를 쏟아 부으려 시도한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사교육비 오름세로 경감 대책 등이 나오고 있고, 사설 컨설팅이 문제로 지적돼 합동 단속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사교육자들을 양성하겠다는 ‘정책 엇박자’가 벌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부모들의 오해와 민원이 겹치며 여가부는 일단 손을 뗀 상태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학종 코디를 양성하는 점, 사설업체가 교육과 취업 전반에 개입해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지적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사교육’ 문제라는데…여가부의 ‘학종 코디’ 양성 시도 = 송파여성인력개발센터(이하 센터)가 여가부의 지원을 받아 ‘학생부종합전형 컨설턴트 양성과정’을 운영하려던 사실이 밝혀졌다. 센터가 낸 공고문에 따르면, 수강생들은 무료로 내달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주 3회씩 총 10회 교육을 받는다. 교육기간 동안 학종 이해와 준비전략, 합격자 사례분석, 자소서 문항과 사례분석, 자소서 작성법과 평가 컨설팅 등을 가르쳐 학종 코디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센터는 수강 대상으로 “학종 코디네이터나 컨설턴트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제시하며 “진학 전문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란 홍보를 덧붙였다. 

문제는 이 양성과정에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센터는 서울시가 지정한 여성교육전문기관으로 여가부 등에서 위탁받은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번에 시도된 양성과정도 여가부가 운영하는 ‘여성가족부 2019년 취업성공 디딤돌 교육사업’의 일환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대표적인 ‘정책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입 개편 과정에서 학생부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데 이어 모 드라마로 인해 학종 코디네이터와 컨설팅 문제가 부각 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며 “최근 발표된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전체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실패’ 등의 성토가 일어났고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정부 부처가 학종 코디를 양성하는 데 세금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은 정책 엇박자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적처럼 사교육비는 오름세를 탄 상태다. 지난달 1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0억원 늘어났다. 이 중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입시컨설팅 및 코디네이팅 비용은 616억원이었다. 

다만, 616억원은 실제 수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조사한 컨설팅은 신고하고 운영되는 ‘합법’ 컨설팅에 한정된 것”이라며 “실제 입시 컨설팅은 매우 다양한 루트로 운영된다. 알음알음 학부모들 사이 입소문만을 통해 운영되는 고액 컨설팅들도 있다. 이러한 곳들이 포함되면 컨설팅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가 학종 코디 양성 과정을 지원하는 사이 교육부는 컨설팅을 문제 대상으로 점찍고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교육부는 올해 1월 타 부처와 함께 고액 입시 컨설팅을 점검하겠다며 합동 단속을 벌였다. 문제 되는 고액 컨설팅을 적발해 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 보면 정부 부처 가운데 한 곳에서는 컨설팅을 문제라 여기며 단속하는 새 한 곳에서는 사교육자인 컨설턴트를 양성해낸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가부 관계 없다지만, ‘자기반성’ 따른 것 아냐 = 여가부가 학종 코디를 양성하겠다는 ‘시도’는 일단 무위로 돌아간 상태다. 여가부가 사업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와 관계없는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센터 관계자도 “양성과정은 현재 디딤돌 교육사업과 무관하다.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여가부가 빠짐으로 인해 ‘정책 엇박자’나 ‘혈세’ 논란은 다소 잠잠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가부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종 코디 양성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나 자기반성에 따라 양성과정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사업에서 손을 떼기까지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센터 관계자는 “최초 양성과정의 취지는 미취업 여성을 교육시켜 취업시키는 데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 네트워크를 통해 공고문이 알려지면서 자녀들에게 컨설팅을 받게 하거나, 자녀들 컨설팅을 위해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오해가 생겼다”며 “지원자격이나 제한조건이 없는 점까지 겹쳐져 너무 많은 인원들이 양성과정에 지원했다. 15명 내외 프로그램으로 계획됐기에 모든 요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의 민원이 상당히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과정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여가부와 관계없이 컨설턴트를 양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가부가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학부모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에 불과하다. 만약 학부모 네트워크 등을 통해 양성과정이 알려지고, 이를 오해해 학부모들이 대거 지원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여가부가 지원하는 학종 코디 양성과정은 그대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가부 빠지면 문제없나? 공공기관-사설업체 학종 코디 양성 지적 여전 = 여가부가 빠졌다고 해서 문제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 지원만 사라졌을 뿐 어디까지나 공공기관인 센터가 학종 코디를 양성하는 것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센터는 “현재는 여가부가 손을 떼면서 사업의 성격을 다소 바꾼 상태다. 직업 훈련과 관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현 양성과정은 단순 교육 프로그램 정도”라고 해명했다.

‘사교육’의 개입도 생각해 봐야 한다. 본래 이 양성과정은 ‘미취업 여성들의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아무리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10회 남짓한 과정으로 미취업 여성들을 학종 코디로 취업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센터는 양성과정 내 수업과 취업을 연계하기 위해 사교육 업체에 일종의 ‘외주’를 준 상태였다. 센터 관계자는 “교육 이후 이분들을 흡수할 수 있는 곳도 필요했다. 따라서 강사들을 채용할 수 있는 회사와 연계했다. 수업과 취업까지 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본지 조사 결과 해당 회사는 사설 컨설팅 업체였다. 전직 입학사정관이 대표를 맡고 있다고 홍보 중인 이 업체는 학종 컨설팅 전문 그룹을 내세우며 성업 중이다. 결국 센터가 세웠던 최초 계획은 여가부의 지원을 받아 사설업체가 교육과 취업 모두를 책임지는 형태였고, 학부모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여가부가 손을 뗀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향후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센터 관계자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정식으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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