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 본지 전문위원, 과학재단 기초과학단장

20세기까지의 과학 발전은 각 학문 분야의 개념 정립, 원리 규명, 규명된 원리의 적용 및 산업화로 대변할 수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기존의 학문 분야의 틀을 깨는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가 대두되고 있다. 생명과학기술(BT), 정보통신기술(IT) 및 나노기술(NT)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이 그것이다. 21세기 주요 연구 분야인 뇌 연구뿐만 아니라, 유전체에 대한 연구,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연구, 인간형 로봇에 대한 연구 등에서 개별 기술들이 접목된 융합기술의 발전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의 전반부는 이들 융합기술 분야의 급속한 성장을 예견하고 있으며, 약 10년 후에는 융합기술의 결과물에 의한 시장(예를 들면, 바이오센서, 바이오칩, 나노정보저장 및 처리장치, 바이오멤스 등)은 수 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러한 엄청난 기술적, 인력적 수요가 있는 융합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 분야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가르칠 것인가가 우리에게는 미루어서는 안 되는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21세기를 이끌고 갈 융합기술을 다루는 복합학문에 대한 전문화된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복합학문의 교육 프로그램은 학문의 기반이 되는 기초 과학기술의 교육과 응용기술을 다루기 위한 다학제간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폭 넓은 학문분야를 모두 다 교육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 세부 프로그램별로의 체계화된 교육과정의 구성이 복합학문의 교육 과정상 가장 중요한 이슈라 생각한다. 복합학문의 교육에 있어서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육을 하는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합학문의 경우는 주어진 문제를 여러 가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여 해결해야 하므로, 문제중심의 연구 방법(Problem-based learning)을 통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필요한 기술도 가르쳐야 하지만 학생들의 문제점 파악이 정확한지를 판단하여 주어야 하며, 이 문제점 해결을 위한 기술들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고,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 된다. 또한 요즘과 같이 급격히 학문과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교수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교수 나름대로 자신의 학문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여야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특히 한 개인이 모든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 알기 어려운 복합학문의 경우는 이러한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 복합학문의 교육은 교육내용 또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복합학문의 특징은 대부분 실용학문이며, 실용학문의 시발점은 누군가의 요구(NEEDS)에 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산업적인 요구일 수도 있고 다양한 연구자의 요구일 수도 있다. 복합학문의 연구나 교육은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문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대학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5년만 지나면 자신이 가진 기술이 구시대의 기술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항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할 새로운 분야를 찾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수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학 전체의 구조적인 변화 또한 필요하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며, 특히 학제간의 교육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교육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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