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섭/본지 논설위원, 강남대 평생교육원장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그들이 창출해 내는 아이디어와 정보가 국가의 부가 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대학교육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다. 이에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어려운 경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 짜증스러운 대목이다. 온통 모든 교육정책이 대학입시제도 개선과 사립학교법 개정에 묻혀버렸다. 대학입시 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대학과 정부, 대학과 시민단체, 대학과 일선학교 등의 갈등 그리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둘러싼 사학법인들과 정부 여당 그리고 시민단체 등의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이래서야 항상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우리나라 대학의 세계 1백위권 진입을 볼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렇게 서로 발목잡고 갈등하고 있는 동안 이웃나라의 대학들은 새로운 개혁과 구조조정 등으로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를 보면 자율성을 쟁취하려는 대학과 공공성을 지키려는 정부 간의 줄다리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에 많은 자율성이 허용되고 고등교육법에서도 규제적인 조항들은 대폭 손질하였음에도 여전히 대학과 정부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학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그 동안 대학을 규제하고 통제하던 모든 것들을 대학에 넘겨주고 자율화하였고, 이제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것은 평가와 재정지원 기능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극단적으로 보면 아직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항상 양쪽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철로와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 정부는 정원조정, 학과개폐, 학사운영 등 많은 부분의 자율화를 추진하였고, 공공성을 저해하는 부분이나 교육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학이 자율성을 행사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아직도 대학을 불신하거나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한 나머지 대학 자율화에 인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 또한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대학 자율성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쟁취하였지만 대학 스스로가 자율을 잘못 행사하였거나 대학 내에서 분권과 자율보다는 중앙 집중과 통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구성원들이 자율을 챙기기 보다는 이해관계와 갈등에 휘말리어 자율을 체험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대학이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주어진 자율성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거나 정부가 대학을 불신하고 공공성을 빌미로 대학 자율화 추진에 인색한 것 모두가 우리나라 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만큼 대학의 발전은 지체되고 국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정부나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공신력을 제고해야 하며 대학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성을 앞세워 획일적인 잣대로 모든 대학을 제단하지 말고 개별 대학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조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입학전형제도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포함하여 대학운영과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자율성과 공공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접점을 찾는데 정부와 대학이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모든 대학들이 미래지향적인 대학의 위상(대학의 사명, 비전, 비전 목표와 발전 방향 등)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대학들이 이미 나름대로 설정한 미래의 발전 구상이나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과거 대학이 설립될 때의 건학이념과 정신 그리고 그 동안 유지 발전시켜온 전통 등도 새롭게 재조명하면서 미래를 위한 생존과 발전 전략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모든 대학들이 이러한 위상에 걸맞는 정원정책, 학생선발제도, 학사제도, 전공편제와 교과과정 등을 설정·정착시켜나가야 한다. 독자적인 위상이 설정되었다면 같은 국·공립대학 그리고 비슷한 사립대학 일지라도 이러한 제도와 정책 그리고 프로그램이 같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대학을 특성화하는 동시에 다양화하는 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입학전형제도와 방식도 모든 대학이 다르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는 자율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성취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들이 독자적인 위상을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프로그램 등을 특성화해 갈 수 있도록 과감하게 대학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 자율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자연도태될 수 밖에 없지만 대학 자율화를 저해하는 대학들은 대학사회에서 자율 규제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대학들은 정부에서도 차별화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학들로 인하여 대학 자율화가 지체되어서도 않되며, 앞서나가는 대학들이 발목을 잡혀서는 더욱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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