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세이] 진로희망을 강요하지 말자
[진로에세이] 진로희망을 강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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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모든 고등학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진로희망을 기록한다. 필자는 대학입시에서 진로희망에 대한 비중을 더 낮추어 평가했으면 좋겠다. 고등학생들이 알고 있는 사회와 직업의 세계는 아주 한정돼 있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장차 시대가 변하면서 꿈도 변할 텐데 기록내용은 과거 지향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그 기록이 바뀌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진로희망이 바뀌지 않은 학생을 더 선호하고, 진로희망이 바뀌면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대학이 많다. 그런 상황이라 고등학생들은 진로희망 기록에 부담감을 갖고 있으며 바뀌면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고 있다. 학생들을 과거 시대의 꿈에 가두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꿈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꿈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일은 아니다. 꿈이 있어야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꿈이 없어서 실패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없고가 성패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진로희망과는 상관없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상황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을 기른 방시혁 대표도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와 같은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그는 꿈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세계적인 스타를 키워낼 꿈도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순간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차선으로 타협하는 것에 분노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비행기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도 방시혁 대표와 같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라이트 형제는 자전거포를 운영하면서 비행기 발명에 도전한 무명발명가였다. 비행기 발명에 도전한 또 다른 사람은 새무얼 피어폰트 랭글리 박사였다. 랭글리 박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17년간이나 비행기를 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연구한 박사가 아니라 무명의 발명가인 라이트 형제였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먼저 발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한 가지가 발명과정이다. 라이트 형제는 불완전하게 준비돼도 비행 실험을 시도했다. 지속적으로 비행을 시도해 얻은 결과를 피드백해 개발 수준을 올리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랭글리 박사팀은 완전한 계획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전체적인 것부터 세부적인 것까지 철저하게 계획했고, 그 조건에 맞을 때에만 다음 단계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도한 후에 결함을 찾아 피드백을 제공받고 다시 시도하는 시간 자체가 길어져 라이트 형제에게 밀렸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라이트 형제의 사례를 통해서, 무슨 일이든지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고등학생들에게도 그 사례를 적용하고 싶다. 진로희망이 있어야만 되고 없으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알리바바의 회장인 마윈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계획이 없었기에 변화하는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서 성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꿈이 있어서 성공한 경우도 많지만, 꿈을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주어진 과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꿈을 이루어 간 성공자들도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기록하고, 그 희망대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장래에 가져올 큰 성공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기에 과거에 가졌던 희망과 계획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마윈처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진로희망을 기록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유익한 진로 교육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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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식 2019-04-26 08:07:35
아주 동감이 되는 글입니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