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래대학 콜로키엄] 이경민 서울대 교수 “인간 지능만의 특징, 교육 통해 문명과 기술진보 이룩”
[2019 미래대학 콜로키엄] 이경민 서울대 교수 “인간 지능만의 특징, 교육 통해 문명과 기술진보 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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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신경과 의사‧인지신경과학자
18일 열린 미래대학 콜로키엄 4주차 강연에서 이경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18일 열린 미래대학 콜로키엄 4주차 강연에서 이경민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도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5월 18일 미래대학 콜로키엄 4주 차 강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고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라는 더 큰 맥락(Context)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교수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기술의 발전 앞에서 자기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를 갖게 된 상태’라 정의했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50여 년이 됐지만,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기술 진보를 이루면서 몇몇 부분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자 인간들이 자기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포스트 휴머니즘 시대의 주요 이슈 세 가지를 소개하며 이를 미래대학들이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포함시켜야 할 사항이라 전했다. 그는 △지능 최적화로 인한 인간의 한계상황 도래 △인공지능을 통한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도전 △인간이 파괴한 환경으로부터의 탈주를 꼽으며 “이미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사항을 위시한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화되고 있다. 사회적 추세를 이해하고 커리큘럼을 짜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인간의 지능이 가진 특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간과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지능과 비교해 설명했다. 호두를 까먹는 어미 침팬지를 관찰한 영상을 보면, 침팬지가 돌을 사용해 호두껍질을 까는 과정은 인간의 기술 활용 방법과 동일하지만 침팬지는 의도적으로 ‘교육’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질 중 하나는 상호주관성이다. 한 개인이 가진 지능은 개인으로서 가진 것이 아닌 인류로서 가진 것이다. 이것이 극대화 돼 교육을 하고 사회를 구성한다. 침팬지에게서는 관찰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실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어린아이와 침팬지에게 상자에서 사탕을 꺼내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 뒤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처음에는 속이 보이지 않는 상자를 주면서 사탕을 꺼내먹을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실험대상에게 가르친다. 그 다음에는 모든 과정이 동일하지만 상자가 투명하다. 이때 상자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실 사탕을 꺼내먹는 방법은 처음 알려줬던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됨을 알 수 있다. 침팬지는 투명 상자를 보고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사탕을 꺼내먹지만, 아이들은 처음에 배운 대로 보다 복잡한 방법을 선택한다. 침팬지가 인간보다 효율성에서 앞선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침팬지의 지능이 인간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실험에 대해 이 교수는 “인간이 다소 복잡하고 번거롭더라도 처음 배운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피교육자가 가져야만 하는 특질이다. 효율적이든 아니든 배운 것은 우선 따라 해야 교육이 일어난다”며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에 이런 상호작용이 인간사회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문명이 탄생, 발달하고 기술진보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침팬지의 지능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지능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언어적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언어적 능력은 언어가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언어지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온라인’으로 경험한 사실을 ‘오프라인’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언어지능을 통해 인간은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되고, ‘공동표상’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개념의 범주화가 가능하고 관계성에 대해 인식해 요소를 일정하게 배열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것도 언어적 능력으로 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능력을 총괄할 수 있는 능력도 인간에게서 두드러지는 특질이다. 기억능력, 수리능력, 음악성, 신체적 능력 등은 동물들에게도 상당한 부분이 발견되지만 이 모든 능력을 동원하는 ‘인지조절능력’은 인간에게서 특히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단위의 능력들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서 두드러진다. 한 단계 더 높여 스스로 이러한 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리플렉티브 마인드(Reflective Mind)’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다양한 인간 지능의 특질과 학자들의 여러 상충된 의견을 설명하고, 인간 지능 진화의 추세에 대해 “진화는 개체를 계속 생산해내고 개체 간 변이와 반복을 통해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종의 변화”라며 “인간은 개체 간 변이가 충분히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다. 곧 교육시켜야 할 환경 변이가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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