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평가 받는 대학 정당한가?” 교육부에 불만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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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 개최… 120여 명 참석
대학평가, 재정지원사업, 고등교육재정지원 등 다양한 질문과 의견 쏟아져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가 12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전국 대학 기획처(실)장 12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김준환 기자]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가 12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전국 대학 기획처(실)장 12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전국대학교 기획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하계세미나에서 대학들은 교육부를 향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로부터 정부의 고등교육예산 확충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재부가 뒤늦게 불참 의사를 통보해 ‘돈 줬으니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가진 기재부의 평가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가 12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전국 대학 기획처(실)장 120여 명이 참석했다.

원래 이날 하계세미나는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실 국장이 나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하기로 했으나 실질적 논의를 위해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전에 지회별 의견을 모아 지회별 대표가 나서 최은옥 국장에게 질문을 하면 답하고 이후 플로어에서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본격 질문에 앞서 최 국장은 “대학혁신방향이나 3주기 대학진단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각 대학 처장님들이 주신 의견이 정부정책 방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강의가 아닌 토론 중심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는 방향과 대학이 자체 혁신 방향을 만들고 정부는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 대학평가제도 일원화 시기적으로 아직 어려워 = 가장 먼저 대학평가와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됐다. 김병주 영남대 기획처장은 “교육부와 대교협 TF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인증평가와 기본역량진단평가 통합가능성을 모색했으나 인증평가는 패스(pass), 페일(fail) 개념이고 기본역량진단평가는 점수화하는 차이가 있어 통합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정리돼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며 “통합이 불가능한 게 확실한지,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듣고 싶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TF에서 심도 있게 여러 차례 논의했는데 평가의 일원화가 가능한지 구체적인 지표로 들어가 검토했다. 가장 큰 차이는 기관평가인증의 경우 5년에 걸쳐 대학별로 시기를 선택해 패스(pass), 페일(fail)로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평가해 재정지원을 한다든지 결과를 활용하는 진단평가와 큰 차이가 있다”며 “대학의 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방법론으로 보면 2개의 평가 간에 비슷한 평가요소를 쓰는 부분이 꽤 있다. 2021년 진단을 해야 하는데 올해 늦어도 9월까지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2개의 평가를 일원화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봐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주기 진단평가에서는 공통지표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같은 산식을 써서 공통지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일원화 방향dl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일원화를) 모색하고 있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중장기 교육정책 마스터플랜, “대학과 교육부 함께 고민하자” = 류준경 성신여대 기획정보처장은 구체적인 문제보다 큰 문제를 언급했다. 교육부가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대학들은 평가 항목을 어떻게 조정하고 진단 지표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그때 그때 수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가령 PRIME사업만 하더라도 다양한 취직 자리를 만들기 위해 당시 다양한 학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하면서 융합교과를 만들다보니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학과를) 자르고 뭉치는 등 감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대해 최 국장은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 국장은 “대학이 진단이나 재정지원사업 지표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한다”며 “대학이 사업별로 대응하다보니 대학평가 부담도 크고 시너지도 나지 않는다. 이번 정부 들어 큰 예산 사업을 통폐합했다. 일반재정지원사업을 통폐합하고 LINC와 BK만 남아있다. 지금은 유턴한 상황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마스터플랜을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최 국장은 진단 지표에 대해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진단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교원확보율이다. 수도권과 지방대 만점 기준이 다르다”며 “가령 연구중심대학들도 진단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교육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 여건과 과정을 본다. 진단 지표를 통해 대학발전방향에 드라이브 거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진단은 최소한 교육여건 지표라고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마련에 사회적 합의 있어야 = 오병석 협성대 기획처장은 지속적 대학지원 방향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오 처장은 “소규모 입학정원을 가진 후발대학은 재정여건이 너무 어렵다”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 지속적‧안정적으로 대학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오 기획처장의 지적에 대해 최 국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이 대학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은 사회적 합의를 모아 제도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지난한 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돈을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합의를 해주는 합리적 방식이 돼야 한다. 교육부도 노력할 테니 여기 계신 처장님들도 여론 형성을 위해 같이 애써달라”고 주문했다.  

김윤기 한밭대 기획처장이 3주기 기본역량진단의 구체적 목적이 무엇인지와 왜 3년 단위로 진단을 고집하는지 묻자 최 국장은 “진단에 대한 방향이 확정돼 있지 않다. 아이디어를 줬으면 좋겠다. 현재 1년 반이 지났다고 하는데 지표에 따라 다소 다르다. 최대한 빨리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수도권 쏠림 갈수록 심화… 정원 외 문제 개선해야 = 지방대 입장에서 바라본 문제점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전호민 초당대 기획연구처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지방대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낸 지표가 있으면 이런 내용을 지표로 넣었으면 좋겠다”며 “지방대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이 상당히 많은데 입학정원을 줄이면 지방대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국장은 “2주기 진단에서 진단지표는 대학발전계획, 교육과정 운영, 여건 지표(교원확보율‧학생충원율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3주기 진단에서 교육과정 충실성과 특성화 운영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두고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학생 선택권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정원 외 문제 개선은 검토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연단에서 나온 마지막 질문은 평생교육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기획처장은 “고령화로 인해 평생교육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앞으로 평생교육시장이 고등교육분야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관계나 입장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 질문에 최 국장은 “정부는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을 통해 20여 개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수준을 넘어 학령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을 통해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다만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다른 학생과 같이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평생교육의 취지와 맞지 않다. 전담과정 개설‧운영이 바람직하나 주말이나 야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교육부 향해 작심 비판… “대학에 등급을 매겨 평가하는 게 정당한가” = 연단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이후 플로어 질문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나왔다. 특히 안선회 중부대 기획처장은 “올해 1월부터 기획처장을 맡았는데 대학교수로서 회의감과 모멸감이 든다. 여기 계신 분들은 교육부에 대한 분노가 있을 것”이라면서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안선회 기획처장은 “교육부로부터 각종 사업과 평가에서 A‧B‧C 등급을 받는데 매년 등급을 나눠 대학을 평가하는 게 정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교육부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어떻게 중앙관료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유초중등교육 분야에선 이러한 재정지원방식은 상상할 수 없다. 경상비는 증가하고 실험실습비나 기자재 확충을 못 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 내년초에 있을 3주기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매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에서 뭐라고 얘기하는지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불만감을 표출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대학관리 행정체계를 지역대학으로 돌리는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지방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재정교부금 틀 속에 대학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또 개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대학이 지방재정에 편입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이러한 논의를 성명서를 통해서라도 어떻게 공론화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 방안(류동민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과 ‘대학 재정의 현황과 과제(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소장)’를 주제로 특강이 진행된 이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전국 대학교 기획처장들은 정부를 향해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대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정적인 대학재정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즉각 제정하고, OECD평균 이상 학생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보장 및 GDP 증가율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하게 만드는 근시안적 평가를 줄이고, 대학을 감독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동반자로 인식해 대학교육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는 대학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철폐하고, 교육용 자산에 대한 각종 세금 부과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문후속세대가 위축되지 않도록 강사법 시행에 따른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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