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깊이 있는 사유와 날카로운 언어감각의 비평가 유종호의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됐다. 월간 〈현대문학〉과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에 연재한 글들을 선별해 묶은 이 책에는 현 시대의 당면 과제를 직시하게 하는 비판적 통찰과 노년의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담겨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그 이름 안티고네》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지혜와 깨달음들을 기록한 1장부터 사회에 대한 높고 낮은 목소리의 발언의 2장, 문학과 인문학에 관련된 이야기의 3장, 개인의 과거 경험담의 4장까지 다채로운 내용의 산문 41편이 실렸다.

노년의 지혜를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역설적 어조로 시작된 1장은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것을 배워 보태며 늙어가고 있다”라는 B. C. 6세기 아테나이의 현자 솔론의 말처럼 노년의 아름다움, 노년의 깨달음 뒤에 오는 지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독방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면서도 군중 속에서 완전해지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감정,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장이다.

전방위적 분야에 대한 심도 높은 분석과 경험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의 통합적 이해와 사유를 고취시키는 완숙한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는 유종호의 이번 저작은 난경의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전하는 그의 위로와 희망, 당부의 메시지이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서, 삶이 가리키는 궁극적 진실에 가닿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와 정신의 집약체라 해도 무방하다. 또한, 과거를 분석해 내일을 전망하고 현재에 빗대어 어제를 성찰하는 노비평가의 섬세하고 면밀한 이 기록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방대한 지적 세계와 그가 살아온 궤적, 균형감 있는 삶의 태도를 실감케 하며, 큰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인생을 충분히 보아온 사람의 원형은 언제까지나 진실이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될 지혜와 도덕 그리고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주옥같은 글이다. (현대문학 /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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