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훈 널스노트 대표, 웹툰 ‘리딩널스’ 작가(조선간호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 웹툰 ‘리딩널스’ 작가. (사진=본인 제공)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 웹툰 ‘리딩널스’ 작가.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가 알려진 이후 다양한 해결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태움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하는 간호사가 계속 나타나고 있고, 간호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간호사 태움 문제를 병원의 간호사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나선 이가 있다.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다. 그 역시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으로, 현장의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2018년 10월 널스노트 팀을 꾸렸습니다. 전에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었는데 당시 함께 일하던 친구와 함께 시작했죠. 널스노트는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업무내용과 교육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병원 사람들과 업무 내용을 자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오성훈 대표가 연재하는 SNS 웹툰 '리딩널스'
오성훈 대표가 연재하는 SNS 웹툰 '리딩널스'

오성훈 대표의 목표는 널스노트를 통해 신규 간호사가 업무 부담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무의 난이도와 근무 환경 때문에 신규 간호사가 적응 과정에서 그만두면 업무가 가중돼 다른 간호사나 의사, 환자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병원 내에서 간호사 간 소통 도구가 기존 SNS밖에 없다는 점에 간호사들만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태움 문화의 근본적 원인은 인력구조에 있습니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간호사 1명당 환자 수가 10명이 넘기도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고, 업무 범위도 넓어지죠. 알아야 할 게 많아진단 뜻입니다. 신규 간호사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군대도 다녀왔고 간호사도 해봤는데, 둘 중 간호사가 더 힘들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 우리의 목적은 간호사들이 잘 적응하고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그만두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널스노트에서 간호사, 간호사를 꿈꾸는 이들이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하고요.”

간호사로 근무하기 전에는 SNS에서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주제로 한 웹툰 ‘리딩널스’를 연재해 동료 간호사는 물론 간호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그의 SNS 팔로워 수는 약 3만 2000천명으로, 올린 게시물 수만 570여 건에 달한다. 그가 이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이 돼준 든든한 지원군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다.

“제 SNS에 ‘간호사의 인수인계장’을 콘셉트로 한 짧은 글을 일기 형식으로 올린 것이 시작입니다. 인수인계장을 줄여서 인계장이라고 하는데, 다음 교대자에게 근무 중 있었던 일을 인계장에 남기거든요. 글로 연재하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손재주가 있는 여자친구에게 그림을 부탁했어요. 여자친구도 그림을 전공한 것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잘 못했는데 점점 실력이 늘었죠. 신입 간호사 때부터 느꼈던 것들을 올리고 간호사의 애로사항을 학생이나 발령대기 중인 간호사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가 이처럼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방황하던 시기, 무모한 도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모 콤플렉스에 삶의 목표도 뚜렷하지 않던 그는 막연하게 간호학과에 진학했었다. ‘간호학과 꼴등’이란 결과는 당연했다. 그러다 문득 ‘한번 태어났는데, 세상을 가치 있게 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이왕 간호학과에 왔으니 대학 병원에 입사해 생명과 관련된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깨달음은 그의 인생 전체를 바꿔놓았다.

“생각이 바뀌니까 모든 게 바뀌더라고요. 멋지게 살겠다고 마음먹고 전과 달리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의료봉사나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혼자 종주를 하기도 했어요. 한 강연에서 누가 자전거 종주를 한 이야기를 듣고 자극을 받았죠. 자전거도 없었고 자전거를 평소 타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삼촌께 자전거를 빌려서 그 강연자처럼 저도 혼자 자전거 종주를 했습니다. 이 힘든 것을 한번 경험했으니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 기억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죠. 이후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대학병원 간호사도 됐고 또 웹툰을 연재하다 이제는 창업을 하게 됐어요. 20대에 벌써 이런 경험을 하고 결과가 나오는데,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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