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인간관계의 휴식기
[대학通] 인간관계의 휴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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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상담원

좋든 싫든 인간관계에는 휴식기가 온다. 원하지 않아도 오고, 방학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대학생활은 같은 동네에서 지내며, 부르면 달려올 수 있는 사람들과 1년 내내 함께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어디에선가 각자 살다가 서로 다른 이유로 한 학교에 모여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그런 면에서 대학은 외롭다. 다음 학기 수업에 함께 다닐 사람, 점심을 먹고 시험 준비와 조별 과제 등에 도움이 될 사람 등을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도 에너지가 빠지는 일이다. 그런데 그 관계에도 여전히 변동이 많다. 친하게 지내던 동기나 선후배가 휴학을 하기도 하고 군대를 가며, 학교를 그만 다니기도 한다. 연애하는 사람이 생기면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방학이 되면 본가로 돌아가거나 아르바이트, 여행, 인턴생활 등 다양하게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에 놓인다.

A는 여러 동아리와 학과, 소학회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한다. 되도록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이 술자리에 부르면 귀찮더라도 빠지지 않고 간다. 가끔은 내가 호구인가 싶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면 좋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편이다. 어느 날 힘든 이야기도 잘 나누고 친했다고 생각한 학과 사람에게 비수가 꽂히는 한마디를 듣는다. 회의감이 확 하고 몰려온다.

B는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삼삼오오 그룹이 생긴 것 같은데, B는 그렇지 않다. 먼저 나서서 말을 거는 일은 도저히 못하겠다. 일단 소규모로 어울리는 사람이 있으니, 한편으로는 더 이상 관계가 늘어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 간혹 무리 지어 다니며 깔깔깔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혼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울컥하기도 한다. 그래도 더 이상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싫다.

A와 B는 서로 다른 이유로 인간관계에 휴식기를 선택한다. 혼자라는 기분과 상처받았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지만 이번 일을 기회 삼아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 말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나도 대화에 한마디 끼고 싶어 흥분을 잘 한다. 그러다 보면 말실수도 많고, 지나고 나면 눈치가 보인다. 때로는 주변 사람의 작은 행동에 상처받아 꽁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몸으로 소화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쳤고, 많은 날들을 실패하며 종종 휴식기도 거쳤다. 이러려고 사람들을 만났나, 후회도 하고 화도 났다. 때로는 소화불량에 체증이 가라앉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중요한 것은 싸우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느냐, 유지하고 싶으냐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그 기준에 따라 도저히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면, 소심해서 과감하게는 못하기 때문에 천천히 인연의 줄을 놓으며 관계가 소원해지게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내가 반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A와 B 그리고 나 역시도 한편으론 외로우면서도 인간관계를 맺으며 애정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내 노력이 겨우 이것밖에 안 됐을까 싶고 쉼 없이 달렸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한번쯤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좋든 싫든 인간관계에는 휴식기가 온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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