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지역 균형 발전, 열린 대학으로 풀어나가자
[리더스칼럼] 지역 균형 발전, 열린 대학으로 풀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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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영 강원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학은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 전망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우려하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인구 감소’가 아닐까 싶다. 당장 내년부터는 대학의 모집정원보다 입학자원이 부족해지며,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인 지방도시와 농어촌 지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은 대책 마련을 위한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역소멸과 붕괴, 황폐화라는 말들이 거론될 정도다.

정부에서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가장 핵심적인 정책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지난 1월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의결하고 오는 2022년까지 17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최근 대학이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대학주도 성장을 통해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대학위기 극복과 지역소멸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도시 발전은 그 지역에 소재한 대학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문의 장’임과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많은 청년 인재들을 지역으로 유입하고 미래사회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지역의 핵심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대학이 지역인재를 키우고 키운 인재를 다시 지역에서 흡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이 가진 강점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지원은 물론,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지역 기업체가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해 지역사회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 정책도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지역대학을 수도권 대학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보다는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학이 잘하는 것을 발굴하고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역 실정을 잘 알고 역량을 갖춘 지역대학에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변혁의 시대를 맞아 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 지역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

특히, 대학의 유휴자산을 활용해 지역맞춤형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과 지역주체들이 협력해 지역 재생, 귀농·귀촌, 문화·복지 서비스, R&D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면 지역은 더 이상 해결해야 할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신성장 동력 창출의 핵심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강원대는 캠퍼스에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고 지역의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산·학·연·관·군(軍) 협력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춘천캠퍼스에 조성된 ‘캠퍼스 산학단지’는 기업과 예비창업인, 구직자가 서로 소통하는 창업, 일자리 창출의 거점으로, 200개 벤처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며, 15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건물이 있다. ‘KNU 스타트업 큐브(KNU Startup Cube)’라고 이름 붙인 이 건물은 다소 투박한 모습의 외형과 달리 내부에는 세미나실, 강의실, 공연전시실, 사무기기실, 네트워킹실 등이 조화롭게 배치돼 눈길을 끈다. 특히,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동부전선을 지키는 군장병 70명이 드론, 3D프린팅, App 개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의 첨단기술을 배우고 있다.

강원도와 육군 2군단, 강원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강원 열린군대’ 프로그램으로, 대학이 보유한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군 장병들에게 첨단기술 교육과 향후 창업까지 지원하는 혁신적인 사업이다.

현재는 컨테이너 40여 개를 추가로 배치해 ‘컨테이너 창업마을’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창업마을은 학교 구성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창업자들에게도 모두 개방한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주민이나 학생이 이곳에 입주해 교류하고, 각종 시설을 공유하며 창업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곳이다.

또한, 강원대만의 상생형 산학협력 모델인 ‘아이디어 랩(Idea Lab)’은 기업의 원천기술 확보와 대학의 연구인력 배출을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학교는 뛰어난 학생을 산학장학생으로 뽑아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업은 이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기업들에는 학내 연구공간을 배정하고 멘토 교수진을 구성해 적극 돕고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기업들의 경쟁력은 커지고, 원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는 양질의 취업을 기대할 수 있다.

삼척과 도계캠퍼스는 지자체의 정책 수립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삼척시에서는 대학에 지역협력관을 파견해 주 2회 학내에서 근무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사업을 밀접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학축제와 지역축제를 결합해 추진하거나, 삼척시가 추진하는 행복주택의 일부를 기숙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특히, 도계캠퍼스는 복합교육연구관 건립을 비롯해 강의시설과 학생생활관을 도심지역으로 옮겨 ‘한국형 대학도시’로 만드는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계읍내 종합강의동 운영,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오픈클래스 개설, 초·중고생을 위한 지역 유소년축구교실과 집중영어캠프 등을 통해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통일한국의 중심대학’을 비전으로 선포한 강원대가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통일교류 협력사업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평화지역(DMZ 접경지역) 지자체와 MOU를 통한 남북 교류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남북교류협력 아카데미 강좌와 함께 대학원에 평화학과 과정을 개설해 공무원, 기업, 군인, 주민들 등 다양한 학문 수요자에게 통일과 평화에 대한 지식·정보를 전수하고 평화학을 재정립해 통일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지역기업, 주민들과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도서관의 오래된 자료와 서적, 스포츠센터의 체육시설과 캠퍼스 둘레길, 문화공연, 평생교육강좌, 어학프로그램 등 대학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무형의 자산들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때, 지역사회도 대학의 발전을 위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지역의 최고 상품이 되려면 주민들이 대학에 자부심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함께 걸어가야 미래가 된다. 대학과 지역사회는 서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 관계다. 이미 대학생들의 열정과 창의력은 지역을 되살리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때, 함께 더욱 새로워질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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