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책] 대학사회는 감정문화가 부재한 공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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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 블로크 지음, 김미덕 옮김 《열정과 망상》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통제, 권위로 덮인 학계라는 조직에서 작동되는 여러 감정, 내부자가 되기 위해 따르고 익혀야 하는 느낌 규칙과 감정 관리, 그 속에서 확인되는 구성원들의 관계와 감정의 미시정치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다

저자 샤를로테 블로크는 감정사회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며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의 명예 부교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에 대한 관심이 조직 동학의 중요한 면을 살펴보는 데 얼마나 큰 통찰을 주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덴마크 학계 위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이 사회적 유대와 권력 관계 및 위계, 미시정치와 학계 경력의 편입과 배제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이 책은 “학계는 감정 문화가 부재한 공간인가”라는 질문과 대결한다. 현대 사회에서 학계 또는 대학사회에 대한 통념은, 훈련된 합리적 연구자들로 가득 차 있고, 중립적 시선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뛰어난 학문적 연구성과를 창출해 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50여 명을 인터뷰하여 분석한 학계의 모습은 다르다. 학계에는 자부심, 기쁨, 화, 수치심,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웃음, 시기,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학계 구성원들은, 오늘날 어떤 사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경쟁 속에서 온갖 불안함과 감정에 휩싸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숨기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 학계의 모습은 ‘불유쾌하고 독살스러운 직장’이다. 그러나 많은 학계 성원들이 학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학계에 여러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분노, 실망감, 체념, 시기, 슬픔, 좌절감과 함께 연구와 협력에서 나오는 열정, 기쁨, 만족감 등이 있는 것이다.

학계 구성원들은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유머를 활용하고, 동료들과 유머를 공유하며 함께 웃는 순간을 즐거운 순간들로 묘사한다. 또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 동료와의 교우, 학문적인 환경이 주는 영감 등이 학계 생활의 풍요로운 요소라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은 ‘여러 느낌의 공존’이라는 학계의 감정적 톤을 묘사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대학에서 경쟁적 투쟁을 증가시킨다고 서술한다. 한국의 학계에서는 강사법 개정 후 ‘강화된 경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강화된 경쟁은 학계 구성원만의 조건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오늘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학계 구성원들이 사회,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타인과 동료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갖게 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익숙하게 느껴진다.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또 동료들과 협력해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은, 부단한 감정노동을 하도록 강요되는 인지자본주의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열정과 망상’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살아가고 변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갈무리 / 1만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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