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 보복에 구원 투수로 나선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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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원천기술 개발 지원 위해 전·현직 교수들로 구성된 ‘자문단’ 속속 마련
각계·단체 “경제도발 즉각 철회하라” 한 목소리
정부도 교육지원 등 움직임…‘반도체 전문가’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단기 성과에 급급…기초학문에 과감히 투자해 원천 기술 확보해야”
서울대 공대 정보공학부 실험실
서울대 공대 정보공학부 실험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대학가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학과 연구소가 전문팀을 구성하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역량 강화를 돕겠다”며 발벗고 나서는가 하면 지역 대학이 모여 협업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 일본에 기댔던 소재나 부품·장비산업 분야 등 핵심인재 양성을 적극 추진하고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도모하고 있다.

■ ‘자문단’‘지원부’‘연구단’ 구성하고 기술개발 지원 등 나서 = 개별 대학으로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카이스트는 반도체·에너지·자동차 등 주요산업 분야의 핵심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KAMP; KAIST Advisors on Materials & Parts)’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일본이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직후다. 자문단은 카이스트 전·현직교수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유력한 1194개 품목 중 159개 소재·부품 등 관리 품목과 연관된 중견·중소기업의 애로기술 개발지원과 자문에 응한다.

서울대 공대도 국내 기업의 소재 기술 국산화를 돕는다. 공과대 교수 320명으로 구성된 특별자문단을 운영하고 당장 공급 안정화가 필요한 100대 품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대는 공대 교수 120여 명 중심으로 기업의 부품 국산화를 돕기 위해 기술국산화지원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포스텍은 외국 의존성이 높은 소재·부품 분야 기업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소재·반도체·철강·에너지·통신 분야 교수 10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풀을 마련하고 중소·중견기업 애로 기술 자문역을 시작했다.

연세대는 산하 공학연구원 소속 7개 연구소와 3개 연구단, 이과대학 자연과학연구원 등의 교수 185명이 참여하는 특별 기술지원·연구단을 구성했다. 기술지원·연구단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기계 △로봇·인공지능 △에너지·환경 △바이오·의료 등 5개 분과로 나뉜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부품·장비 약 60개 품목에 대한 기술지원에 집중할 예정이다. 로봇·인공지능, 에너지·환경 등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단순한 기술 자문을 넘어 기업과의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에 나설 방침이다.

한양대는 총장 직속의 지원단 ‘한양대 기술자립화지원단’을 설립했다. 서울캠퍼스 반도체·에너지·디스플레이·자동차·전기전자·부품소재·기계부품·화학생물소재 등 8개 분야 공과대학과 자연과학대학 교수를 비롯해 ERICA캠퍼스는 전기전자와 부품소재·기계부품·화학생물소재 등 4개 분야에 공학대학과 과학기술융합대학 교수 등 300여 명이 참여한다. 일본의 핵심부품 수출규제로 발생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핵심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 대학 간 연구소 협업 등 기술지원에 지역대학 ‘맞손’ = 지역대학도 뜻을 모았다. 대전충남지역 총장들은 충남대에서 ‘일본 경제침략 대책마련을 위한 대전충남지역 대학총장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학 간 연구소 협업을 강화하고 △국가적 대일 소재분야 대응 방안 △지역 대학교수들의 연구력·기술력 활용 방안 △지역 강소기업 협업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대일무역갈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지역대학총장들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 등 경북 지역 5개 대학도 공동으로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할 특별전담팀을 구성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금속 등 관련 기업의 긴급 기술을 지원한다.

■ 규탄 성명도 봇물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8일 전국 국·공립 대학교의 1만8000여 교수들을 대표해 일본의 대한민국 수출 규제 조치 및 수출 간소화 대상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부당한 조치들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교련은 “치졸한 일본의 경제보복에 굴복하지 말고 온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슬기롭게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면서 “이 위기를 오히려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형적 성장에만 급급해 중요한 원천 기술의 확보와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에 소홀했는데 지금부터라도 기초학문에 과감히 투자하고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작성해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의 대학교수들도 아베 내각을 향한 공동전선에 동참하고 나섰다. 경남지역 각 대학 소속 교수 80여명으로 구성된 ‘경남지식연대’(공동대표 최상한 경상대 교수·장동석 경남대 교수)는 12일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도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대학생들은 지난달 3일부터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과 광화문 유니클로 앞 등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각계의 움직임도 이어진다.

소재·부품·장비산업 핵심인재 양성 계획 등 정부 교육방향 제시 = 교육부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9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에 대한 교육·사회 분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 분야 등 핵심인재 양성 계획(안)’이다. 이번 방안은 소재·부품·장비와 신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부처별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와 신산업 분야의 신속한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3·4학년 대상 해당 분야 연계·융합전공 과정을 신설한다. 대학이 해당 분야 등 연계·융합전공 과정을 신설할 경우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와 연계하는 방안도 나오며 대학가의 이목이 쏠린다.

이공계 분야 혁신인재 양성방안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산업 현장 수요와 동향에 대해 진단한다.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안)' 논의를 통해 계기 교육, 동아리·캠페인 등 체험 활동을 통한 역사교육도 활성화한다. 대상은 초·중등학생으로 2019년도 2학기 개학 이후 시행된다.

최근 이뤄진 개각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경제보복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반도체 전문가라는 점에서다.

이같은 대학가의 적방위적인 지원 움직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일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원단을 꾸린 카이스트에는 10일 간 100여 곳의 기업에서 기술지원 문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100개 정도의 기업에서 문의가 이어졌으며 현재(16일)까지 19개 업체가 공식 문건을 보내왔다”면서 “기술검토를 통해 당장 기술도움을 줄 수 있는 4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 교수와 업계 담당자가 교류를 통해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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