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감] 외고·국제고 설립취지 이탈? 폐지 주장 나오지만 ‘근거 빈약’ 
[2019 국감] 외고·국제고 설립취지 이탈? 폐지 주장 나오지만 ‘근거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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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국제고는 비판 대상, 과고·영재학교는 칭찬 대상?
자사고로도 번지는 비판, 우수자원 선점? 과고·영재학교 더 문제
외고·국제고는 어문계 진학 필수? 인문사회계도 설립취지 충족 가능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제시된 이래 꾸준히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외고·국제고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문계열 진학자가 외고의 경우 40%에 그치고, 국제고는 그 절반도 되지 못하는 등 본 취지를 잃었기에 일반고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고나 영재학교가 이공계열 진학률 90% 내지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대비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정부가 교육 수요자들을 무시하고 ‘불도저식’으로 추진하는 외고·국제고 폐지 논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인문사회계열까지 고려하면 외고는 90% 이상, 국제고는 80% 이상이 엇나간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5년마다 이뤄지는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가 있지만,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일괄 폐지를 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장은 ‘지원사격’에 불과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관측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할 시 정부가 ‘폐지 대상’으로 점찍지 않은 영재학교에 대한 비판이 커진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영재학교는 ‘특차’ 성격의 고교 입시까지 시행할 정도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10% 가까운 의학계열 선택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수 자원을 선점한다는 문제에서도 과고·영재학교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외고·국제고 취지에서 벗어났다? 어문계열 진학률 저조 지적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2016~2019(학년) 외고·국제고·과학고·영재학교 대학 진학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외고와 국제고의 동일 계열 진학률이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인 2019학년 외고는 40%가 어문계열로 진학했으며, 국제고는 외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8.2%만 어문계열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학년에는 외고 31.9%, 국제고 16.9%로 어문계열 선택비율이 더 낮았지만, 외고의 경우 2018학년 40.1%, 2019학년 40%, 국제고의 경우 2018학년 19.1%, 2019학년 18.2%를 기록한 것을 볼 때 최근 들어 어문계열 선택비율이 조금 높아졌고, 이러한 수치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어문계열을 선택하지 않은 외고·국제고 학생들은 대부분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외고 졸업생은 적게는 46%에서 많게는 53%가 인문사회계열을 택했다. 어문계열 선택비율이 외고보다 낮은 국제고는 그보다 많은 60%에서 63%의 학생들이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 사례처럼 외고나 국제고를 나와 이공계로 진학하는 일은 드물었다. 2019학년 기준 외고에서는 1.6%, 국제고에서는 2.8%만이 이공계열을 선택했다. 2016학년 외고는 5.3%, 국제고는 6.9%의 이공계 진학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볼 때 이공계가 아닌 어문계열이나 인문사회계열을 택한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외국어 인재를 기른다던 학교들의 어문계열 진학률이 이처럼 저조하다며, 외고·국제고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성적 우수학생을 선점하면서 사교육 과열,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등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고교체제는 교육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지역 교육감 재량이 아니라 국가 정책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5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문사회계 진학은 취지 미달성? 의대 진학 영재학교가 더 문제 = 문제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인문사회계 진학이 취지에 어긋났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데다 사교육 유발이나 우수학생 선점 등의 문제는 외고·국제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고교 진학시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곳은 영재학교·특목고·자사고 등이다. 특목고는 외고·국제고 외에도 과고·예고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마이스터고도 특목고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이들 학교 가운데 외고·국제고를 비판한 것과 달리 과고·영재학교는 추켜세웠다. “외고·국제고와 달리 과고 졸업생은 매년 약 90.6%가 이공계열로 진학한다. 의대 진학률은 2~3%에 불과하다. 영재학교도 90% 가까이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장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9학년 기준 과고는 96.7%, 영재학교는 89.4%로 90% 이상 이공계에 진학한다는 주장 자체는 맞다.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9학년 기준 과고에서 의대로 진학하는 수험생은 1.7%로 2%를 밑돌았지만, 영재학교는 아니었다. 영재학교는 2016학년 9.3%의 의학계열 진학률을 보인 데 이어 2017학년 8.8%, 2018학년 6.9%, 2019학년 8.1%로 꾸준히 전체 학생 중 10%에 가까운 인원들이 의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고와 달리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은 ‘사회적 문제’로 여겨진다. 현재 전국 8개 과학영재학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에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상당수 투입되고 있다. 고교 입시에서도 다른 고교들에 앞서 모집하는 ‘특차’ 성격의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특혜’까지 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의대 진학자가 꾸준히 나와 문제시 되자 입학 단계에서부터 의대 진학 시 장학금 등을 환수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계열 선택을 놓고 ‘설립 취지’를 논하기 시작하면 영재학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외고·국제고에서 인문사회계를 택하는 것이 문제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외고나 국제고 학생들이 오로지 어문계열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라며 “국제통상 등의 상경계열은 물론이고 인문사회계 전반에 외국어를 배우고 국제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른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재학교 입학 단계에서부터 의대 진학에 대해 경고를 하는 것과 달리 외고·국제고 진학 단계에서 인문사회계 진학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교육계의 지적처럼 외고·국제고에서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하는 것을 문제시하지 않는다면 설립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다. 두 학교유형에서 어문계열과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더하면, 2019학년 기준 외고는 91.8%, 국제고는 81.1%가 설립 취지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는 과고·영재학교에서 이공계열을 선택하는 비율과 근본적으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할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외고에서의 이공계열 진학이 ‘옛날 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고 교사는 “외고·국제고 등에서 ‘이과반’이 활발히 운영되던 시기가 있지만 2010년대 초중반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1.6%와 2.8%라는 이공계 진학률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기 어렵다. 장학금 환수 등의 조치가 있는 영재학교에서도 8% 이상의 학생이 의대를 선택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자사고 왜 비판받나…우수학생 선점? 과고·영재학교도 자유롭지 못해 = 계열별 진학현황을 놓고 비판을 가할 때 자사고는 제외된다. 외고·국제고·과고 등의 특목고, 영재학교와 달리 문·이과를 모두 보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우수학생 선점’을 논리로 외고·국제고와 더불어 자사고를 일반고 전환 대상으로 언급했다. 따로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8년 기준 서울지역 내 일반고에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20% 학생이 18.2%뿐이었지만, 자사고는 36.3%라는 자료를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과고·영재학교’가 걸림돌이다. 과고만 하더라도 자사고는 물론 외고·국제고에 비해 우수하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특차’ 입시를 치르는 영재학교는 내신성적이 상당하지 않고서는 지원을 염두에 두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이처럼 과고·영재학교 역시 우수자원을 상당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우수자원 선점을 학교 존폐를 가를 문제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김 의원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여 외고·국제고는 설립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보더라도 자사고는 이러한 비판에서조차 자유로운 상황이다. 

■‘무리수’ 주장 왜? 고찰없이 ‘정치행위’에만 몰두하는 교육위원들 = 이처럼 김 의원의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한 얘기들로 점철돼 있다. 외고·국제고 진학자가 오로지 어문계열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빈약하거니와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도 석연찮다. 우수학생을 선점한다는 주장은 과고·영재학교를 유지하고,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전환 절차가 있음에도 ‘일괄전환’을 주장하는 것 역시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자사고·특목고 등은 5년마다 운영성과 평가를 거쳐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통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데 법을 바꾸면서까지 일괄 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주장은 교육적 성찰 없이 ‘정치논리’에 따라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고교 교장은 “외고·자사고를 없애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앞서 빠져 나가면서 일반고나 자공고가 느끼는 박탈이 크다는 의견들도 많다”며 “자사고의 입시 위주 교육과정 등을 지적한다면 모를까, 과고·영재학교에도 동일하게 지적 가능한 문제들을 근거 삼아 폐지를 논하는 것은 도리어 폐지 반대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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