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봉쇄 방침에 '다른 장소 없다' 맞서

연세대(총장 정창영)가 14∼17일 '8.15 민족대축전' 행사 주최 단체가 요구한 참가 단위별 집회와 숙박장소 제공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양측의 마찰이 예상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본행사가 열리는 상암월드컵 경기장과 가깝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연세대를 최적의 장소로 꼽고 있지만 학교측은 면학분위기 조성과 시설물 보호를 이유로 장소 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8.15민족대축전 참가자는 13일 오후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통일선봉대 환영식을 연 뒤 14일 새벽 연세대로 이동, 숙박할 예정이며 14일 밤 '반전평화 결의의 밤' 행사를 시작해 15일 오전까지 연세대에 머무를 예정이다. 일부 참가 단체는 15일 밤을 연세대에서 보내고 16일까지 학교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 측은 물론 재학생 대부분이 과거처럼 학교가 당연히 시민사회단체의 집회나 행사 지원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반대한다"며 "일단 정문을 봉쇄하고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정문 봉쇄에도 행사 참가자들이 학내 진입할 것에 대비해 졸업식이 열릴 대강당과 공사 중인 백양관, 실험기자재가 있는 실험동 등 몇몇 학내 주요 시설물에 대한 출입을 막고 순찰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행사 주최측은 연세대에 오는 인원이나 제공을 원하는 장소조차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그저 '협조바란다'고 통보해 왔다"며 "행사 참가 단체가 많다보니 학내체류 기간도 '중구난방'인 데다 책임자도 뚜렷하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 차원에서 후원하는 행사라면 학교를 빌려 진행하는 '80년대식' 행사보다는 숙박시설 같은 제반 여건도 '세련되고 높아진 문화수준에 걸맞게' 갖춰야하지 않겠느냐는 것. 이 학교 총학생회 측도 "방학이지만 학생 상당수가 학교에 나와 각자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학내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교시설을 전용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8.15행사 참가자의 학내 진입을 반대했다. 주최측 역시 연세대가 아니면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학교 측의 불허 방침에도 연세대 내 행사개최와 숙박을 할 예정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통일연대 측은 "연세대를 이용하는데 별다른 불상사나 학교측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다른 장소를 물색해 봤지만 적당한 대안이 없는 만큼 광복 60주년을 기념하는 범국민적인 축제에 연세대가 협조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 시설보호요청을 받은 경찰은 "장소 제공 여부는 당사자끼리 결정할 문제"라며 "시설보호요청이 접수됐다고 해서 무작정 경찰력을 배치할 수는 없고 다만 양측간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중재역할을 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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