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중반기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교육 분야 국정운영 실적은 그야말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두 달 여 동안 온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조국사태는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없는 갈등의 늪으로 끌고 가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언론은 연일 조국장관 딸 조민양의 동양대 표창장, 서울대 인턴증명서 위조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을 밀착 보도하고 있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교육개혁을 향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조국사태 이후 불거진 입시의혹과 관련해 '대입제도 전면 재검토'와 '입시공정성과 고교서열체계 검토'를 지시했다. 당정은 서둘러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해 ‘학생부종합전형 개선’과 ‘고교서열화 해소에 대한 개혁’ 방안을 11월까지 결론을 낼 것임을 밝혔다.

다른 한편 학종 자료를 통해 자사고, 외고 출신 학생을 많이 뽑은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도 발표됐다. 이들 가운데는 학종을 늘려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방침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잘했다고 재정지원까지 받은 대학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정부가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준도 없이 이리저리 정치상황에 휘둘리는 모양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교육현장에서는 정부의 단발적이고 임기응변적 정책에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국사태에서 보듯 우리 교육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미 ‘계층 이동 사다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오히려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기회에서의 평등, 과정에서의 공정, 결과에서의 정의”가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허구(虛構)였고 거짓이었음이 판명됐다. 이쯤 되면 우리 교육이 뭔가 중병(重病)에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상황을 초래한 정치권과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독점권을 내세우며 교육정책의 단절 현상을 가져온 책임이 있다. 이른바 교육을 진영논리에 가둔 책임이다.

반면 교육부는 정치의 시녀답게 정치상황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정책을 남발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을 중병에 걸리게 하는 데 ‘정치권은 주범(主犯)이요, 교육부는 종범(從犯)’인 셈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교육의 탈정치화와 교육부의 기능 재편에서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서둘러 할 일이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교육정책의 지속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지금처럼 사회경제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교육문제를 단발적 대증요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고질화된 병소를 뽑아낼 수 있는 보다 심층적이고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출범 초기 교육정책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며 ‘중장기 교육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국민적 참여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대로 하면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국가백년대계 기구를 설치해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하고, 임기응변적인 교육정책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

조국사태는 두고두고 우리 사회에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두 달여 동안 국민들의 혼을 빼앗아 놓은 이 소동 속에서도 건지는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교육개혁에 대한 초심을 기대한다. 그 가운데서 우리나라 교육의 X,Y 좌표가 새롭게 그려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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