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임계점 도달, 등록금 인상 못하면 고등교육 ‘붕괴’
대학 재정 임계점 도달, 등록금 인상 못하면 고등교육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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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록금 인상 결의, 재정난에 절박감 토로
반값등록금정책에 정부 지원 규모 미흡, 등록금 인상은 ‘선택’ 아닌 ‘필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모습(한국대학신문 DB)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모습(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대학 재정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정책에 입학금 폐지, 학령인구 감소,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규모 OECD 평균 이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요원이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다. 문제는 재정난이 대학 경쟁력 저하와 대학교육 황폐화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고등교육 붕괴와 국가경쟁력 추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대한민국 대학의 미래, 국가의 미래에 청사진이 없다.

교육부 불이익에도 사총협 등록금 인상 결의 =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이하 사총협)는 15일 웨스틴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제23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 사총협은 결의문에서 “지난 10여 년 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은 황폐해졌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총협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도 심대히 훼손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이에 사총협은 대학교육의 내실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0학년도부터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반값등록금정책과 함께 2011년부터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공고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을 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2019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2.25%다.

그러나 무늬만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허용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 대상 제외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등록금 인상 시도에 따른 여론의 후폭풍도 대학들 입장에서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총협은 결의를 단행했다. 재정난이 부른 절박함이다.

재정난 가중, 미래전망 먹구름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이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실제 서울 소재 A 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2011년 2779억원에서 2017년 2217억원으로 562억원 감소했다. 지방 소재 B 대학은 2011년 1277억원에서 2017년 1073억원으로 등록금 수입이 204억원 줄었다.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먼저 입학금 폐지가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를 추진, 국공립대는 2018년부터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고 사립대는 2022년까지 입학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러나 사립대 기준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 재정 감소 규모는 총 2109억2000만원(대교협 자료)이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60%대다. 재정난에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면 치명적이다.

이성은 대교협 연구1팀장은 “2020년과 2021년 입학생 수 감소로 사립대 1교 평균 등록금 수입이 2년간 21억1400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지원 규모 미흡,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요원 = 반값등록금정책으로 대학 재정난이 가중되고, 입학금 폐지와 학령인구 감소로 3중고가 예상되지만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규모는 여전히 미흡하다. ‘OECD 교육지표 2019’를 보면 2016년 대한민국의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대학) 단계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는 5.4%로 OECD 평균(5.0%)보다 높았다. 하지만 GDP 대비 공교육비에서 정부 재원은 3.8%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대학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대학의 정부 재원 비율은 0.7%로 OECD 평균(0.9%)보다 0.2%포인트 낮다. 민간재원 비율은 1.1%로 OECD 평균(0.5%)보다 많이 투입됐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고등교육 재정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민간 부담은 크고, 정부 투자는 저조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회 입법 절차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총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반값등록금정책 폐기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여론 눈치 보지 말고 등록금 자율 인상 허용 필요 = 문제는 재정난이 교육 여건 악화와 국가경쟁력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교협 분석 결과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는 직접교육비에 해당된다.

또한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지표 상황을 보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낮은 현실이 대학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40위 안팎을 유지하던 IMD 대학교육경쟁력평가 순위가 최근 53위까지 하락했다”며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고등교육 및 훈련’ 부분 순위가 2011년 17위에서 2017년 25위까지 추락했다. ‘교육시스템의 질’에 관한 평가에서는 순위가 55위(2011년)에서 81위(2017년)까지 급락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정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붕괴되고 국가경쟁력은 브레이크 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정책이 폐기될 가능성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규모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될 가능성도 사실상 낮다. 결국 등록금 인상이 최적의 대안이다. 이는 사립대를 위한 선택과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학습권 강화와 국가를 위한 필수과제다.

물론 적립금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적립금은 대부분 목적성 기금이고, 당장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적립금을 사용한다면 미래의 안정성이 훼손된다. 박동순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은 “대학 재정난을 거론할 때 사립대 적립금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사립대 적립금은 상위 20개 대학이 대학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마저도 건축·장학 등 용처가 정해져 있어 재정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 대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통해 등록금 수준을 결정한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률과 등록금 인상분 사용계획을 합리적으로 제시하면 등심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등록금 인상 대란을 지레 우려할 이유가 없다. 정현철 한양대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률은 등심위에서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의 입장은 등록금 인상 불허. 문재인 정부의 중점추진 정책 1순위가 등록금 부담 경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는 대학의 현실보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사총협의 결의가 대학들의 절박함을 방증한다. 대학의 경쟁력과 미래를 위해,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위해 대학들이 최소 법정 인상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 정현철 기획처장은 “이대로 가다간 대학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인상 요구는 당연하다. 대학은 오랫동안 (등록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나 교육당국은 등록금 문제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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