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방안 공청회, 학생 항의·교수 퇴장에 사실상 수포

동국대 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 이지희 기자)
동국대 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이지희 기자] 동국대학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본부가 학과구조개편계획을 담은 대학혁신방안 수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 학교 구성원들은 대학본부의 일방통행과 밀실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학본부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대학혁신방안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학생들의 항의와 교수들의 퇴장으로 공청회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동국대는 대학혁신방안을 두고 한동안 내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는 11일 대학본부 주관으로 교내 본관 중강당에서 ‘지속 가능한 동국 발전을 위한 대학혁신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참여 대상은 교수들. 하지만 공청회 이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통해 “학교가 학생의 참여는 배제하고 있다”며 공청회 무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예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비대위원장은 “학교의 불통행정과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한다”면서 “학교가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학부제를 되살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학과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원점부터 논의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동국대 대학본부는 9월부터 학사구조개편 논의를 시작, 대학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모집단위 광역화 모델. 즉 현행 16개 단과대학을 5대 계열(인문·사회·자연·공학·예체능)로 광역화하는 것이 골자. 이에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생 의견을 배제한 채 학과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정도 동국대 차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문구조개편이 밀실행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학생이 참여하는 공청회가 진행돼야 한다. 학생을 중심으로 학문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본관 앞에서 공청회장으로 이동했다. 윤성이 총장의 설득에도 불구, 학생들이 항의를 지속하면서 공청회가 30분가량 지연됐다. 그러자 동국대 교수협의회가 학생들의 항의에 동참했다. 급기야 “학생들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교수들이 대거 공청회장에서 퇴장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과 조율이 다 된 내용인 줄 알았는데 현장에 와보니 그렇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에도 대학혁신방안 내용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공청회가 갑작스레 진행된 것도 그렇고, 형식적인 공청회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퇴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시위에 공감하며 공청회장을 대거 빠져나가자 윤성이 동국대 총장(맨 왼쪽)을 비롯해 일부만 남아있다.(사진 = 이지희 기자)
교수들이 학생들의 시위에 공감하며 공청회장을 대거 빠져나가자 윤성이 동국대 총장(앞줄
맨 왼쪽)을 비롯해 일부만 남아있다.(사진 = 이지희 기자)

교수들이 대거 퇴장했지만 동국대 대학본부는 공청회를 강행했다. 동국대 대학본부는 학사구조개편 방안의 배경으로 △학령인구 절벽 △교육부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대응 △주요 대학의 학사구조 변화 등을 꼽았다.

김승용 동국대 기획처장은 “2024년까지 전체 학생이 줄어들고 그 수는 서울 수도권 76개 대학을 다 합친 규모를 넘어선다. 서울 소재 대학이 증발한다는 의미다.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동국대도 쓰나미를 비켜갈 수 없다. 교육부의 혁신지원 방향과 대학기본역량진단 발표에서도 나타나듯이 대학 정원(감축)을 강제하지 않겠지만,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사구조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동국대 대학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모집단위 광역화 모델 도입 이후에도 모든 학과가 100% 계열별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 70%는 기존 학과에서 정원을 유지하고, 30%는 계열별로 입학정원을 통합 모집한다. 또한 동국대 대학본부는 과거 학부제로의 회귀 우려 의견에 대해 학생의 소속감 부재, 높은 중도탈락률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임을 강조했다. 예외는 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입학정원을 정하는 학과나 특성화 전략에 따라 별도 모집단위를 유지해야 하는 학과다.

공청회가 우역곡절 끝에 진행됐지만 교수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실제 공청회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동국대 일산캠퍼스 관련 질의 외에 추가 질의가 없자 공청회가 그대로 종료됐다.

한편 동국대는 교수 대상 공청회에 이어 18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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