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6백년 학생기숙 전통 이어야”

6백년 전통의 유생기숙사 ‘양현재’를 둘러싸고 성균관대와 종로구청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종로구청이 지난 1월 양현재를 운영하는 성균관대 측에 문화재 보호를 목적으로 2월 15일까지 자진 퇴거할 것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성균관대의 요청으로 3월 말까지 퇴거가 연기된 상태다. 조선 초부터 유생들의 기숙사로 쓰였던 양현재는 사적 143호 서울문묘일원 문화재이며, 현재 양현재에는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학생 48명이 28개의 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중 반 이상이 지방 학생이어서 유예기간 없는 퇴거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성균관대 학생들이 머무는 전통을 이어온 양현재가 논란이 된 것은 성균관 내 시설이 국가소유임에도 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의 실태조사 후 결국 지난 1월 퇴거지시가 내려지게 됐다. 이번 퇴거지시에 대해 양현재 사무조교 금종현군은 “수십 년 동안 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기거하는 전통을 이어왔는데 갑작스런 퇴거통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현재의 학생들은 매년 유교행사를 개최하고 유생들의 사회풍자극 ‘유희’도 공연해왔다. 양승권 양현재 재감은 “양현재 거주 학생들은 과거 유생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학생들의 생활 자체가 문화재의 명맥을 잇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청 관계자는 “난방기구 사용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 등이 있어 퇴거지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현재에 기숙 중인 한 학생은 “양현재를 비워두면 오히려 문화재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유생기숙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문화재는 더 빛을 발한다”고 주장했다. - 양현재는 어떤 곳? 사적 143호 문묘일원의 문화재. 조선시대 성균관은 강의실에 해당하는 명륜당, 도서관인 존경각, 기숙사인 양현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균관의 부속건물인 양현재는 동재와 서재로 나뉘어져 있으며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유생기숙사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 대유학자들이 기거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구한말까지 유생들이 머물렀던 양현재는 일제시대에 문을 닫았다가 성균관대가 설립되면서 1960년 부활해 현재는 유교동양학부 장학생들이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