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깍듯한 '전관예우'...관학유착 불러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사립대학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교육부 관료와 사학의 유착 의혹이다. 교육관련 단체 및 사립대학 구성원들은 이러한 관·학 유착으로 인해 사립대학 관련 정책이 왜곡되고 있다며,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7월 광주지검은 교육부 재직 중 대학설립 허가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교육부 서기관 김모씨를 구속했다. 또한 2001년 6월 수원지검은 대학 이사장 시절 등록금 횡령과 교비의 목적외 사용 혐의로 당시 국회의원을 기소하면서 그의 부친이 교육부 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교육관련 단체와 대학구성원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뇌물을 통한 교육관료와 사학의 유착 관계는 서로간에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찰 수사나 대학 관계자들의 양심 선언이 있기 전에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밝혀진 관?학 유착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이들과 경우는 다르지만 교육관료들의 사립대학 취업도 유착 의혹의 한 형태로 거론된다. ◆밝혀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사립대학 및 사립전문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육관료 출신은 모두 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임시이사로 재직 중인 인사 12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직위별로는 법인이사가 27명(32.9%)으로 가장 많고, 교수 26명(31.7%), 직원 14명(17.1%), 총장 또는 학장 7명(8.5%), 법인감사 5명(6.1%), 법인이사장 3명(3.7%) 순이었다. 대학별로는 4년제 대학에 법인이사 12명, 교수 19명, 직원 9명 등 45명이었고, 전문대에는 법인이사 15명, 교수 7명, 직원 5명 등 37명이다. <표 참조> 특히 82명 가운데 18명은 현직 근무 또는 퇴직 전후로 사립대학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사립대학 출근 전날까지 교육부 및 소속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취업한 대학은 전북과학대, 추계예대, 오산대, 경희대, 혜전대, 백제예술대, 천안대, 포천중문의대, 성균관대, 김포대, 경동정보대, 계명대 등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사립대로 자리를 옮긴 시기는 1995년 이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대학간 경쟁과 평가가 본격화되던 때다. 한편, 사학에 근무하고 있는 관료들 가운데는 퇴직하고 사립대학에 취업한 인사들과는 달리, 채용(고용) 휴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인원도 9명에 달했다. 이들은 04년 현재, 홍익대, 명지대, 이화여대, 한양대, 인덕대, 상명대, 건국대, 한양대, 인제대 등에 근무 발령이 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7조 제2항과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은 “교육공무원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지정하는 국내의 연구기관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채용되거나 연수하게 된 때” 휴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이들의 사립대학 진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퇴직 다음날부터 사립대 출근 교육관료들의 사립대 취직에 대해 일부에서는 ‘뇌물 등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어서 유착이라 하기도 힘들고, 법적 하자도 없을뿐더러 교육기관 실무 경험을 살려 사립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대는 93년 정권 교체와 더불어 대학 이전을 추진하던 때와 맞춰 교육관료 출신인 장○○씨를 교수로 임용했으며, △B대는 97년 일반대로 전환된 다음 1천여명의 정원 증원 및 증과 시기에 맞춰 98년 3월 1일부터 교육부 교원정책과장 출신인 김○○씨를 교수로 임용했다. 이 외에 △C대도 대학 설립해인 97년 8월 7일부로 역시 김○○을 채용하여 교학과장에 임용했으며, △D대는 이사장의 공금횡령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 및 교육부 감사 시기와 때를 맞춰 00년 교육부 차관출신인 이○○씨를 이사장으로 영입했고, 01년 교육부 지방교육기획과장이던 곽○○씨를 법인 이사로 영입했다. 이들 대학의 사례를 보면 단순한 취업이라기보다는 대학 당국이 적극적으로 영입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박사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채가 아닌 대학본부 차원의 영입 형태로의 채용은 교육부 관료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원리와도 위배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 공직자윤리법 개정해야 교육관료들과 사학의 유착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매우 힘들다. 형태도 다양할뿐더러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드러난 문제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또는 영리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공무원이 ‘비영리기관’인 대학에 취업한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다. 그러나 퇴직 교육관료들의 사립대학 취업은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제1조)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던가 아니면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불합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부패방지위원회가 3월 13일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은 퇴직 후 1년 이내에 산하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공기업 임원 선임 절차 및 예산집행 투명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정부 부처에 권고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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