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겸임교수

‘코로나19’ 사태로 경북 성주군청의 한 공무원이 과로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점점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대한 침투력은 사스(SARS)보다 적게는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까지 강력하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밀접하게 접촉하면 감염될 위험이 매우 크다.

전국의 모든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고, 학원도 휴원을 권고받았으며, 각 개인은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은 개인 간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모든 집회나 종교 행사를 취소하라고 한다. 이미 2월에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였던 대구 신천지 교회와 병원, 학원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였으며, 3월에도 비슷한 집단 감염된 경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와 종교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모아 집회를 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다.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임에서는 안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에 의하면, 막연한 희망과 낙관론은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냉혹하고 공포스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였던 미 해군 장군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과의 대화의 내용을 정리해서 명명한 것이다. 스톡데일은 1965부터 8년간 ‘하노이 힐턴’ 포로수용소에 수감 되었다. 그는 포로들을 통솔하면서 포로들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많은 포로가 죽었고, 스톡데일은 살아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짐 콜린스는 수용소에서 견디지 못한 사람과 스톡데일이 어떻게 견뎠는지를 물었다.

스톡데일은 사람들을 가르는 것은 난관의 존재가 아니라, 인생의 불가피한 난관에 대처하는 방식이라는 내용의 대답을 했다. 포로수용소에서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자신은 다 같이 언젠가 포로수용소에서 나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의 냉혹함을 보지 않고 희망만을 가진 낙관주의자들은 자신이 희망한 것만을 기다리다 상심해서 죽었다. 반면 스톡데일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였다. 언젠가 나갈 것이지만 이번 크리스마스까지는 못 나갈 거 같으니 그에 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스톡데일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교훈입니다.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 결단코 실패할 리는 없다는 믿음과 그게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규율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공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지녀야 하지만, 동시에 눈앞의 현실 속에 있는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규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다.

20세기 초에 어느 대도시에 콜레라가 만연되었다. 한 과학자가 실험을 통하여 물이 병균이 감염되었다는 것과, 물로 병균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는 온 도시 사람들에게 반드시 끓인 물을 마시라고 경고하였다. 시민 대부분이 그 과학자의 말을 검증할 수 없었지만 신뢰하였고, 그 과학자의 경고대로 실천하여 생명을 구하였다. 그런데 그 과학자는 콜레라로 죽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경고했지만, 자신은 끓이지 않은 물을 마셨던 것이다. 정말 쉽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생긴 비극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가 급속히 전파되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 하지만 낙관론도 많다. ‘나’는 감염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낙관론은 현실에서 잠시 위안을 줄지 몰라도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각이나 희망을 모른다. 조건만 맞으면 사람을 감염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막연한 낙관주의보다, 안전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잡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여 규율을 지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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