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온라인 수업, 정치권은 ‘낙관’? 학급당 학생수 적다며 긍정 반응
정치권 ‘막말’에 쏟아지는 ‘질타’, 일방적 교사 희생만 강요하나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에 이어 초·중·고에서도 시행될 온라인 수업에 대한 여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놓고 학교 현장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처음 시행되는 온라인 수업 준비에 혼란상이 극심한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 수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며 낙관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진 못할망정 온라인 수업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정치권의 발언에 질타가 이어진다. 

29일 코로나19 대책 관련 당·정·청이 모여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초·중·고 개학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관련 내용들을 풀어놨다. 

설 위원은 교육청의 입장과 행안부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논의한 결과 내달 6일 학교 개학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개학을 결정하는 것은 이른 조치라는 데 뜻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단, 무작정 개학이 연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업 시수 문제와 대입 일정 등 산적한 문제점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개학을 미룬다면, 올해 한 학기가 전부 사라질 수 있다. 수시모집과 수능, 정시모집 등의 대입 일정도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당정청은 결국 초·중·고에도 대학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학을 무기한 늦출 수 없는 사정상 일단 온라인을 통해 개학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대학들이 개강을 했지만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을 실시 중인 것처럼 학교 등교는 추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설 위원은 “개학을 하되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수업 시수 문제, 수능 (등으로 인해) 무작정 늦출 수는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고3 또는 고교부터 시작해 개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어진 발언이다. 설 위원은 맞벌이 가정, 재택수업으로 인한 수업 시수 확보 등의 적절성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갑작스레 ‘학생 수’를 언급했다. “학생 수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 한 학급당 30명 내외이기 때문에 담임교사, 교사들이 고생스럽겠지만, 1대 1로 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설 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정치권의 ‘막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교실에 모아놓고 수업을 해도 모든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장에서 수업을 실제로 진행해 봤다면, 저런 발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 준비가 처음이라 학교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라고 설 위원의 발언을 지적했다. 

실제 학교들은 처음 맞이하는 온라인 수업을 앞두고 막막함이 크다. 그간 해보지 않은 수업 방식이기에 수업 제작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을 듣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출석 체크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등 풀어내야 할 난관도 다양하다. 설 위원이 언급한 1대 1 질 높은 원격수업을 만들겠다며 교육부가 27일 ‘운영 기준안’을 내놨지만, 더 구체적인 방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수’를 언급하며 사태를 낙관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 정치권의 발언이 달가울 리 없다. 

설 위원의 발언이 정치권이 학교현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잘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고교 교장은 “교사들의 ‘고생’을 운운하는 발언은 교사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춰져 염려스럽다. 현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권의 눈은 교육당국의 계획이 합당한지, 실현 가능한 것인지 등을 살피고 지적하는 데 맞춰져 있어야 한다. 교사들의 희생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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