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헌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교수

채상헌 교수
채상헌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정지’시키고 있다. 각 대학들도 코로나19로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다. 개강 연기를 5월 중순까지 예상하고 있지만, 어쩌면 한 학기를 넘어 간헐적인 사태 추이에 따라 길게는 1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정지’시킨 대학에는 요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선 예기치 않은 온라인 강좌로 ‘마이크 대란’을 겪고 있다. 학생들과 대면 수업이 어려우니, 고육지책으로 영상강의를 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 만만치 않다. 각 학교마다 새로 수백여 개 마이크 세트를 급하게 구비하느라고 난리였다. 갑작스러운 예산 문제도 그렇고, 구입할 마이크도 부족한 실정이다.

어찌 마이크가 준비되면 이제 교수들의 몫이다. 사이버대학 교수가 아닌 다음에야 영상강의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의 눈빛이 아닌 카메라의 깜빡거리는 녹화 램프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그리고 교실 강의라면 한두 번 실수로 웃고 넘기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있으면 학생들에게 확인해보라고 은근슬쩍 넘기던 사소한 것들이 더 이상 사소한 것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대충 절반쯤 될 거야’ 하고 넘어가던 것을 영상으로 남는 온라인 강좌에서는 ‘2018년 기준 47%’라고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온라인 강의는 교실수업 50분 분량을 25분에 맞춰 정제된 핵심 지식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따른다. 그동안 꾸준히 강의 개발을 해두지 못한 일부 교수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셈이랄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고 작성, 촬영, 편집까지 25분 분량을 만드는 데 25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마이크 대란을 겪는 교수들은 학생들이 북적이는 강의실이 몹시도 그립다.

그동안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수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미 댓글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은 오히려 이러한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댓글로 소통하며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시대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학생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훨씬 양방향이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묻는 것에 대답한다고 소통은 아니다. 온라인 강의를 해보면 훨씬 많은 학생들이 댓글창에 표현을 한다. 질문과 대답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정말요?’ ‘신기해요’ 심지어 ㅋㅋㅋ같은 댓글 반응들은 넘쳐 난다.

직접 얼굴을 보는 눈빛 소통보다 댓글 소통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심지어 액정화면을 통해 서로 온기를 주고받기도 하는 것 같다. 요즘 세대의 소통 방식이 여기에 와 있으니 학생들과의 소통 불량을 이유로 내세울 수는 없다. KAIST에서는 내년 1학기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까지 자동으로 추출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고 한다.

한편으로, 코로나 19가 가져온 마이크 대란이 대학과 교수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학의 현실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의식이 상당하다. 당장 2021학년도는 입학생 약 42만 명이 부족하다. 곧 대학의 25%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대학이 좀 더 교육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100세 시대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 가운데 한 가지로 평생교육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이제 교수들이 카메라 마이크에 좀 더 친숙해지고 보기 쉬운 영상에 지식을 입힌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교육 수요층과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100세 시대의 대학 교육서비스는 편리성이 가장 큰 요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 다양한 수요층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대학의 캠퍼스는 크게 확장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는 조속히 종식돼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강이 늦춰지면서 떠밀려 시작한 영상 교육이 국민들에게 편리하게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카메라 마이크 앞에 선 교수들의 새로운 시도가 더 넓게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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