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인 견제 교수 권익 보호 활동 앞장
교수노조 합법화 선행, 법안 개정 '시급'
"미래 교육 이끌어 갈 혁신 플랫폼 되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교수노조는 ‘선비 정신’과 ‘정신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공동체다.” 본지는 지난 달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한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의 방효원 위원장을 만나 사교조 설립의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방 위원장(중앙대 의과대)은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과 대학평의원회 의장을 오랜 기간 맡은 바 있으며, 학내·외적으로 사학법인을 견제하고 교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해왔다.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하지 않는 교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교원’을 규정했다. 여기서 교원은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국회에 올해 3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법규 개정은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대학들은 12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과 구조조정, 산업구조의 변화, 학령인구 감소로 고통받고 고등교육 경쟁력 약화에 처한 상태다. 사교조는 사립대학의 현실을 직시하고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학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창립됐다. 특히 ‘사립학교법’과 이를 악용한 사학법인의 활동을 사태의 주요 문제로 보는 동시에, 이를 묵인한 교수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탄생의 변을 창립총회에서 밝힌 바 있다.

방 위원장은 사교조의 첫 위원장직을 맡으며 “이른바 사학법인의 ‘갑질’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교수들이 많고 그분들을 대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노조의 합법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관련 법안의 제대로 된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사교조의 의견이다.

방 위원장은 정년을 4년 남겨둔 교수이기도 하다. 후학 양성과 연구로 바쁘지만, 사교조 창립과 더불어 개정안 통과를 위해 사교조 창립 멤버들과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연구년이라 사교조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어보였지만, 그 길은 이때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라 떨리는 것도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합법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에 개정안이 ‘어떻게’ 통과될지가 관건이다. ‘무더기 처리’ 되는 법안들 사이에 끼어 교원노조법 제2조에 고등교원을 포함하는 안과, 개별단위대학 노조설립을 가능하게 해주는 안만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 위원장은 “교수 개인은 정당 가입이 가능한데, 아이들이 아닌 성인을 교육하는 ‘교수노조’는 정당 가입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은 교수‘노조’ 타이틀을 얻더라도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다. 방 위원장은 “교원노조법 자체가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며 “대학교육 업무 자체가 강의·연구·산학협력·지역 사회봉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단순 교육업무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인 교수가 파업할 때 학생들의 지지가 없으면 할 수 없다”며 사학법인보다 학생들의 판단이 더 무섭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교수답지 않은 노조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방 위원장이 걱정하는 ‘엉터리 개정안’은 실질적이고 활발한 노조활동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20대 국회 임기 안에 합법화가 되면 노조원을 모으기에 쉬울 수 있겠지만,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제도’도 빠질 가능성이 크다. 조직이 큰 노조라면 조합비로 전임자의 임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한 번 통과되면, 1년 동안 같은 개정안으로는 재개정을 신청할 수 없다. 방 위원장은 “1년 이상 엉터리 법안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9월이나 10월에 제대로 처리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교수들의 이권만을 챙기고자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중등 교원의 임금에도 못 미치는 고등교원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지만, 이 부분도 황폐해진 ‘고등교육 정상화’를 향해 가는 여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교수노조가 항상 사학법인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며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가 하는 사업이 잘못되었다면 학교와 힘을 합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위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대학 서열화’, ‘대학 길들이기’라는 부분에서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며 예를 들었다.

방 위원장은 “정년이 보장돼 있고, 학교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들이 젊은 후배 교수들을 위해 조합원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선배 교수들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노조에 들어가서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조에 들어가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란 의미다.

방 위원장은 “사교조가 단순히 교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고등교육 혁신과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혁신 플랫폼이 될 미래를 꿈꾼다”며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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