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전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장)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전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장)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전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장)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산업과 직업의 생성과 소멸이 빨라지는 데 비해,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과학기술의 급속하고 획기적인 발전으로 AI, big data, 3D프린팅, IoT 등 융합기술이 확산되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과 문화 등이 변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융합이라는 속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그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직무역량과 고용구조의 급속한 변화로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이나 직업능력을 갖추는 노력도 부단히 그리고 더 많이 경주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변화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역량, 직업기초능력, 기본기를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변화되는 기술, 지식, 문화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적응력(transferability)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지식과 기술 습득에 기초가 되는 STEAM(과학, 기술, 공학, 인문학, 수학)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전직과 이직이 빈번해지면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교육이나 학습은 학령기 학교 교육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지속돼야 하는 개념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가속적으로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성인이 돼서도 기술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게다가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연장되고 있어서 일과 학습에 종사해야 하는 시기가 길어지는 추세다. 평생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으며 평생교육의 유형 중에서 특히 직업교육이 더욱 핵심적인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평생직업교육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속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개인의 직업능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원하는 일자리로의 고용가능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를 완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과학기술의 가속화된 발전은 일자리 자동화 증가와 소득 격차 등을 가져오고 사회적·경제적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평생직업교육은 주요한 불평등의 심화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거나, 사후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희망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공평한 역량개발 기회 제공은 소득 불평등과 교육기회 불평등에 따른 보완제가 될 것이다. 누구나 능력을 인정받고 공정하게 대우받는 공정사회 구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교, 기업, 정부, 교육수요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평생직업교육 협력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school-to-work, work-to-school 체제가 활성화되고, 개개인의 다양한 성공 경로를 보장하는 체제가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부는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의 교육대상자를 성인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수행해오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은 이제까지 고졸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직업교육이 성인학습자를 주요 교육대상자로 문호를 넓혀가고 있다. 교육부는 후진학선도 전문대학을 총 25개교 선정, 지역거점 직업교육센터로서 지자체 등과 연계‧협력해 성인학습자를 위한 단기 비학위과정을 운영하도록 2019년부터 지원해오고 있다. 성인 친화형 대학체제 개편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발전을 선도할 거점대학 육성을 목표로 대학 평생교육 지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전문대학을 직업교육 지역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돼 있고, 교육부가 2018년 발표한 제4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에도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을 혁신하고 성인평생교육 기능을 강화, 평생직업교육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성인학습자들의 대학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동기는 직업, 진로 및 경력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교육내용과 교·강사의 전문성, 교육시설의 우수성 등 대학의 인적·물적자원이 평생직업교육을 위해 활용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평생학습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이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작동되고 있기도 하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들이 취미・일반교양 교육에 주력해 대학의 수익사업 차원에서 운영된 경향이 있는데 전문대학 직업교육은 직업기초능력과 산학협력교육, 실무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둬 왔다. 직업전환 재취업 교육, 계속교육 및 후진학 수요 흡수 등 성인학습자의 교육수요 충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평생직업교육은 노동시장이라는 독립변수의 변화와 발전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평생직업교육은 노동시장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이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직업교육훈련을 거쳐서 노동시장 재진입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에 평생직업교육으로 재도전이 가능하고 school-to-work, work-to-school이 원활하게 이행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부족해 교육시장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한 번의 승패로 결정되고 그로 인해 인생의 많은 것이 결정되는 one-shot game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자리의 변동이 많아지고 이직과 전직이 잦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생직업교육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됨으로써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 이직과 전직이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기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직업교육정책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긴밀한 협력으로 추진돼야 한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평생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들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전문대학, 폴리텍대학이 각각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관할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며 각각의 기능은 실제 크게 다르지 않으나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이라는 용어로 구분돼 있다. 또한 학문중심의 고등교육기관인 일반대학도 평생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 간 불명확한 역할 분담과 혼선은 막대한 불필요한 경쟁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며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평생직업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통합과 분리를 통해 기관의 기능과 미션, 타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해 각자의 역할을 심도 있게 발전시키고 특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로 우리의 삶의 양식과 노동시장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평생직업교육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역할과 기능 정립을 통한 평생직업교육체제 확립은 평생직업교육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서 파생되는 사회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국민 개개인의 노동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일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며 국가 경쟁력 확보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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