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자소서 매칭 불가능 문제, 뾰족한 해결책 없어
대학들, “제대로 된 평가 불가”…학종 특성 무시한 ‘탁상행정’
해결 주체 교육부, 담당부서조차 불명확…앞에선 달래고 뒤로는 ‘강행’
자소서 폐지되는 2024학년 도입하면 ‘문제해결 가능’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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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대입부터 ‘강행’되는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갈 곳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평가 과정에서 매칭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평가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대학들은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육부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학들을 달래놓고는 강행 결정 공문을 보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담당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아 대학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자소서가 전면 폐지되는 2024학년으로 블라인드 서류평가 시행 시기를 유예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교육부는 대학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올해부터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올해 대입부터 적용되는 블라인드 서류평가, 교육당국의 ‘대학 불신’ = 올해 대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도입되는 점이다.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대학이 수험생의 고교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류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면접에만 블라인드 방식이 적용됐지만, 지난해 11월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서류평가로도 범위가 확대됐다.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적용된다. 먼저 대학이 나이스(NEIS)를 통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제공받는 과정에서부터 출신고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학들은 수험생의 학생부를 넘겨받지만, 해당 수험생이 어느 고교에 재학하고 있는지 혹은 졸업했는지를 서류평가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일종의 학교 소개자료인 ‘고교 프로파일’도 없앤다. 그간 고교들은 고교 기본 정보와 교육과정 운영 현황, 교육과정 편성표, 동아리 현황 및 운영방식 등을 담은 고교 프로파일을 만들어 대교협을 통해 대학에 제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고교 프로파일 제도가 폐지돼 더 이상 학교 소개 자료를 대학에 제공할 수 없다. 

당시 교육부는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블라인드 서류평가 도입의 근거로 들었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기 전 실시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에서 출신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실태조사 결과 학생부종합전형 전 과정에 걸쳐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가 제일 높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과고 순으로 낮았다며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을 무시한 주장에 불과했다. 내신등급이 당락의 절대적 요소로 활용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고교유형에 따라 합격자 내신이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면 문제가 크다. 하지만, 학생의 학업역량을 내신등급뿐만이 아니라 여타 교내활동을 전부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내신등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학업에 열의를 가진 학생들이 많아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 등의 합격자 내신등급이 일반고 대비 높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봐야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배경을 무시하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고교정보를 대학들이 알 수 없게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교육당국이 대학들의 평가과정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생부-자소서 매칭 문제 어떻게? 뾰족한 해결책 없는 교육부 = 이처럼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던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학생부와 자소서를 매칭할 수 없다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디까지나 학생부를 중심축 삼아 평가를 진행하는 전형이다. 학생이 작성해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는 ‘보조자료’ 역할을 한다. 학생부에 열거된 수많은 활동들 가운데 학생이 의미 있게 생각하고 부각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여 학생부를 통해 나타나는 약점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자소서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면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학생부와 자소서 평가 과정에서는 둘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자소서에 수험생이 기재한 내용이 ‘허위’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부는 꼭 필요하다. 예컨대 학생이 자소서를 통해 “A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 느낀 점이 많았다”라고 기재한 경우 A활동이 무엇인지, 실제 이뤄졌는지를 학생부를 통해 확인하는 식이다. 학생부와 자소서 간 유기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구조가 짜여져 있는 것이다. 이는 교사의 시각에서 학생을 바라본 교사추천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블라인드 서류평가 방식대로라면, 학생부와 자소서를 유기적으로 평가하기란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학생부를 대학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교 정보에 더해 인적 정보까지 전부 가리고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대학은 별도로 제출받은 자소서와 학생부가 동일 수험생의 것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별도 서류로 자소서를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수험생이 자소서에 활동을 부풀리거나 허위 사실을 적더라도 동일 수험생의 학생부와 비교할 수 없기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점수를 줘야 한다. 

이처럼 각각 평가한 자소서와 학생부 성적은 서류평가가 모두 끝난 후 합쳐진다. 교육부는 대학에 학생부를 두 차례에 걸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류평가가 모두 끝난 후 인적사항이 나온 학생부를 대학에 재차 제공할 테니 두 서류의 점수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받은 학생부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미 평가한 자소서를 또 다시 학생부와 대조해가며 전부 평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다. 

물론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전형과 같은 특별전형은 학생부가 블라인드 처리되는 탓에 서류평가 이후에나 지원자격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수험생의 서류를 평가해야 하는 ‘헛수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프로파일이 폐지된 데 따른 문제도 있다. 미개설된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등 세밀한 부분을 파악하지 못해 일부 학생들이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리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이 학교에서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탓에 물리Ⅱ를 듣지 못한 것과 어려운 과목이기에 물리Ⅱ를 듣지 않은 것은 다르게 평가돼야 할 부분이지만, 고교 프로파일 폐지로 이 같은 과목 선택권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은 대안이 제시되기라도 했다. 지원자격 확인 문제는 지원자격 확인용 학생부와 서류평가용 학생부를 별도로 제공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과목 미개설 등의 문제는 해당 고교의 교육과정 편성표를 학생부에 첨부해 제공하는 방안 등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접근이 이뤄졌다. 

하지만, 자소서와 학생부 매칭 문제는 다른 문제들과는 달리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제대로 된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대학을 신뢰하지 못할 거라면 교육부가 직접 서류를 받아 자소서와 학생부를 매칭해 대학에 제공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 해결 나서야 할 교육부, 말과 행동 다르고, 담당부서도 불명확 =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교육부다. 대학들이 숱한 우려를 쏟아 냈음에도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당장 올해부터 ‘강행’하기로 결정한 교육부가 제도 시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앞장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그간 보여 온 행보를 보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들을 상대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등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당초 교육부는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대학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입학 관련 협의회 등에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며 “되도록이면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대학들이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문제점을 적극 건의해 교육부 차원에서 유예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행동은 말과 달랐다.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시기를 늦춰야 한다던 교육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들에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강행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추진계획에 따라 대입전형자료 온라인 제공 항목과 절차를 개선한다. 학생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학교명이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대입전형자료를 블라인드 처리한다. 적용시기는 2021학년 수시부터”라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앞에서는 대학들을 다독이면서 뒤로는 예고대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교육부의 해명은 “부서가 달라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결정이 됐던 사안이다. 이제 와서 시기를 늦출 수는 없다”며 “적용시기를 유예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부서와 공문을 보낸 부서는 같은 곳이 아니다.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했다. 

실제 교육부의 해명처럼 유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부서와 공문을 보낸 부서는 다른 곳이다. 대입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대입정책과는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문제점을 인식, 유예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나이스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교육정보화과는 정해진 일정대로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시행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부서가 다르고, 담당 업무 특성상 대입에 대한 이해도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동일한 교육부 내에서 부서마다 태도가 다른 데 대해 대학들의 반응이 고울 리 없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올해는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교육부에 요청하는 중이었는데, 강행한다는 공문이 와서 많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부서마다 다른 소리를 하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블라인드 서류평가와 관련해 대학들이 의견을 제출하고 싶어도 교육부 내 부서들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대학 입학관계자는 “블라인드 담당자가 명확치 않다. 교육부 부서들이 서로 회피했다. 협의회 등에서 의견을 모으고 건의하는 과정에서 교육정보화과, 대입정책과, 고등교육정책과 등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들이 전부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교육부는 최근 들어서야 담당 부서를 배정한 모양새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부가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담당부서가 없다고 얘기했던 것은 맞다. 대학들에는 많은 의견을 내달라면서 정작 의견을 취합하는 창구는 없었던 것”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 업무를 대입정책과가 맡게 된 듯 하다”고 전했다.

■해결책 없나? 2024학년 블라인드 서류평가 도입하면 될 일, 그럼에도 남는 문제점들 = 이처럼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블라인드 서류평가 관련 문제점은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최초 대학들과 교육부가 논의하던 것처럼 시행 시기를 늦추면 된다. 올해 치러지는 2021학년 대입을 비롯해 2023학년 현 고1이 치를 2023학년 대입까지는 시행을 유예하고, 현 중3이 치를 2024학년 대입부터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전면 도입하면 된다.

2024학년에는 서류평가 풍토가 달라지기에 블라인드 서류평가 전면 도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교사추천서는 올해까지, 자기소개서는 내후년까지만 허용된다. 이후로는 대입 평가요소로 활용할 수 없다. 2024학년부터는 학생부로만 서류평가가 진행되기에 자소서 등과 학생부를 매칭해야 하는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갑작스러운 전면 도입이 어렵다면, 시범운영도 생각해봄직하다. 자소서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은 맞지만, 현재도 학생부만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대학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학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서류평가를 운영하면서 제도를 보완한다면, 대학들이 우려하는 불상사를 차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해결책이 명확하지만, 그간 ‘불도저’처럼 정책을 밀어붙였던 교육부의 행태를 볼 때 올해 블라인드 서류평가는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앞서 내놓은 정책을 실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차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는 등 ‘명분’ 없이도 무작정 정책 실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던 터다.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올해 강행 되려거든 대학들의 얘기처럼 학생부와 자소서가 처음부터 매칭돼 대학에 제공돼야 한다. 교육부가 직접 자소서를 접수해 블라인드 처리한 학생부와 함께 대학에 제공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수시원서 접수 전까지 이 같은 시스템이 문제 없이 구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여곡절을 거쳐 학생부-자소서 매칭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대입전형자료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대학에 직접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를 어떻게 봐야 할지, 원서접수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입력돼 학생부가 제대로 대학에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만에 하나 학생부 등이 대학에 잘못 제공됐을 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없애겠다는 의도와 달리 과목명칭 등을 통해 고교 유형이 드러날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 블라인드 서류평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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