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종갑 한전공대 이사장 “한전공대, 국내 대학과 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활력”
[특별인터뷰] 김종갑 한전공대 이사장 “한전공대, 국내 대학과 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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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융복합 연구와 신산업 분야 전문가 양성
백화점식 대규모 취업형 인재 배출 대학과 차별화
원천·실용 연구 기반 신산업·일자리 창출 기여
R&D와 전문 인력 공급 담당할 거점대학 기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길고 길었던 한국전력공과대학(한전공대) 설립이 드디어 현실화됐다.  4월 교육부가 한전공대의 설립을 허가하면서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지원하고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운영하는 특성화 대학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대학들이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의 스콜텍, 일본의 오키나와과기대도 사립대이지만 정부가 주도하거나 예산을 투입·운영하는 대학들이다.

한전공대는 취업형 인재가 아닌 연구·창업형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취업할 인재는 키우지 않는다. 학자만 키운다’는 중국의 시후대처럼 에너지 연구와 신산업 분야로 진출할 전문가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전공대는 안개에 가려진 산처럼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본지는 김종갑 한전공대 법인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전공대의 궁금증을 보다 디테일하게 풀어봤다.

김종갑 한전공대 이사장
김종갑 학교법인 한전공대 이사장(한국전력공사 사장)

■대학의 위기 상황···한전공대 목표는 ‘에너지 분야 새로운 인재 양성’= 현재 국내 대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재정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의 신규 설립은커녕 유지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한전이 공대 설립에 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김 이사장은 “미래 인재와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한전공대의 설립 배경으로 꼽으면서 “한전공대는 기존의 백화점식 대규모 취업형 인재양성 대학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전 역시 국내 학령인구 감소의 심각성과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새로운 공학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에너지 융복합 분야의 전문 연구를 수행하고 창업을 이끌 인재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전공대는 그런 고민에서 탄생한 대학이다.

김 이사장은 한전공대를 ‘실패의 두려움 없이 도전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도전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기술사업화와 창업지원시스템, 전력그룹사 협력 등을 통해 국내 대학과 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토대로 한전공대는 원천·실용 연구 기반 창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신산업·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석학급 교수진은 물론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젊은 과학자들이 모여 △에너지 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등 5대 특화연구소에서 미래 에너지 분야를 중점 연구한다.

■미국의 코넬텍·이스라엘 테크니온 롤모델로 한전만의 모델 만든다= 이처럼 한전공대는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다. 국내 대학에서는 아직 하나의 분야에 특화된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전공대는 어떤 대학을 모델로 삼았을까.

“유사 대학으로는 기업과 긴밀히 연계해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과 미국의 코넬텍이 있습니다. 테크니온은 이스라엘 최초의 근대적 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들도 기업가 정신을 교육할 만큼 창업교육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등 국가경제 발전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코넬텍은 뉴욕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자 공학·산학협력·창업교육에 집중하는 최고 수준의 응용과학기술대학원입니다.”

특히 코넬텍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술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뉴욕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의 기부를 유치해 2013년 사립대학으로 설립됐다. 졸업생의 14%는 창업을 통해 현재까지 약 60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한전에 취업할 인재 아닌 융복합 공학인재로= 그렇다면 김 이사장이 생각하는 한전공대의 교육 목표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한전공대는 취업형 인재가 아닌 연구개발과 창업 중심의 실전형 인재로 길러내 에너지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모든 과제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해가는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나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전공대를 졸업하면 기업가 정신, 사회공헌, 글로벌 마인드를 갖출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죠. 이를 바탕으로 사회·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공학 전문역량을 갖춰 5~10년마다 수조원 규모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융복합 공학인재로 거듭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2022년 개교를 목표로 한 한전공대의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교원의 채용 규모는 물론 교직원의 처우 수준은 궁금한 이슈 중 하나다. 한전은 한전공대 교원을 총 100명 정도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교직원의 처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부합하는 수준에 맞춤형으로 이뤄지며 연구 환경, 성과보상체계, 복리후생 등은 국내 최고 수준이 되도록 한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알려진 것처럼 한전공대는 서울·수도권이 아닌 전남 나주 일대에 설립된다. 지역대학의 위기감이 보다 심각한 가운데 한전공대 유치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특성화대학의 지역 유치가 지역대학의 한계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도 공존한다. 이에 대한 김 이사장의 생각을 물었다.

“지역위기와 지역소멸까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전공대의 설립은 에너지 과학인재 육성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히려 수도권 중심의 인력양성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우수 인력확보가 어려운 지역 내 산업기반은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추기게 될 겁니다. 다만 지역대학은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을 혁신하고, 사람과 기업을 다시 불러 모아 지역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겠죠. 지역대학이 대학교육의 목표와 커리큘럼을 시대 흐름에 맞춰 자체적으로 특성화하고, 정부·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한계보다는 혁신에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의 설명대로라면 한전공대가 지역사회에 가져올 영향과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은 에너지 신산업을 지역 혁신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에너지밸리 클러스터를 조성 중에 있지만 질보다는 양적인 면에 치우진 경향이 있어요. 에너지밸리의 격을 높이는 데 있어 R&D와 전문 인력 공급을 담당할 거점 대학, 연구기관이 부족한 상황이죠. 한전공대가 바로 이 지점을 채울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한전공대 설립에 이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에너지밸리에 모이면 지역사회는 원천기술→응용기술→기술사업화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단계를 밟으면서 첨단과학기술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원 문제 장애물···정부-지자체 장기지원으로 극복= 문제는 재원이다. 대학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여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고, 한전 역시 무리한 재정 투입을 한다는 일부의 시선도 있다.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릴 만한 돌파구가 있는지, 극복 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한전공대는 공공기관이 설립한 사립대학입니다. 공공기관인 한전이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학의 육성과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공공적 성격의 대학인 것입니다.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자체는 지역의 자립적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투자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자체에서는 1670억원 상당의 부지 제공과 10년간 매년 200억원씩 총 2000억원의 대학발전기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최소 지자체 수준의 재정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초반 김 이사장은 한전공대의 인재를 ‘취업형’이 아닌 ‘연구·창업형’ 인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한전공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향후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까.

“한전공대 졸업생은 한전이나 일반 에너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에너지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거나 에너지밸리, 국내에서 창업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 수행에 관심을 가진 인재는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에너지 분야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창업·사업화에 흥미를 가진 인재는 대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도 있겠죠.”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김 이사장은 시행착오를 각오했다. 그럼에도 창의적인 방식의 교육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한전공대가 기존의 대학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 연구를 표방하는 점도 리스크에 가깝지만 김 이사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전공대가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 환경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전과 중앙-지방 정부 간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합니다.”

한전공대 대학본부 예상도.
한전공대 대학본부 예상도.

[BOX] 험난했던 한전공대···시작부터 설립 허가까지

한전공대는 2017년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지역공약의 하나로 부상했다. 이듬해 범정부 ‘한전공대설립지원위원회’가 출범하면서 2019년 대학입지가 전남 나주시 부영CC 일원으로 선정됐다. 그 이후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 의결을 시작으로 ‘한전공대 설립 및 학교법인 출연(안)’ 의결, ‘교육부 설립허가’ 신청까지 두 달여간의 시간이 흘렀다. 2020년 4월 드디어 교육부로부터 학교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재정지원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한전의 경영적자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으로 재정에 더욱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6000억원이었던 설립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한전은 설명을 통해 2025년까지의 설립비는 621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밝히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한전의 부담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전공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후변화 적응이 요구되는 융복합 공학인재 양성, 세계적 연구역량 창출을 통해 에너지 산업과 지역,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데서 설립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토대로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산업의 확장을 통해 미래 신산업·신시장 창출까지도 기대되고 있다.

대학의 모토는 ‘세계 유일무이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학생 1000명 규모의 강소대학이지만 한전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다자간 협력하는 혁신대학을 추구한다.

정부는 관련 법안 마련과 연구시설 지원을, 지자체는 부지와 발전기금 제공을, 11개 전력그룹사는 설립과 운영재원을 분담하고 공동연구 협력에 나서는 견고한 트라이앵글 체제를 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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