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지대 전경
한국복지대 전경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경대와 한국복지대학교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두 대학이 통합해 4년제로 전환할 경우 한국복지대에 다니던 장애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장애 학생의 자립을 돕는다는 복지의 차원에서 직업교육을 실시했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한경대와 한국복지대의 통합 추진 진정성은 계속해서 의심을 받고 있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의 통합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 15일 통합추진협의회 구성에 합의한 양 대학은 이후 네 차례의 교내 구성원 대상 통합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5월 26일에는 구성원 찬반 투표를 마쳤다. 한국복지대의 투표 결과, 표를 행사한 구성원 중 찬성표는 △교원 100% △직원 91.78% △학생 77.5% 등으로 나타났다. 한경대 역시 투표 참석자 중 △교원 60.6% △직원 73.6% △학생 85.5% 등이 찬성 의사를 밝혀 찬성 의사가 앞섰다.

■한국복지대 내 “학생 교육기회 박탈 우려” 지적하며 통합 반대 주장 제기 = 그러나 한국복지대 내에서는 통합 반대의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복지대가 책임졌던 중증 장애인에 대한 직업교육 의무가 통합 이후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복지대 교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경대와 (한국복지대가) 통합하면 결국 장애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은 그저 하나의 계열, 특수학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 대학은 이미 있고, 또 그곳에는 대부분 경증 장애인들이 진학한다”며 “한국복지대는 중증 장애인들을 책임지고 교육하는 곳이다. 우리 대학의 일부 과의 경우 중증 장애 학생의 비율이 70%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고 말해, 통합이 자칫 중증 장애 학생의 직업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교육계 대표 인사 B씨 역시 비슷한 이유로 통합 추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통합으로 한국복지대의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대학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날 것”이라며 “사실상 전문대가 4년제 일반대로 ‘흡수 통합’ 되는 형태인데, 본래 한국복지대의 교육 취지와 목적이 사라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학제가 4년제로 바뀜에 따라 학생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경대 기획처는 5월 22일 통합 관련 공식 입장을 통해 “통합 후 한국복지대는 편제정원 증가와 등록금 인상에 의해 등록금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며 통합에 따른 4년제 전환으로 인한 학기 추가와 함께 등록금 인상 계획까지 예고했다.

학생의 교육비 부담 증가는 교육 기회의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나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장애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큰 문제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소속 학과의 학생 상당수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 과 학생 80% 정도의 소득분위가 3분위 이하”라고 설명했다.

■전문대 사회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직업교육에 국가 완전히 손 떼나? = 전문대학가 내에서도 한국복지대와 한경대의 통합 추진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복지대가 유일한 국립 전문대라는 특징도 갖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전문대학가의 입장에서 한국복지대와 한경대의 통합은 곧 국립 전문대가 사라짐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그나마 국립 전문대가 유일하게 하나 있었는데, (통합이 돼 사라진다면) 아쉽다. 국가가 직업교육에서 손을 뗀다는 것과 같아 더욱 아쉽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135개 전문대 중 공립대인 7개 도립대와 국립대인 한국복지대를 제외한 127개교는 사립대다.

이와 더불어, 한국복지대의 통합 추진 의도에 대한 의문도 대학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어진다. 전문대학가 주요 인사 C씨는 이상진 한국복지대 총장이 단순히 ‘전문대’라는 데 아쉬움을 느껴 더욱 일반대와의 통합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C씨는 “이 총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일반대에 가고 싶어 하는 의사를 확인했었다”며 “전문대로서 한계가 많고, 총장에 대한 의전에도 일반대 총장과 전문대 총장에 대한 차이가 있다, 일하기 어렵다는 말들을 했었다”고 말했다.

고등직업교육을 전문대가 아닌 일반대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B씨는 장애 학생에 대한 직업교육을 하던 한국복지대가 일반대로 전환될 경우의 효과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는 “한국복지대가 4년제 일반대와 통합할 경우 2, 3년짜리 전문학사 정규 교육과정은 사라지게 된다”며 “2, 3년짜리 교육과정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데, 무조건 4년제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가 적고, 오히려 예산만 추가 투입되는 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대학의 통합 추진이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단계 정도인 만큼, 교육부는 현재 통합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교육부에 통합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승인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홍선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서기관은 “아직 통합 가능성에 대해 교육부가 판단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대학이 내부 의견수렴을 통해 통합 계획을 마련하고 통합 승인을 교육부에 신청하면, 심사위원회에서 통합 여부를 심사할 것”이라며 “가장 최근 국립대학 통폐합 논의가 진행된 것이 2011년 평가를 했던 곳이다. 통합 승인 심사에 드는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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