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당시 전남대 학생처장으로 재직 중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옥고를 치렀던 고 김태진 교수가 국군통합병원에서 아내에게 써 보냈던 '쪽지 서신'들이 책으로 출간된다. 김태진 교수의 아들인 김강 호남대 교수는 16일 "아버지의 유품 가운데 국군통합병원에 특별수용돼 있던 기간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발견돼 '아버지의 5.18'이라는 제목으로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김태진 교수는 당시 학생처장으로 재직하던 중 7월 3일 합동수사본부(상무대)로 연행돼 다음달 27일 전투교육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의해 소요방조, 계엄법위반 방조 등으로 기소돼 직위 해제됐다. 이후 10월 25일 전교사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제기해 같은 해 12월 29일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1981년 1월 16일 복직됐다. 김강 교수에 따르면 부친의 서신은 계엄사 합수부 조사를 받던 중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지병이 악화돼 국군통합병원에 특별 수용됐던 기간(1980.7.26~10.22)에 씌어져 누군가의 협조를 얻어 남몰래 어머니에게 전달됐다. 당시 병원에서도 면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인들이 사용하는 봉투를 펴서 앞뒤로 빼곡이 쓰거나 '거북선' 담뱃값 뒷면이나 갱지, 호텔용 메모지 등의 쪽지에 '긴박해 보이는 필체지만 매우 꼼꼼하게' 편지를 써 전달했다. 주 내용은 가장으로써 가족에 대한 염려와 함께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기 위한 학생처 업무자료 및 총학생회 활동상황, 국군통합병원에 함께 수용됐던 명노근, 송기숙 전남대 교수 및 학생들에 대한 언급, 합수부 수사동향, 재판 준비 과정 등이 담겨 있다. 고 김태진 교수의 '쪽지 서신'은 작고 후 가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영문편지들에 의해 겉이 포장돼 은밀히 감추어진 형태로 발견됐으나 아들 김 교수는 그동안 출간 여부를 두고 고심해 왔다. 김 교수는 "한국현대사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고통받은 부친의 고뇌가 담겨 있는 기록을 소중히 보전하자는 가족들의 순수한 뜻에서 5.18 25주년을 맞아 출판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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