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환 본지 전문위원/부산대 교수

최근에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국공립대의 총장선출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총장후보자 추천을 위한 선거관리를 소재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도록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더니 교육부는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국공립대의 총장선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교수나 직원이나 학생들은 교육부에서 이번에 내놓은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 방안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국·공립대 총장의 간선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교육부는 총장 간선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각 대학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여건을 먼저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면 각 대학의 교수회를 조속히 법제화시켜 평교수들의 의견이 학교운영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전국 4년제 국·공립대 46개교 모두가 총장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각 대학에서는 평교수들의 대의기관인 교수회가 총장선출을 관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교육부는 교수회를 법제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여태껏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각 대학의 교수회가 스스로 총장 직선제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교육부의 간선제는 실효성이 극히 희박하다. 각 대학의 교수회가 직선제를 고수하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총장선출 주관기구로서의 위상 때문이다. 교수회가 임의단체이면서 그나마 총장선출 주관기구로서의 기능마저 없다면 친목단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조속히 교수회를 법제화하여 평교수들의 의견이 대학운영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교수회로서도 직선제를 고집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둘째로, 교수들은 그동안 지적되어 온 총장 직선제의 폐해들을 없애는 방안들을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 총장 직선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후보자 난립, 과열 선거운동, 금전선거, 논공행상식 보직배분, 학내 파벌형성 등의 폐해가 우려의 수준을 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학의 특성상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선거에서의 득표력이 반드시 대학의 경영능력과 직결되는 것이 아닌 점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로, 직원과 학생들은 총장선거과정에서 집단이기주의적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선거권 확대를 위해 각 대학마다 연대하여 조직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던 직원단체가 제일 먼저 교육부의 간선제 원칙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니 아이러니컬하다. 직원의 참여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아울러 직원들의 지나친 표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직원들이 총장을 선출하는데 캐스팅보트를 가지는 사례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불법적인 선거방해 행위, 과도한 표 쏠림 현상 등은 대학의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지원과 최소한의 간섭을 받을 때 비로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의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기도한 교육부가 또 다시 대학의 자율성을 외면하고 총장 간선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학 총장의 선출방식은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대학의 혁신은 교육부의 혁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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