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국립대 최연소 총장’으로 화제를 모은 전북대 제14대 두재균 총장(48)이 지난 4일 취임했다. 취임직후 두 총장은 국회를 방문, 교육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대학 발전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학생들과 수해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무주, 남원 일대를 돌며 수해복구 작업을 벌이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젊은 패기를 무기로 ‘CEO형 총장, 투명한 총장, 봉사·헌신하는 총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두 총장은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대학의 현실을 타파하고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두 총장을 만나 대학 운영 청사진을 들어봤다.

- 국립대 최연소 총장으로 취임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셨는데요.

“총장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려고 보니 그 자리가 필요해 4년간 자리를 빌린 것입니다. 대학을 바꾸는 것은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것입니다. 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자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의사 면허를 반납했습니다. 교수님들이 젊은 두재균을 선택한 것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성향이 강한 전북지역에서 의과대, 산부인과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자 도전입니다. 침체된 대학의 변화를 갈망하는 구성원들의 바람이 표출된 것으로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는 정실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셨는데요.

“선거과정에서 도와주셨던 교수님들이 먼저 보직은 맡지 않고 밖에서 지켜보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선후 학교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여러 교수들과 지역 유관기관 단체장, 기업관계자, 학생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고 최고의 베스트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요보직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이양해 책임행정을 구현할 것입니다. 조직면에서는 예전의 부처장에 해당하는 ‘전문위원’ 체제를 신설, 행정업무의 내실화를 기했습니다.”

- 재임기간동안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당선후 총장후보 8명의 공약들을 벤치마킹해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첫째는 전북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교수들의 연구여건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대학발전기금 확충입니다. 기업체와의 실질적인 산학연을 구축하고 정부 예산 획득에 전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우수 교수와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대학의 근간은 학생들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할 때 전북대의 비전이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우수 교수를 초빙할 수 있도록 기금을 확보하고 초빙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고 합니다.”

- 6백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고 하셨는데, 6백억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6백억원의 산출개념은 전임 신철순 총장이 세운 ‘글로벌 비전 2010’ 에 2006년까지 6백억을 모금하고 2010년에 1천억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따른 것입니다. 6백억원 모금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저부터 솔선수범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후원금과 선거기탁금, 외부강의료 등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했고 앞으로도 외부강의나 후원금 등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기탁할 것입니다. 기업인, 정치인, 독지가, 동문 등을 찾아다니면서 발전기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정부 예산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젊은 패기를 밑천으로 발로 뛰려고 합니다.”

- ‘대학 경쟁력=교수 경쟁력’이라 불릴 만큼 우수 교원의 확보가 관건인데요.

“훌륭한 교수가 얼마나 있느냐가 대학의 경쟁력을 말해줍니다. 우수한 교수를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수 교수 지킴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수 교수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수들이 보람을 갖고 봉직할 수 있도록 연구여건을 개선할 것입니다. 발전기금 모금액 중 50억원 정도를 유동자산으로 확보해 교수님들의 연구활동에 전폭 지원하려고 합니다. 지방대의 경우 교수님들이 서울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여건이 좋다면 계속 계시지 않겠습니까.”

- 교수 계약연봉제와 업적평가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교수 이동이 자유스럽게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계약연봉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프로선수들이 구단을 옮기듯 대학간 이동이 자유로우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사회는 교수가 대학을 그만두면 실업자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교수업적평가는 단과대 실정에 맞게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서 시행해야 합니다. 일례로 임상의사는 환자를 많이 보고 수술을 많이 하면 넘버원입니다. 그런데 임상의사가 환자는 보지 않고 실험실에서 SCI 논문만 양산한다면 병원을 위해서는 사라져야 할 사람입니다. 평가의 잣대를 다양화하고 잘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지 교수를 옥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지방대 위기가 심각합니다. 지방대 육성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의 균형 발전을 대학이 선도할 수 있도록 거점대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추진하겠다고 한 ‘지역할당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오히려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지역할당제 대신 현재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지방대학육성특별법’에 나와 있는 ‘지역인재할당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지방대 졸업생의 사회진출을 지원해야 우수한 자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습니다. 전북대를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거점대학으로 만들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국·공립대 총장들을 규합해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습니다.”

- 올해 수능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6만3천여명이 줄어들었습니다. 호남지역의 경우 더욱 심각한데 우수 학생 유치 방안은 무엇인지요.

“우수 학생은 수능점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3~4년 전부터 고교 2학년 학생중 우수 학생을 입학정원의 20%안에서 미리 뽑아 예비 대학생으로 관리하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지금 대학은 획기적으로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없습니다. 우수 학생이란 전북지역의 우수 학생은 물론 타 시도의 우수자원이 전북대로 오는 것이 병합돼야 합니다. 일선 진학담당 교사와 진학 전문가, 대학 등이 커뮤니티가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우수 자원을 조기에 발굴하려고 합니다. 전북대가 어떤 입시안을 내놓는지 한번 지켜봐 주세요.”

- 학부제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학부제 시행 여건이 되는 대학, 지역, 나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괄 적용하다 보니 맞지도 않는 옷을 입히는 격이 되고 있습니다. 인기학과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어려운 과목은 수강은 기피하는 등 학부제가 학생들을 꾀쟁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부 정책중 시행해서 문제가 되는 정책은 과감히 거리를 둬야 합니다. 정책당국은 대학이 여건에 맞게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그 지역 총장에 일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제는 보직교수들과 협의를 거쳐 공청회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 교수회에서 ‘총장중간평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임기 2년후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평가제도를 환영합니다. 평가를 해봐야 잘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에 칭찬받고 싶습니다. 중간평가라는 것이 총장을 질책하는 뜻이 아니라 게으르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점검해서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나빴을 때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두재균 총장은 누구?

‘전북대 최연소 총장’이라는 타이틀 외에 두 재균 총장은 대학 총장으로는 드물게 산부인의 의사 출신으로 일회용 탯줄가위 등을 개발, 30여건이 넘는 특허·실용신안·의장등록을 출원했다. 두 총장은 8명의 후보가 입후보한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 끝에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전북대 14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사실 선거 초반에만 해도 두 총장의 선전을 예측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선거기간동안 조직력이 없어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할 정도로 연고주의가 강한 지역사회에서 힘들게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두 총장은 교수들과의 1대 1 만남을 통해 ‘젊은 총장’, ‘CEO 총장’의 필요성을 역설, 변화를 갈망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교수 연구실을 돌면서 ‘생선이 제일 비쌀 때는 회쳐 먹을 때’라며 젊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했고 “젊은 만큼 뻔뻔할 수 있고 품위를 잃지 않는 ‘거지’ 노릇을 할 수 있다”며 대학 발전기금 확충을 위해 발로 뛸 것을 약속했다. “전북대에는 능력있는 교수가 많습니다. 다만 너무 겸손해서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 약점입니다. 스타 교수를 적극 발굴해 대학, 지역의 스타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구성원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잘 관리하고 표출시킨다면 4년안에 전북대를 톱 10에 진입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겸손하게 몸은 낮추고 대학의 위상은 한껏 드높이는 자세로 일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실험과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 총장은 전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전북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89년 전북대 의과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미국 토마스제퍼슨 의대 산부인과 객원교수, 전북대 의과대 동창회 장학재단 이사장, 전북대 대외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문교부장관상, 메디슨 의공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씨를 기리는 혼불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과 열린전북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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